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3. 인터넷이 끊기자 비로소 보인 사람과 자연

파미르고원 Day1 (오쉬 - 사리모골 - 툴파르콜 호수)

by MUSSMUSS


파미르 1일차...
별이 쏟아지는 밖...유르트 안은 페치카 석탄타는 냄새가...

파미르 별들 2.png 아쉽다...핸드폰 카메라로는 다 담을 수 없었던 별들...




키르기스스탄의 비슈케크에서 오쉬로 넘어와 두샨베에서 사마르칸트로 넘어가기 전까지, 약 열흘을 파미르 고원 지역에서 보냈다. 그 중, 일주일은 파미르 고원 투어에 참석했다. 투어 중 방문한 도시는 아래와 같다.


[7 days Pamir tour from Osh to Dushanbe]

키르기스스탄 오쉬(Osh) – 사리모골 마을(Sarymogol Village) – 툴파르콜 호수(Tulparkol Lake, 레닌봉 베이스캠프) – 타지키스탄 국경 통과 – 카라쿨 호수(Karakul Lake) – 무르갑(Murghab) – 알리추르(Alichur) – 불룬쿨 호수(Bulunkul lake) – 와한 계곡(Wakhan Valley) – 랑가르(Langar) – 종(Zong) – 얌춘 요새(Yamchun Fortress) – 이쉬카심(Ishkashim) – 호로그(Khorog) – 다르보즈(Darvoz, 칼라이쿰 Kalaikhum) – 두샨베(Dushanbe)




파미르 투어의 출발지는 2,000년 역사의 오쉬 시장만큼이나 붐볐다. 세계 각지에서 온 여행자들이 자기 몸보다 큰 배낭을 멘 채 모여 있다. 이 날의 파미르 투어는 총 두 팀, 8명이었다. 동양인은 나와 인도네시아에서 온 20살 여대생 두 명이었고, 영국, 프랑스, 캐나다, 미국, 포르투갈, 스위스 각 한 명씩, 총 8개의 나라에서 모두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었다. 배낭 여행자들답게 통성명이 끝나자 마자 각자의 무용담 보따리를 푼다. 중앙 아메리카를 일주하며 과테말라 푸에고 화산 투어를 막 마치고 온 친구, 영어를 가르치며 동남아에서 일 년을 보내다 돈을 모아 중앙아시아로 온 친구, 회사 생활이 더러워서 퇴직 후 세계일주를 하는 친구...


배낭 여행의 묘미는, 여행 그 자체에도 있지만, 이렇게 만난 친구들의 스토리, 인생을 그들의 목소리로 들을 수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이 너무 재미있고, 내가 상상도 못했던 스토리이지만, 때로는 모두를 침묵에 빠지게 하는 슬픈 스토리도 있다. 하지만, 이 곳에서는 자신의 스토리를 말하는 사람, 그리고 듣는 사람 모두가 오은영 박사가 된다. 상대방의 이야기에 경청하고, 반응하고, 진심을 담아 해 주고 싶은 이야기를 해 준다. 이렇게 며칠을 같이 다니면, 서로가 자신의 많은 것을 털어 놓을 수 있는 친구이자 카운슬러가 된다.




파미르에는 뭔가를 살 수 있는 곳이 많지 않아, 우리는 슈퍼마켓에 들러 물과 개인 간식을 구입했다. 보통 과일과 견과류를 샀는데, 나는 물과 현지 맥주, 그리고 전통 빵인 리표시카만 단출하게 챙겼다. 이제 진짜 출발...우리 차 드라이버는 키 190cm의 거구, 타지크인 무함마드였다. 두샨베에서 출발한 다른 파미르 팀을 오쉬까지 데려 온 후, 이 곳에 머물며 우리 팀을 기다렸다고 한다. 향후, 나는 그와 절친이 된다. 그리고, 많은 이야기를 하게 되는데...그와의 이야기는 중간중간 풀겠다.

IMG_E6222.JPG 조용히 할 말 다하는 My Bro 무함마드...


오쉬 시내를 벗어난지 얼마 안되어 파미르의 대자연이 보이기 시작한다. 파미르 알라이 계곡 (Alay valley)의 사리타쉬 (Sary-Tash) 마을을 가기 위해 넘어야 하는 탈드이크 고개(Taldyk Pass)에서 첫 번째 휴식을 취했다. 이 고개는 고도가 3,615m이다. 불과 3시간이 안되어 백두산 천지보다 높은 곳에 도달한 것이다. 이 곳에서 내려다 보는 경치는 너무 훌륭하여 파미르를 대표하는 사진 스팟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는 1930년부터 1932년 사이에 건설된 파미르 하이웨이(오쉬와 호로그 연결, M-41도로)가 이 고개를 통과하는데, 높고 가파르고, 위에서 보면 구불구불한 이 도로에는 여전히 많은 건설 트럭들이 흙 먼지를 일으키며 다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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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내가 찍은 여름의 Taldyk pass 와 (오른쪽) 인터넷에 있는 봄의 모습


