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7. 파미르의 주인 눈표범...

파미르 고원 Day 3 : 눈표범 보호소, 아크발릭 호수, 알리추르 마을

by MUSSMUSS


내 최애 동물은 표범 (개 제외)...
아프리카 사파리에서 본 야생 표범...한눈에 반했다.

그리고 이 곳 파미르, 그의 친척 눈표범에 다시 빠지고 만다.
눈표범이여...다시 파미르의 주인이 되거라!

파미르 눈표범 보호소 (Snow leopard sanctuary)에서...귀요미들...




파미르 투어 Day 3...


컨테이너 시장도 제대로 못보고 뭔가 찜찜하게 무르갑을 떠난다. 오늘의 목적지 알리추르(Alichur) 마을까지는 약 2시간...M41 고속도로를 타자, 다들 피곤한 듯...차 안은 오랜 침묵이 흐른다. 드라이버 무함마드가 갑자기 우리에게 묻는다.


"너네, 혹시 동물은 좋아하냐?"


이렇게...각자의 동물 사랑 스토리가 시작되었다. 어릴 때부터 동물을 몇 마리 키워 봤다느니, 어디어디가서 이런 동물까지 봤다느니...그러자, 무함마드는 "그럼 눈표범(White Leopard) 보러 가자"고 한다.


헐......눈표범...차 안이 난리가 났다...

"진짜 살아있는 눈표범? 중앙아시아 동물원에도 없던데...정말?"


사실 중앙아시아에 오기 전부터 눈표범(Snow leopard)은 나의 최애 동물 중 하나였다. 몇 년 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크루거 국립공원에서 실제 살아있는 표범을 본 이후로, 표범은 나의 원픽이 되었다. 나는 표범의 털과 무늬가 좋다. 너무너무 사랑한다. 동물원에서 볼 때는 잘 몰랐는데, 실제 야생에서 본 이후로...


"누가.....그리고 어떻게 저런 이쁜 디자인을 탄생시킬 수 있었을까?" 정말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정도였다.


여기서 잠깐, 여러분들도 이런 상황을 한번 상상해 보시라...우선 아래처럼 아무 무늬가 없이 하얀, 맨 몸둥이의 동물에 여러분이 무늬를 그린다고 생각해 보자. (바우와우야, 미안해...난 진짜 개를 좋아해. 그냥 하얗고, 눈에 검은점 하나만 있는 너도 사랑하고...단지, 여기선 새하얀 몸의 적당한 모델이 없어서 널 썼을 뿐야...)


단, 여러분은 표범이나 얼룩말, 젖소 등을 본 적이 없다. 즉, 표범 등이 창조되기 전...여러분이 마치 신이 되어, 저 하얀 몸에 뭔가를 맘대로 그릴 수 있다고 가정한 후, 무늬를 디자인 해보자. 그리고 나서, 여러분의 상상과 아래의 실제 눈표범과 표범의 무늬를 비교해 보라. (가슴에 손을 얹고...)


"정말 표범의 무늬는...말이 안되는...예술의 극단이라고 말할 수 있다"


흔히 말하는 신이 빚은...위대한 창조물인 것이다. 난 진화론과 창조론을 잘 모르지만, 아마 내가 진화론을 믿었다가도, 표범의 무늬로 인해 창조론 쪽으로 마음을 돌릴 정도......음, 이건 너무 나간듯 하지만...


여튼, 표범의 무늬는 정말 예술이다. 어떤 Reference가 없다면...누구도 이런 디자인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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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보면 더 놀랍게 이쁜 표범의 무늬...(feat. 미안하다, 바우와우야...)




심심하여, 위의 바우와우 사진을 주고, 제미나이 나노바나나에게 "럭셔리하고, 매우 화려하고 고급지면서, 예술적 감각을 가진 무늬를 디자인 해달라"고 했다.


"이런...아씨...이게...지금...우리 바우와우가......."

(feat.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의 중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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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우리는 파미르 눈표범 보호소 (Snow leopard sanctuary)를 가게 된다.


