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한 살...이제 역사를 배울 나이...
영하 25도의 추위, 800 여개 계단과의 사투, 큰 개와의 기차 여행, 그리고 70도짜리 보드카 병 채 원샷...
이러한 힘든 과정을 통해서...비로소 정신적인 안정,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끝내 견딜 수 있는 인내, 그리고 아무리 황당한 일에도 꿋꿋이 화를 다스릴 수 있는 지혜를 배우며, 인간으로서 한층 더 성숙할 수 있었던 폴란드 여행을 무사히 마치고 런던으로 돌아왔다. 이렇듯, 여행은 사람을 더 높은 레벨로 비상하게 해 준다는 것을 깨달으며...동시에 내가 있는 이 곳 런던이 이렇게 따뜻하고, 평화스러우며, 계단도 적은 곳이라는 생각에, 모든 주변의 것이 아름다워 보일 즈음...
이런 Fxxk!!! 집에 또다시 물이 새기 시작했다...
화를 다스리는 법을 40 줄인 이제야 겨우 깨달을 즈음에, 이런 썅...
인내고 뭐고, 이 미친놈들은 도대체 수리를 항상 개 떡같이...
으아악...xxxx
실로...우리나라의 무지 막 한 장맛비도 아니고, 그야말로 Mist를 뿌리는 듯한 영국식 봄비에 물이 새다니...그것도 내가 월세를 내고 있는 이 아파트 Grove hall court는 이 동네에서도 새 아파트라고 소문난, 불과 1934년에 지은 초고층아파트 (9층, 이건 진짜 사실이다...우리 동네에서 거의 젤 높은 건 사실이다. 유난히 새 건물이기 때문이다)인데, 이런 "타워링 (요즘 20-30대는 모르는 단어겠지)"급 아파트에서 폼 빠지게 비가 새다니...
그렇다. 이런 그지 같은 상황일수록 더욱더 평정심을 찾고, 침착하게 대안을 마련하는 것 또한 내가 여행에서 배운 것이 아닌가?
그리고, 나는...단 10분 간의 명상 만으로 그 어려운 상황에 대해 쉽게 답을 찾아내고야 만다. 솔직히, 명상 시작 이후 약 7분은 그 공사업체(이 놈의 업체에 대해서는 따로 글을 쓰겠다. 그만큼...... 아, 생각하기도 싫다)를 향한 입에 담지 못할 욕설로 허비했으나, 나머지 3분 마저도 중학교 구내 IQ 1등을 경험한 나에겐 긴 시간이었다.
그래...따뜻한 곳으로 떠나자...
태양이 있고, 비도 안 새고, 수영도 좀 하게 따뜻하고,
동시에 조상의 지혜와 인내를 다시금 배울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런데, 세계지도를 놓고 찾다보니...위의 세 가지 조건을 만족하는 곳은 그 닥 많지가 않았다...애매한 춘삼월이었기 때문이었으리라. 무엇보다, 날씨도 날씨였으나, 혹서기 스페인과 혹한기 폴란드 여행을 통해 그렇게 성숙한 줄 알았던 내가, 집 누수 한 번에 이렇게 쉽게 흥분한 걸로 봐서는, 조상의 지혜를 크나 크게 배울 수 있는 곳이 필요했다.
그러던 이때 불현듯 나의 눈에 들어온 책 세권...나란히 꼽혀있던 그 책들은 바로, 시공사 디스커버리의 마야 (잃어버린 도시들), 아즈텍 제국 (그 영광과 몰락), 그리고 잉카 (태양신의 후예들)였다.
그래!!! 바로 이 곳이다. 흥망성쇠를 경험한, 그리고 후손은 바다의 신도 아닌 태양신의 열기를 바로 받은 이 곳이다...그리고서는 바로 멕시코로 가기 위해 우선 미국행 비행기 표부터 샀다...참으로 결단력이 돋보인 순간 이리라...
