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4. 파미르 Traveler's pass 트레킹

파미르고원 Day 2 : 트레킹 특집...traveler's pass

by MUSSMUSS


첫 번째 산악인 “Just 5 minutes”...20분 넘게 가도 오르막 끝도 안보임.
두 번째 산악인 “Just over there”...There이 도데체 어딘가?
세 번째 산악인 “Almost (getting there)”…이런 C...

1일차 요약 (유르트 숙박)


이렇게 '7월 혹한'의 밤을 지샜다. 유르트를 나오니, 신선하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찬 공기가 나를 맞는다. 춥긴 해도, 오랜 만에 느껴본 상쾌한 기분이다. 어제 본 초원과 호수가 더 평화롭게 느껴지고, 뭔가 다른 세상에 온 느낌이다. 유르트에서의 아침은 상상 이상으로 맛있었다. 유르트 바로 옆, 컨테이너에서 거주하는 모녀가 아침식사를 한접시 한접시 옮겨다 주는데...음식이 끊기지를 않는다. 따뜻한 그린티, 블랙티에 몸이 따뜻해진다. 유르트 숙박과 어제 저녁 식사, 진수성찬 아침까지 다 포함하여 $20라니...뭔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유르트 식사.jpg 너무 많이 남겨 미안했던 유르트 아침 식사


식사 후, 푸세식 화장실을 갔다가, 오늘의 하이라이트 트래블러스 패스(Traveler’s pass) 트레킹을 준비한다. 참고로, 여기 화장실은 푸세식이 많다. 들어보니, 예전엔 푸세식 화장실마저 없는 곳도 많아, 그냥 안 보이는 데서 볼 일을 보기도 했단다. 지금은 좌변기와 현대식 샤워기를 갖춘 유르트 (Tilek yurt camp 등)도 있다는데...나는 안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멀리서도 금세 알 수 있는 (이건 가보면 왜 그런지 안다^^) 이 푸세식 화장실이 왠지 정겹다. 또, 초원 한가운데 떡하니 혼자 서있는, 물이 한 방울씩만 뚝뚝 떨어지는 세면대도 마음에 든다. 뭐...이 유르트 전체가 너무 마음에 든 듯하다. 언제 이런 곳에서 또 자볼까 생각이 들며, 애들도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애들의 기나긴 한숨과 똥 씹은 표정도 바로 상상이 된다. 그래, 다음에도 그냥 혼자 오자...

IMG_E6170.JPG
IMG_6231.JPG
IMG_E6244.JPG
고독한 뒷간, 그리고 물이 진짜 한 방울씩만 떨어지는 초원의 세면대




드디어, 첫번째 트레킹, 트래블러스 패스(Traveler’s pass) 트레킹.

우리 유르트 바로 뒤 언덕을 오르면, 엄청난 수량의 강이 흐르는 알틴 계곡 (Altyn-dara)과 눈 덮힌 레닌봉 (Lenin peak)이 매우 잘 보인다. 아마, 한국이었으면, 거기서 레닌봉을 보고 끝냈을 것이지만, 우린 오늘 레닝봉을 더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Traveler’s pass 트레킹을 떠난다. 최종 목적지 고도는 4,150m이고, 거기서 약 1시간 정도를 더 가면 레닌봉 베이스캠프까지 갈 수 있다. 드라이버이자, 나의 Bro 무함마드는 현재 고도가 3,550m이니, 약 600m만 오르면 되고, 시간도 왕복 약 3~4시간 정도 걸리는 쉬운 트레킹이라고 한다. 자기는 차량 정비를 하고 있을 터니, 니들끼리 피크닉 가듯 물 한 병 들고 천천히 다녀오라 한다. 무함마드와 피를 나눈 형제가 된 나...하루 만에 그의 말을 신봉하게 되었고, 정말 운동화에 츄리닝, 500ml 생수 한 병만 들고 떠났다. 그러나, 바로 몇 시간 후, 무함마드가 희대의 뻥쟁이라는 것과 이것이 나에겐 지옥의 트레킹이란 것을 깨닫게 된다.

