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없는 정보 공유편) 일반인이 가는 파미르 여행 코스
[ Pamir tour : 7~9 days from Osh to Dushanbe ]
나의 파미르 여행기로 곧바로 들어 가려다가...이번 편에서는 파미르 고원 투어에 대해 잠시 설명하고자 한다. 감정, 느낌, 내 의견 따위는 없는, 그저 정보 공유의 글이기에 재미는 없지만, 그래도 앞으로 이어질 내 여행기와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혹시나 파미르 여행을 준비하는 분들께는 도움이 될 듯하다.
학생 때 배운 "세계의 지붕"...이것이 우리가 아는 파미르의 전부일수도 있다...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파미르 고원. 우선, 지도로 이곳이 어디인지를 보면 아래와 같다. 우리가 여행하는 지역 기준으로 말하면, 파미르 고원 대부분은 키르기스스탄과 타지키스탄에 포함된다. 하지만, 중국 서부나 파키스탄 북부, 그리고 그 유명한 와한 회랑 (와칸 계곡)을 국경으로 아프가니스탄과도 직접 연결된다. 또한, 크게 보면, 아시아와 유럽을 있는 유라시아 대륙의 심장부에 위치해 있는데, 이러한 지정학적 중요성으로 인해 파미르 지역은 19세기 제국주의 열강들의 놀이터가 된다. 러시아 제국과 대영 제국 사이의 '그레이트 게임 (The Great Game)'이 대표적인데, 이에 대해서는 본 매거진 시리즈의 끝 쪽에서 따로 다루겠다.
파미르 고원을 여행하는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여행 경험이 많은 전문가가 아닌 이상, 갈 수 있는 곳이나 이동 방법이 거의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즉, 일반 여행자에게는 선택지가 별로 없다. 오프로드가 대부분이라 4륜 구동 차는 필수인데, 그나마 오프로드 상태가 좋지 않다. 또, 시기에 따라 꽤 깊어지는 강도 차를 운전해서 건너야 하고, 한 겨울이 오기 전부터 끊긴 길도 많다.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문제가 생겼을 때 문제를 해결해 줄 곳을 찾기 힘들다는 문제"이다. 길을 잃어도, 차가 고장나도...스스로 해결해야 할 때가 많다는 뜻이다. 따라서, 일반 여행자는 결국 에이전시(여행사)를 낄 수 밖에 없다. 물론, 여기에는 게스트하우스 등에서 같이 갈 사람을 모집하고, 그들끼리 드라이버와 차를 수배하는 것도 포함한 개념이다.
파미르 투어는 보통 7~9일 일정이며, 긴 것은 2주 짜리 투어도 있는데, 일정과 관계없이 실제 방문하는 도시는 거의 동일하다. 즉, 일정이 긴 투어는 중간 중간에 주변을 트레킹하는 일정이 추가되거나 야크 타기 등의 현지 체험이 추가되어, 한 마을에 머무르는 시간이 조금 늘어나는 것이다. 예로, 7일 코스와 9일 코스의 차이는 중간에 트레킹을 두 번 하느냐, 네 번 하느냐의 차이일 뿐, 방문하는 도시나 숙소 등의 다른 내용은 모두 동일하다는 뜻이다. 따라서, 트레킹을 한번이라도 더 하면서, 파미르의 자연을 조금 더 즐기고 싶은 사람은 9일 일정이 훨씬 더 좋고 (비용 추가도 크지 않다. 9일 투어는 7일 투어 대비하여, 추가 2박 숙소 및 식사 등을 모두 포함하여, 약 $60~80, 즉 한화로 약 10만원 정도만 더 내면 된다), 고산에서의 빡센 트레킹보다는 파미르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는 것을 원하는 사람은 7일 투어를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이렇게 에이전시를 통해 파미르를 간다면, 여행의 출발지와 도착지는 이미 결정이 된 것이나 다름없다. 물론, 아주 가끔 호로그같은 곳에서 조인하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거의 99%는 키르기스스탄의 오쉬 (Osh)와 타지키스탄의 두샨베 (Dushanbe)에서 출발을 한다. 즉, 오쉬에서 출발할 것인가, 아니면 역방향인 두샨베에서 출발할 것인지만 다를 뿐, 여행 코스는 같다는 뜻이다. 또한, 여행 코스 역시도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번째는 고대의 오리지널 실크로드 코스로서, 아프가니스탄의 와한 밸리를 끼고 도는 코스(위 지도의 오렌지색 코스)이다. 두번째는 새로 만들어진 파미르 하이웨이 (M-41)을 따라 무르갑과 호로그를 바로 이동하는 것(위 지도의 빨간색 코스)이다.