우리는 사리타쉬 마을의 Akun guest house에서, 우리로 치면 기름지고 멀건 갈비탕 (Beef soup) 같은 것을 먹고, 점점 고원 안으로 들어가 툴파르콜 호수로 향했다. 고도는 같은 3,600m인데, 고원 안의 날씨는 급격히 서늘해졌고, 약한 빗줄기도 보였다. 하지만, 눈에 비친 모든 광경이 너무 이뻤기에, 빨리 차에서 내려 이곳을 직접 밟고 싶은 마음 뿐이었다. 호수가 보이니 다시 한번 차에서 내려 포토 타임의 기회를 준다. 이 곳은 공기가 너무 맑아, 산이나 호수가 아주 가까워 보이지만 실제는 거리가 꽤 되서, 한번 지나면 다시 이곳으로 걸어오기가 힘들기 때문에, 여기서 내려 호수와 우리가 묶을 유르트의 광경을 찍으라는 것이었다. 나중에, 유르트에서 호수가 별로 안 멀어 보여서 걸어 가봤는데, 보기보다 한 5배는 멀었다. 몇 해전 몽고 초원에서처럼 눈이 맑아지는 느낌이 벌써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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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사진 가장 높은 언덕 위 유르트가 우리의 숙소...호수에 발 한번 담그려다 죽을 뻔함.




유르트에 짐을 풀고 나와 보니, 날씨가 맑아져 있었다. 바로 산책을 한다. 지도...그까이꺼는 필요 없었다. 그냥 뻥 뚫린 자연...어디든 가고 싶은 곳, 보이는 곳으로 가면 됐다. 호수를 향하다 보니, 어디선가 동물 울음소리가 들린다. 바로 옆을 보니, 엄청난 수의 야크떼가 지나가고 있었다. 겁나 큰, 뿔도 달린 야크가 겁 많고 순한 동물인 것을 나는 몰랐다. 혼자 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 그냥 나도 한 마리의 아크처럼 무리 안으로 들어가 보기로 했다. 인간 따위는 안중에 없는 야크...20m, 10m 점점 다가가니, 움직이던 아크떼가 동시에 얼음이 된다. 그들은 나보다 100배는 더 고민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커다란 눈망울로 내 눈치를 본다. 5m...3m...얼음땡 놀이 끝에 야크떼 안으로 들어가자, 그 귀요미들은 엄청 눈치보며 나에게 길을 내주며 피해 간다. 너무 미안해서 “얘들아...난 단지 너희들과 섞이고 싶어서...”라고 말했지만, 그들은 길가의 똥더미를 피해가듯 내 옆을 조심스레 지나갔다. 아, 야크가 이렇게 귀엽고 순한 동물이라니...그리고, 내가 수십마리가 넘는 야크떼 한 가운데 서있다니...(나중에 들으니, 이런 목축 야크 외에 야생 야크는 이제 사라졌다고 한다. 너무 순해서 사람들에게 모두 잡힌 것 같다. 불쌍한 야생 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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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에는 야크 외에도, 말, 소, 양...뭐가 참 많다. 그들은 맘대로 돌아 다닌다. 중간에 목동 두 명을 만나고서야, 사람이 키우는 애들임을 깨닫는다. 강아지라고 하기엔 큰 개 한마리와 같이 다닌던 목동들은...몇 발짝 걷다 걍 자빠져 잔다. 만약에 이게 직업이라면, 땡보직이다. 한 여행자가 드론으로 주변을 찍다, 나자빠져 자고 있는 목동과 강아지를 발견한다. 드론의 윙윙 거리는 소리에 검은 소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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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나자빠져 자는 목동, (중간) 자는 목동을 드론으로 찍는 여행자, (오른쪽) 난 모르겠고, 쉬는 소


저녁 식사 후 나가보니, 금새 어둠이 찾아왔다. 유르트 내의 작은 등과 핸드폰 불빛만 반짝였다.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파미르에서의 첫 날밤...오랜만의 고요하고도 아름다운 밤이 시작된다. 별들이 하나 둘 씩 조용히 찾아온다. 난 쏟아질 듯이 많이 별들을 두 번 정도 본 듯하다. 난 이런 걸 별폭탄이라고 부르는데, 첫 별폭탄은 미국 캘리포니아 요세미티 국립공원 내의 산장에서 였다. 천문학은 커녕 별 따위에 전혀 관심이 없었던 나였지만, "아...하늘에 이렇게 많은 별들이 있었다니...이렇게 자연이 멋진 광경을 만들 수 있다니…"라는 말을 끝없이 되뇌인 기억이 있다. 더욱이, 불과 30분 동안 별똥별을 10개 이상 보고, 볼 때 마다 기도하고, 눈뜨면 또 봐서 또 기도하고 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 다음 별폭탄은 내몽고에서 였다. 북경에서 일을 하던 친구와 함께 야간 열차를 타고 간 내몽고. 거기에서 요세미티에서 보았던 그 별들을 다시 만났다. 오랜 친구들을 다시 만난 듯 기뻤고 (다만, 내몽골에서는 별똥별을 거의 못 봤다), 또 다시 만날 날을 약속했는데...오늘 여기 파미르에서 나는 약속을 지킬 수 있었다. 다시 본 별들..."별님들, 휴대폰 카메라의 발달로 이제는 흐릿하게 나마 담을 수 있어서 좋아..."