IMG_E6181.JPG
IMG_E6199.JPG
IMG_E6172.JPG
첫날 저녁, 유르트 뒷 언덕에서 본 알틴 계곡과 레닌봉 (7,000m가 넘는 봉이라 사실 어디서든 보인다)


트레킹은 알틴 계곡을 건너는 것부터 시작한다. 계곡이 상당히 깊기 때문에 초반에 이 계곡 바닥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위까지 올라가는 부분부터 힘이 들었다. 우리 멤버 8명 중에 한 명은 어제부터 계속된 고산병 증세로, 이 계곡의 오르막 구간에서 바로 호흡 곤란이 왔고, 안정을 취하며 걷고 쉬기를 반복했지만, 과호흡이 나아지지 않아, 30분 정도 지난 후 중도 포기하게 된다. 이렇게 남은 7명이 걷기 시작했다. 초반 계곡을 빼고는, 다행히 초원에 이어진 유르트 캠프들을 지나는 약간의 오르막길 정도의 길이 이어졌고, 좀 힘이 들다 싶을 때쯤부터 본격적인 오르막 시작되었다. 문제는, 트레킹을 아주 잘하는 20대 미국, 영국 친구들과 페이스를 맞추다 보니, 나 역시도 어느 순간 약간의 과호흡이 왔다. (참고로 이들 둘은, 이 곳 중앙아시아 오기 직전, 그 어렵다는 과테말라 푸에고 화산 트레킹을 마치고 온 놈들이었다...)


이 때 쉬었어야 하는데 그냥 앞 사람만 쫓아 갔더니 나중에는 숨을 못 쉬겠고, 그제서야 쉬었지만, 과호흡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도 오르막길의 끝, 넓은 평야가 나와서 너무 좋았다. 거기에서 피크닉을 온 키르기스스탄 가족들을 만나 사진도 찍고, 그 집 애도 안아주고 했다. 역시나 이들은 우리에게 뭐 좀 같이 먹고 놀다가라고 한다. 친절한 사람들...이렇게 또다시 몇 명의 중앙아시아 브로(Bro)를 만들고, 우린 다시 출발했다.

IMG_E6256.JPG
IMG_E6264.JPG
IMG_E6266.JPG
IMG_E6270.JPG
IMG_E6290.JPG


고원을 지나 급격한 오르막이 시작되는 지점에 고도 표지판이 있다. 3,800m. 내 인생에서 걸어서 오른 가장 높은 곳이었다. 그러나, 감격도 잠시. 아니 이렇게 올라왔는데, 이제 겨우 유르트에서 250m 올라온 거라니. 그리고, 아직도 350m 이상을 더 올라야 한다니...심지어 지금부터가 진짜 오르막이라니...이런 C…정말 4,150m까지는 말도 안되는 오르막이었다. 힘 좋다는 말도 쉬어 가는 오르막 (물론, 말들은 나와 달리 짐을 엄청 싣고 가지만)이었는데, 나는 정말 다섯 발자국 걷고, 두 손을 양 무릎을 걸친 채 한 30초 쉬고, 다섯 걸음 걷다 쉬다를 반복하며 기다시피 올라갔다.


아, 초반 산책처럼 걸었을 때는, 푸른 하늘에 푸른 초원, 거기에 마멋(Marmot)도 보고, 야크떼도 보고, 그 중 대장 야크가 우리가 가는 길 한복판을 막고 서있어서 같이 사진도 찍으며, 주변 자연이 다 보였는데, 어느 순간 땅바닥만 보고 가게 되었다. 여기는 워낙에 동물과 같이 사는 곳이다 보니, 소, 양, 말과 야크 똥이 길에 넘쳐 나는데, 초반에는 다 피해 다녔으나, 어느 순간부터 똥 피할 힘도 없어 마른 것은 그냥 밝고 지나갔다. 아, 내 신발...귀욤이 마멋이 따라오라는 몸짓을 해도 내가 그냥 쌩까게 되고. 나도 모르게 무...함...마...드...를 갑자기 외쳤다...나쁜 새끼...