이 때까지만 해도, 내 와이프와 혹한의 추위를 경험한 첫 째 딸, 만 1세 다후는 멕시코 깐꾼을 꿈꾸며 수영복을 챙겼다. 에메랄드 빛 해변과 마치 짜장면 면발을 떼기 위한 하얀 밀가루 같은 모래를 상상하며...
그러나, 내 생각은 달랐다.
"비가 새는 우리 집에서 평온한 마음으로 살기 위해서는" 에메랄드 빛 바다나 밀가루와 같은 모래보다는, 더러운 상황을 참고 견뎌내는 인내가 필요했고, 그를 위해서는 영광과 몰락을 함께 겪은 아즈텍의 후예들을 만나는 게 더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우리의 첫 방문지를 세계적인 범죄도시 "메히꼬 떼에페 (멕시코시티)"로 잡는다.
아이 교육을 위해, 밀가루보다는 원주민 역사를 생각했듯이, 만 1세 다후를 위한 완벽한 배려로서, 나는 시내 한 복판의, 시장을 낀 아파트를 예약했다. 일단 5일에 $440라는 만만치 않은 조건의 계약이었다.
아이와 여행을 할 때에 숙소를 잡는 것은 가장 중요한 일 중에 하나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따로 짧은 글을 쓰도록 하겠다. 여튼, 멕시코시티 우리 집은 이제 아래와 같이 Booking.com으로 부터 무려 8.8점을 받은 아파트이다. 바로 밑에 $1에 수박만한 크기의 컵에 주스를 주는 노상카페가 있는...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바로 그다음 날...
어떤 이름 모를 여행가 왈: "시차 적응을 잊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피곤해야 한다"라고 했던가?
이를 지키기 위해 만 1살 다후를 포함한 우리 가족은...
즉각 아즈텍, 혹은 그 아즈텍 선조의 문물을 향해 떠난다...
바로 떼오띠우아칸으로!!!
떼오띠우아칸은 멕시코시티 북쪽 약 50km에 위치한 "아직도 누가 만들었는지 모르는 유적지"이다. 내가 이집트에 가서 여러 개의 크나큰 피라미드를 보고 있을 때, 누군가가 세계에서 3번째로 큰 피라미드는 여기 이집트가 아니라, 멕시코에 있다고 했는데...바로 그 피라미드가 있는 곳이 떼어띠우아칸이다.
우리는 과감히 돈을 투자하여, 악명 높은 멕시코시티 택시를 타고 멕시코 북부터미널인 "Autobuses Del Norte"로 가서 "Piramides", 즉 피라미드가 있는 떼오띠우아칸 행 버스를 탑승했다. 다후는 이 중요한 시점에 계속 잠만 잔다. 아쉽다.
여기 버스에는 거리의 악사들이 중간 역 즈음에 올라타서, 아래 사진처럼 노래를 불러준다. 아래 Youtube에서 가져온 동영상과 같은 아저씨가 우리 버스에도 탔다. 나는 떼어띠우아칸으로 가는 약 한 시간이라는 그 짧은 시간이 지금도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지고, 그때의 느낌을 영원히 간직하고 싶다. 이 앞니 빠진 아저씨는 아래 동영상의 My way 같은 곡 말고도 여러 곡을 불러 주셨다. 특히, 멕시코 인들의...무언가 서러움이 젖어있는 듯한 볼레로 곡(멕시코 음악: 포르투갈의 파두와 같은 전통 음악)을 부를 때는 너무나도 멋있고, 그러면서도 무언가 마음을 깊이 울리는 것이 느껴지며, 그것이 버스로 이동하는 중간의 멕시코 북부 서민들이 사는 마을 풍경과 합쳐져 더욱 애절하게 들려왔다. 이 시간이 너무나 좋았다.
이렇게 마음의 정화를 하면서 도착한 떼오띠우아칸...
이제 시작이다...따뜻한 여행이~~~
뒤에 뭐가 기다리는 지, 아직은 상황 판단이 안 선 다후...
뗴오띠우아칸 2편은 이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