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파미르 고원으로 떠나다

세계의 지붕 파미르 고원...인생의 선물

by MUSSMUSS


Crossing icy mountains, men suffer from cold and hunger (Xuanzang)
Pamier…so lofty and cold that you do not even see birds.
Fire does not burn brightly. (Marco Polo)

그렇다. 모두 세계의 지붕이라고 불리는 파미르 고원에 대한 이야기다.




7세기에 이 곳을 지나간 현장(Xuanzang) 법사에게 파미르 고원은 불교적 깨달음을 향한 험난한 여정의 일부였다. 예나 지금이나 무언가를 깨닫기 위해서는 고난이 수반되는 듯하다. 순례자로서의 여정을 시험받기라도 하듯, 그의 표현처럼, 파미르 자연은 험난 그 자체였다. 그는 "찌를 듯이 맹렬한 바람때문에 극심한 추위를 겪었다”고 기록했고, 더 나아가 여행자들을 위협하는 ‘사나운 용’의 전설도 기록했는데, 특히 ‘붉은 갈색’ 옷을 입은 여행자들이 용의 표적이 된다고 했다. 뭘 봤길래, 대체 어떤 감정이었길래 이런 표현을 썼는지, 그리고 붉은 갈색 옷을 입은 사람은 누구를 가르키는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확실한 것은 대자연에 대한 경외감과 여정의 험난함에서 온 다양한 감정이 교차된 표현이라는 점은 확실한 듯하다.


이렇게 순례자 현장은 파미르 지역의 가혹한 자연 환경과 초자연적 존재에 대해 기록했다. 현장 법사가 실제 어떤 계절, 몇 월에 파미르 고원을 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일 년 중 가장 따뜻하다는 7월 말부터 8월 초까지 파미르 지역을 여행한 나 역시도...현장 법사가 표현한 가혹한 추위와 바람이 뭔지는 알게 된다.




13세기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에게 파미르 고원은 기회 땅이었을 것이다. 마르코 폴로는 파미르 고원을 ‘세상에서 가장 높은 곳(the highest place in the world)’ 이라고 묘사하면서, "이곳은 너무 높아, 우리는 새도 볼 수 없었고, 불 역시도 밝지가 않다"라고 말한다. 역시 상인이라 그런지, 현장 법사와는 다르게 매우 현실적인 표현이다. 또, 그는 고원에서 본 거대한 뿔을 가진 양(Marco Polo sheep)에 대해 기록했는데, 그 뿔의 길이가 여섯 뼘에 달했다고 했다. 이 또한 매우 구체적인 현실 묘사인데,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기록된 이 양의 이름이 결국은 ‘마르코 폴로 양’이 되어 아직도 그렇게 불린다는 것이다. 상인으로서의 그의 시선은 자연에의 호기심, 그리고 새로운 사업 기회에 대한 기대로 가득 차 보인다.


마르코폴로 양.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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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코 폴로 양


현장 법사와 달리, 마르코 폴로는 이 지역을 좀 더 현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본 듯한데,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산과 자연, 혹은 지나가는 양에 대한 구체적 묘사를 한 것은 아마도 현재 이곳을 지나는 나의 시선과 비슷하지 않을까 추측해 본다. 나도 트레킹할 때, 나에게 길을 내어 준 엄청나게 큰, 그러나 완전 I처럼 수줍어하는 야크를 여기서 처음 봤다면, 귀여운 이름을 지어줬을 것이다.




한 달이 넘는 이번 중앙아시아 배낭여행.


나는 이번 중앙아시아 여행의 테마를 '시간 여행'으로 잡았다. 매번 여행을 떠날 때마다 '테마'를 정하고 떠나진 않는다. 물론, 여행 중에 꼭 하고 싶은 일이나 해야 하는 일도 있고, 유독 많은 시간을 보내는 일이 있곤 한다. 예를 들어, 대도시로 여행을 가면 나는 꼭 문화 행사, 스포츠 행사나 공연을 보려고 노력을 한다. 뉴욕에 가면, 그 유명한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있고, 오프-브로드웨이의 실험적인 공연들, 그리고 특정 시즌을 잘 맞추면 링컨 센터에서 하는 발레 공연들도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공연 관람이 여행의 중심이 되면, 테마가 '공연 여행'으로 되는 것이고...뭐 없어도 그만인데, 이번 중앙아시아 여행은 시간 여행으로 잡고 싶었다.


배낭 여행을 마음먹은 후, 어디로 갈까 고민을 엄청 했다. 그 과정에서 공부도 많이 했다. 결국, 세 후보가 정해졌다. 아프리카, 남미, 중앙아시아. 모두 자연 경관이 아름다운 곳이다. 나에게 익숙하지 않았을 뿐, 그들만의 독특한 역사와 문화도 있다. 다만, 알아보면 볼수록 중앙아시아가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가장 큰 이유는 세 지역 중에 가장 가깝고, 실제 오래 전부터 한국과 교류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주변에 가 본 사람도 제일 적었고, 우리에게 가장 안 알려진 지역이라는 점이었다.


거기 뭐가 있긴 해?
위험한 지역 아냐? 그 뭐...테러리스트, 텔레반 나오는데...

"와아, 저런 무식한 새끼들...질문 꼬라지 봐라..."라고 말하고 싶은데, 나 역시도 이번에야 새롭게 알게 된 것이 너무 많았다. 처음엔 중앙아시아 여행책을 읽었다. 나온지 10년이 넘은 '론리 플래닛'이었는데, 이 책의 장점은 간략하지만 각 국가의 역사가 요약된 점이다. 이 책 덕분에 나 역시도 'One of 무식한 새끼들'임을 확인한 나는, 정식 역사책인 '중앙아시아사, 아틀라스 중앙유라시아사, 인류본사' 등의 역사책과 함께 '중앙아시아 인문학 기행'과 같은 책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시간 여행'을 계획한다.


7세기 현장법사와 혜초스님이 지나간 중앙아시아의 도시들, 특히 파미르 지역은 천년이 지난 지금도 그 모습 자체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그 후에도, 13세기 마르코 폴로, 14세기 학자 이븐 바투타, 19세기 탐험가 존 우드가 이 곳을 지나며 글을 남겼다. 거기에서 나는, 하나의 같은 장소가 각기 다른 여행자들의 동기와 목적에 따라 어떻게 완전히 다른 의미를 지니게 되는지를 느꼈다. 그리고, 그들의 여정을 복기하며, 이 파미르 지역에 대한 나만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이것이 시간 여행으로 테마를 잡은 이유이다.


결론부터 말하면...약 열흘 정도의 짧은 기간이었지만, 파미르 지역은 말로 표현할 수 없고, 카메라로 담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곳이었고...시간 여행을 통해 뭔가 의미를 찾으려 한 나의 노력은 "의미없는" 일이었다.


이제...파미르 여행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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