트레킹 코스 자체는 찐이다...


가쁜 숨을 쉬며 내려오는 사람들에게 얼마 남았는지 물었다. 첫 번째 외국인 “Just 5 minutes”... 그런데 20분 넘게 가도 오르막 끝도 안보임. 두 번째 외국인 “Just over there”...Just이긴 한데, 그 놈의 There가 어딘지 절대 안나옴. 세 번째 외국인 “Almost (getting there)”...참다 못한 내가 그를 잡고, 첫 번째 애가 5분 남았댔는데, 지금 만난 지 30분 넘었다, 두 번째는 저기 저 아래서 만났는데, 도대체 뭐가 Just over there냐?, “너도 Almost인데, Almost 1 hour 아니냐”고 하자...움찔하며 뒷걸음질 Two Step…거기서 정확히 남은 거리가 파악됐다. 아직도 겁나 남았구나. 세 번째는 자기도 사실 똑같이 당했다며, Global 산악인들에게 책임을 돌린다. 이게 그들의 관용 표현이라며...미소 짓는다. 집에 와서 찾아보니, 구글도 이건 바로 ‘정신 승리’용 표현이라고 한다. 와, 근데 진짜 구글도 자신의 답이 어이없다는 듯한 느낌이다. 그냥 대강 검색했는데, 내가 당한 표현이 그대로 보였다. “저기만 넘으면, 이제 내리막, 5분 만 더…”, 산악인들이여, 이제 이런 개구라는 그만...이러다 다 죽어...

산악인 표현.jpg


이렇게 오른 4,150m 고지. 드디어, 땅 바닥이 아니라, 하늘을 볼 수 있었다. 간간이 고개를 들었을 때 보였던 여러 산봉우리들을 고지에 오르니 한번에 볼 수 있었다. 아, 정말 말이 필요 없었다. 걸으며 보았던 땅의 색깔들...회색 흙 길, 진한 자갈색 돌 길, 붉은 황토길 등이 바로 산 전체의 색들이었다. 누가 만약에 물감으로 색칠을 한 것이었다면, “아니, 어떻게 이렇게 색의 조화를 못 맞추고, 뜬 금 없는 색을 마구 칠해놨어?”라고 표현할 정도로 형형색색의 산들이 한곳에 뭉쳐있다. 산맥에 있는 각 산들은 회색부터 황갈색, 빨간색까지 제각각이며, 그것들이 절묘하게 붙어있는 광경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바로 앞으로는, 한 여름에도 만년설과 빙하로 덮인 7,100m가 넘는 레닌봉과 그 주변의 봉들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등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 선배 등산인들의 거짓부렁에 놀아나고, 똥도 피하지 못해 밟고 갈 정도로 개고생을 했음에도, “아, 여기는 진짜 다시 올라 오고 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는 광경이었다. 이 길을 지나쳐서 약 30분만 더 가면 (아마도 한 시간 30분일 테지만) 레닌봉 베이스캠프가 나온다길래, 여기까지 온 이상 그 곳도 가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기다리는 팀원이 있고 하여 우리 팀은 내려가기로 했다. 아마도, 다음에 꼭 다시 와서, 그 때 레닌봉 베이스캠프를 가라는 계시 같았다.