파미르 여행의 출발지를 오쉬로 할까, 두샨베로 할까, 혹은 여행 코스를 와한 밸리 코스로 할까, 파미르 하이웨이 코스로 할까를 많이 궁금해 한다. 실제 파미르를 직접 다녀온 내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위의 두가지였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람마다 달라요"이다. 아주 무책임하고, 비겁하며, 질문한 사람에게 전혀 도움이 안되는 답변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정말 이것은 본인의 중앙아시아 전체 여행 코스(In-out 도시나 국가별 여행 순서 등)나, 고산에 대한 적응과 같은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 좋다. 일 예로, 두샨베 출발은 고산 적응에 유리하다. 왜냐하면, 위의 지도에서 보듯, 해발 고도가 낮은 곳에서부터 4~5일차까지 천천히 올라가기 때문(첫날 두샨베 고도는 706m이고, 2일차 칼라이쿰 고도 1,268m, 3~4일차 호로그 고도는 2,126m로, 고도가 3,600m 이상인 4~5일차 불룬쿨이나 무르갑 마을 전까지는 천천히 고도 상승)이다. 또한, 숙소를 포함한 파미르 생활에 대한 적응 측면에서도 유리한데, 즉 숙소도 고도가 올라갈수록 점점 열악해지므로 이에 대한 적응 측면에서는 더 좋다. 인터넷, 와이파이, 화장실이나 샤워실 정보는 내가 직접 겪은 이야기를 뒤에서 사진과 함께 풀겠다. 반면에 오쉬 출발은 첫날부터 압도적인 파미르의 장관을 체험하고, 오히려 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고산에서의 트레킹까지 체험하므로, 힘든 만큼이나 파미르를 날 것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체력이 좋은 초반에 두 번의 트레킹 (보통 1일차와 4일차에 트레킹을 함)을 하여 나머지 일정을 큰 무리없이 보낼 수 있다는 장점도 있고. 이런 장단점으로 인해, 여행사들도 두샨베 출발과 오쉬 출발 상품을 모두 구비하고 있으니, 만약 패키지 여행이 아니라 자유 여행을 간다면, 자신의 전체 중앙아시아 일정와 여행사의 각 코스별 일정을 확인하여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아, 앞서의 무책임한 답변이 계속 머리에 멤돌아...내 개인적인 생각을 그냥 말하련다. 나는 "오쉬 출발이 좋다고 생각한다. 일정은 9일이, 그리고 오리지널 파미르 코스인 와한 밸리 코스"를 추천한다...끝.
마지막으로, 파미르 투어에서는 앞서 말한 대로 토요타 랜드크루저나 라브4와 같은 4륜 구동 차가 필요하고, 총 투어 인원은 보통 드라이버 포함 다섯 명이다. 여행사 투어도 그렇고, 현지 조인도 마찬가지인데, 투어 가격은 보통 차량 한 대 가격으로 산정되므로, 총 투어 인원에 따라 개인당 가격은 바뀌게 된다. 2025년 8월 기준으로, 보통 7일 투어에 대한 차량 한대의 가격은 $1,600~1,800이므로, 네 명이 모였다는 가정 하에 일 인당 가격은 약 $400~450이다. 여행사 투어 상품을 이용할 경우에는 7~9일 투어는 대략 $500 수준이다.
아...하필 투어 가격으로 글이 끝나다 보니, 이 브런치 매거진이 내 파미르 여행기가 아닌 여행 정보 혹은 광고글 같기도 하다...나 역시 혼란스럽다. 심지어 쓰다보니, 파미르 지역의 고대/중세/근대 역사 (스키타이부터 소비에트연방까지)도 써야할 것 같고, 앞서 언급한 '그레이트 게임'도 한 편의 글로 쓰고 싶다는 유혹에 빠진다. 또, 왜 이곳은 평균 고도가 5,000m 이상이며, 산들이 다 높은지, 또는 화산도 없는데 뜸금없이 산 위에 온천이 왜 있는지 등의 지질학적 정보도 쓰고 싶어 진다. 미친 것 같다...
다음 편부터는 바로 내 파미르 여행 1일차를 쓰겠다. (의지의 표시로 아래에 첫 날 사진을 한장 올린다. 난 가장 오른쪽 유르트에서 잤고, 문 열린 게 우리 차다. 차 앞 쭈구리는 내 찐Bro가 된 드라이버 무함마드이며, 그네에 나자빠진 놈이 절친 루벤이다...기대하시라...)
대신에, 파미르와 관련된 다양한 지식이나 특정 주제 설명, 혹은 여행 정보나 팁 등에 대해서는, 내 파미르 여행기가 다 끝나고...부록과 같이 하나하나 올리도록 하겠다. 지금은 쓰고 싶어도...이렇게 약속을 안하고 지나가면 분명 게을러서 안 쓸게 뻔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