중랑천 철새들 중에 유난히 붙어 다니는 한쌍의 원앙을 보았다. 산책을 갈 때마다 만났는데, 전 날에 보았던 한쌍과 같은 원앙이었는지는 확인할 주 없었지만 꼭 붙어 다니는 원앙을 며칠 씩 보며 즐거웠다.
새를 좋아하는 남편은 참 예쁘다며 사진을 찍고 싶어 했지만, 다른 새들처럼 가까이에서 찍는 일은 쉽지 않았다.
원앙은 사진을 찍을 기회는 주지 않았지만. 중랑천 주변을 어슬렁 거렸다. 매번 빤히 지켜보는우리를 향해 얼굴을 내미는 다정한 구석이 있었다.
"원앙은 참 사이좋게 꼭 한쌍이 다닌다. 그렇지? 우리처럼."
남편이 하는 말에 '항상 그런 건 아닐 거야.'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원앙의 콘셉트는 신혼부부나 금슬 좋은 부부를 상징한다고 알고 있지만 그렇게 맨날 붙어 다니고 싶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니 내가 그러했는지도 모르겠다.
전업작가인 남편은 별일이 있어야 외출을 한다.
오전에 산책을 하고 돌아오면 곧바로 작업하다가 점심을 먹고 잠시 쉬었다가 또 글을 쓴다. 작년엔 일을 하느라 바깥에 나가있었지만 요즘은 나도 붙박이처럼 식탁을 책상 삼아 지내고 있다. 방학인 아이들도 각자 자리를 차지하고 시간을 보내니 집안 전체가 사무실이 따로 없다.
그나마 숨통을 트는 시간은 바로 산책을 나서는 시간이다.
아이가 학원을 나가는 시간에 맞춰 우리 부부의 산책 시간도 바뀌었다. 한 겨울인 데도 정오를 넘긴 하늘은 해가 환해서 어디를 둘러봐도 햇볕을 쐬기에 적당하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으려면 운동을 거를 수가 없다.
비나 눈이 오지 않으면 보통 중랑천 수변공원을 주로 찾아갔다. 겨울이 오고 보이지 않던 새들도 덩달아 찾아와 산책하는 재미가 더 좋아졌다. 흰 뺨오리가 늘 기다려줬지만 올해는 청둥오리가 많이 찾아왔다. 얼마 전 비오리를 처음 알게 되었다. 다 같은 오리발을 했는데 깃털과 부리, 발도 재각각이었다.
그러다 얼마 전 원앙을 다시 보게 되었다.
알록달록 고운 깃털을 한 수컷 원앙 한 마리 옆에 암컷 원앙이 보였다. 한 쌍인가 싶었는데, 갑자기 수컷 원앙이 줄줄이 3마리가 나타났다. 암컷 옆에 있던 원앙을 뒤에서 싸움걸 듯 원앙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마치 경주를 하듯 네 마리의 수컷이 빠르게 중랑천 물 위로 들어갔다. 암컷은 유유히 물 위를 떠다니는데, 수컷 들은 바짝 자존심을 세우고 물러나지 않았다.
그날 어떤 한쌍이 탄생했는지 모르지만 분명한 건 원앙은 듣던 대로 단짝은 아니었다. 사실은 수컷이 바람피우듯 다른 암컷을 찾아가기도 한다니 말이다. 남편은 원앙을 만나 반가운 듯했지만 요란스러운 광경을 보더니 좀 놀란 듯했다.
"수컷 원앙이 원래 깃털이 저렇게 알록달록 하지 않는다는데..."
나는 신기한 해외토픽처럼 남편에게 떠들기 시작했다.
원앙의 수컷은 한눈에 빠져들게 하는 화려하고 다채로운 깃털을 하고 있는데, 장식처럼 멋스럽게 뻗은 깃털은 독보적이었다. 그런데 이 화려함은 일시적인 것이라고 한다. 번식기가 지나면 모두 빠지고 암컷과 똑같은 털로 바뀌니 말이다. 그래도 붉은 부리는 바뀌지 않는다고 하니 어두운 검은색이나 회색인 암컷의 부리와 구분된다고 한다.
남편은 말이 없는 편이다. 나만 떠들다가 집으로 돌아오기 일쑤지만 요즘은 남편이 말을 시작하면 입을 다물고 있으려고 애를 쓴다. 말이 없는 어색한 분위기가 싫어서 먼저 말을 꺼내던 날들이 많았는데 말이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다정하지 않더라도 부부사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일까?
말없이 걷는 노부부 틈에 우리도 걷는다. 내일도 특별한 일이 없으면 우린 산책을 나설 것이다.
중랑천엔 모두 오리들이지만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새들이 겨울을 보내고 있다. 그 오리들은 우리를 보며 무슨 생각을 할까? 관심이 있기는 할까?
'어제는 부부가 시끄럽게 떠들더니 오늘은 말이 없네.'라고 하면서 무슨 일인지 궁금해하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