파미르는 첫날부터 나에게 많은 선물을 주었다.




내일 아침 일찍 트레킹이 시작되어, 유르트로 들어간 시간은 9시 조금 넘어서였다. 이상하게 잘 때 되니까, 숨이 더 가빠온다. 유르트 주인이 땔감과 신문지 찢어 만든 종이 몇 장, 그리고 우리가 흔히 보던 유엔 성냥을 놓고 간다. 불 피우라고...오랜 만에 본 전통 난로, 러시아식 페치카와 유엔 성냥...그리고 화력이 짐작 안되는, 지금 막 산에서 캔 석탄같이 생긴 땔감...과거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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땔감의 화력은 굉장했다. 막상 불이 붙으니 유르트 안이 땔감 타는 냄새와 건식 사우나와 같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찼다. 두꺼운 바지에 겹겹이 입은 웃옷들, 그리고 깔깔이까지 다 벗어야 했다. "이러니 이 곳에도 사람이 살 수 있구나"라고 생각되었다. 그리고, 이런 난로 시스템의 특징은 한 발짝만 더 가까이 가도 겁나 뜨거워 진다는 점이다. 가까이 가면 마치 온돌의 아랫목처럼 뜨겁고, 조금 멀리 떨어지면 윗목처럼 따뜻하다. 오랜만에 따뜻함을 촉각 뿐만 아니라, 후각으로도 느끼며 포근하게 잘 수 있었다...새벽 2시까지는.


난로도 녹일 듯 했던 땔감의 불은 새벽 2시에 죽었다. 어째 초반에 너무 타더라...불이 죽자 해발 3,600m 높이의 땅에 고이 숨어있던 찬 기운이 금새 올라왔고, 나는 핸드폰 불빛에 의존해서 벗었던 옷을 주섬주섬 다시 다 입을 수 밖에 없었다. 새벽 네 다섯 시에는 마치 겨울에 캠핑하며, 술 쳐먹고 침낭도 없이 텐트 바닥에 자빠져 자고 있는 것처럼 추웠다. 그러나, 술에 취해 몸은 움직일 수 없는...뭐, 그런 느낌이었다. 아, 좀 전까지 풀 태운 냄새가 가득한 뜨스한 건식 사우나였는데...이런 생각을 하며 비몽사몽...




파미르에서의 첫 날이 지나갔다.


하루 전만해도 복잡한 도시에 있던 나...시도때도 없이 울려대던 스마트폰은 사리모골을 지나자 잠잠해졌다. 그리고, 그제서야 자연과 사람이 온전히 보였다...


오랜만에 느낀...그러나, 더없이 좋은...

인터넷이 끊기자, 어디론가 사라졌던 내 영혼이 깨어난 기분이 든다...


IMG_6247.JPG 왼쪽 유르트가 내가 잔 유르트...종이와 석탄 타는 냄새가 그립다...




[ 부록 : 투어 Day 1 ]


키르기스스탄 오쉬(Osh) 시내 – 탈드이크 고개(Taldyk Pass) - 사리타쉬 (Sary-Tash) 마을 - 사리모골 마을(Sarymogol Village) – 툴파르콜 호수(Tulparkol Lake)


오쉬에서 출발하여 약 5시간 동안 사리모골 마을로 이동한다. 탈드이크 고개 (해발 3,600m)에 도착하면 초원이 펼쳐지고 야크들이 풀을 뜯는 평화로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사리모골 마을 도착 후, 인근의 툴파르콜 호수 (해발 3,500m) 유르트 캠프에 짐을 푼다. 유르트 도착 후,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경우에 따라 도착 시간이 이르면, 여행자 고개 (Traveler’s Pass, 해발 4,130m)로 향하는 하이킹을 한다. 우리 팀의 경우엔, 하이킹을 Day2에 했다. 산책 후에는 저녁 식사 후 전통 유르트에서 숙박한다.


이동 거리/시간: 250km / 약 5시간

인터넷: MegaCom을 이용 가능하다고 했으나, 전원 안됐음...사실, 안되는게 나았음...

전기: 저녁 식사 이후 이용 가능 (보조 배터리 지참 권장)

숙소: 전통 유르트, 공동 샤워실 및 화장실(야외)...이건 다음에 다시 쓰겠다....할 말이 많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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