IMG_E6304.JPG
IMG_E6333.JPG
IMG_E6323.JPG
IMG_E6344.JPG
IMG_E6318.JPG
IMG_E6314.JPG


내려가는 길에 레닌봉 베이스캠프로 가는 상인들과 물건을 실은 말들을 바로 옆에서 보았다. 조금 전까지 제대로 숨을 못 쉬고 올라갔던 나 인지라, 말들의 몸에서 나는 땀과 거친 숨소리가 너무도 안돼 보였다. 그리고, 그런 말들을 몰고 가는 상인들을 보니, 천 년도 넘게 전에 이 길을 따라 실크로드를 넘어 아시아와 유럽을 이었던 옛 상인들의 모습도 자연스럽게 그려졌다. 이 길 자체를 처음 개척한 사람은 물론이고, 지금보다 훨씬 상태가 안 좋았을 이 길을 지나간 많은 상인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려가는 길은 그래도 좀 수월했다. 나에게 얼마나 남았냐고 한 유럽 젊은 커플이 묻길래, 나는 "여기서 묻는 것 자체가 의미없다, 여기까지 온 만큼 더 가야 한다, 그런데 훨씬 더 가파르고 빡세다"고 매우 현실적인 답변을 해줬다...나도 언젠가는 Just over there이라고 하겠지...


다시 돌아온 3,800m 지점에서는 여전히 나의 카자흐스탄 Bro가 가족들과 피크닉을 하고 있었다. 아까 못 본 지프가 있길래, 어떻게 여기까지 왔다고 하니까, 오히려 나에게 “왜 너는 여기서 걷고 있냐, 차 타고 와서 우리랑 피크닉이나 하지?”고 하여 나를 기절시켰다. 물론, 바로 3분 뒤 헤어질 때 우리는 진정 피를 나눈 형제가 되었다. 그나저나 아, 여기까지는 차가 올 수 있다니...무함마드, 넌 진짜 뭐하는 거냐…?


우리 팀은 중간에 길을 잃어 조금은 먼 길로 돌아왔고, 마지막에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깊고 깊은 알틴 계곡이 우리를 기다렸지만, 다행히 모두 무사히 도착했다. 무함마드는 중앙아시아 특유의 순수한 웃음을 보이며, “거기 괜찮지?”라고 한다. 그로부터 3일 후, 우리는 뻥쟁이 무함마드가 이 트레킹을 단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조차 모르는 타지크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썩을 놈...

IMG_E6168.JPG
IMG_6341.JPG
IMG_E6219.JPG




[ 부록 : 투어 Day 2 ]


툴파르콜 호수(Tulparkol Lake) - Traveler's pass 하이킹 – 타지키스탄 국경 통과 – 카라쿨 호수(Karakul Lake)


아침 일찍 여행자 고개 (Traveler’s Pass, 해발 4,130m)로 하이킹을 한다. 첫 날, 툴파르콜 호수(Tulparkol Lake)에 일찍 도착하면, 바로 하이킹으 ㄹ하기도 한다. 약 5시간의 하이킹/트레킹에서는 레닌봉에서 흘러내리는 빙하의 장관도 감상할 수 있다. 파미르 하이웨이에서 두 번째로 높은 키질아르트 고개(해발 4,300m)를 넘어 타지키스탄 국경을 통과한다. 즉, 툴파르콜 호수에서 보르도보(Bordobo) 검문소를 거쳐 타지키스탄의 카라쿨 호수로 이동한다. 정말 희안하게도, (지형에 따라 국경이 나뉜 것도 아닌데) 국경을 넘으면 파미르 고원의 풍경이 확연히 달라지며, 타지키스탄의 광활한 자연이 펼쳐진다. 키르키스스탄의 파미르가 여성스럽다면, 타지키스탄의 파미르는 매우 강한 남성의 이미지이다. 카라쿨 호수는 파미르 지역에서 가장 큰 호수로, 빙하에 의해 형성되었다. 도착 후 호숫가 산책을 즐기다, 게스트하우스에서 저녁 식사 및 숙박을 한다.


이동 거리/시간: 150km / 약 4시간

고도: 4,000m

인터넷: 무르갑까지 없음 (카라쿨에서 Megafon 2G 한정 가능하다고 되어있으나, 개 뻥임. 실제로는 안됨)

전기: 저녁 식사 이후 이용 가능 (보조 배터리 지참 권장)

숙소: 게스트하우스, 공동 샤워실 및 화장실




[ 파미르 투어 Day 1 ]

https://brunch.co.kr/@mussmuss/97#comments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