TV에서 본, 고산 지대의 수직 절벽에서 아이벡스를 사냥하는 눈표범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있었다. 눈표범의 또 다른 킬포(Killing point)는...얼굴 만한 발바닥과 몸통 만한 꼬리...단연 귀여움 세계 1등이다.


그러나, 슬프게도 중앙아시아와 남아시아 고산 지대에 사는 눈표범은 멸종 위기다. 이런 이유로, 잘 알려져 있진 않지만...10월 23일은 세계 눈표범의 날이다. (https://n.news.naver.com/article/016/0002546461)


히말라야 양과 시베리아 아이벡스, 마르코 폴로 양 등을 사냥하는 눈표범은 해발 3,000~5,500m 이상의 고산 지대에 살기 때문에, 야생에서 실제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중앙아시아를 여행하며, 나는 공원이나 박물관에서 '히말라야의 주인' 눈표범의 동상을 자주 봤다. 그러나, 아쉽게도 눈표범을 볼 수 있는 동물원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았다. (어쩌면 보호종이라 동물원에는 없을수도...)


눈표범 보호소는 무르갑에서 알리추르 마을로 가는 중간에 있다. 그 주변에 가면, "아, 여기구나"라고 한눈에 알수 있는데, 그 이유는 황량하고 드넓은 평원에 높이가 약 5m 이상 되는 철창이 평원을 둘러 쌓고 있기 때문이다. 모르고 이 곳을 지나쳤다면, “왜 평원 한 복판에 군 시설이 있지? 철조망은 왜 또 이렇게 높아?”라고 생각했을텐데...절벽을 점프해 다니며 사냥을 하는 눈표범의 모습을 상상하면, 철창이 그리 높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도착하여 가까이 가보니, 염소 한 마리가 철창 안에서 우리를 보고 다가 왔다. 뭔가 상황을 아는 내 입장에서는, 마치 우리에게 제발 꺼내달라고 요청하는 것 같아 불쌍하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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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조망에 안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염소...눈망울이 오늘따라 더 슬퍼 보인다...




안으로 들어가자, 낮잠 자다 막 일어난 듯한 할아버지가 나오며, 입장료 20소모니(=$2)를 내라 하신다. 차 안에서 눈표범 본다며 생난리를 치던 우리들...하나둘씩 포기하며, 8명 중 결국 나와 미국친구, 둘만 들어갔다.


입장료 할아버지이자...이 곳 디렉터겸 조련사인 주마 씨는 우리 둘에게 열심히 눈표범을 설명해 주었다. 현재 이 곳에는 총 4마리의 눈표범이 있는데, 다들 어린 개체이며, 야생성을 가르친 후 자연으로 돌려 보낸다고 한다. 생김새와 달리 장난기 있는 아저씨...우리에게 “마침 눈표범들이 오늘 아직 식사를 안 했으니, 둘이 들어가면 딱"이라고 한다. 매우 서양식 조크였다.


철문을 통해 눈표범 거처로 들어갔다. 마침 낮잠을 자다 일어난 눈표범은 비몽사몽. 아쉽게도 뛰어 다니지는 않고, 그냥 누워서 우리를 보는데...어린 놈 눈매가 장난 아니었다. 실제 야생에서 만났으면, 바로 눈 깔았을 듯하다.


눈표범 우리의 바로 뒤는 세찬 강물이 흐르는 강, 그 뒤는 파미르 고원...


물론 갖혀있긴 하지만...눈표범을 이렇게, 그들이 진짜 살고 있는 파미르 고원을 배경으로 보니, 뭔가 다른 느낌이 든다. 사람으로 인해 멸종 위기가 되고, 그런 사람들에 의해 보호 받고 있는 그들이...빨리 멸종 위기에서 벗어나, 다시 이곳을 자유롭게 누볐으면 하는 마음이다.


눈표범들아, 지구 온난화로 좀 덥겠지만...
열심히 사냥하고 아이도 많이 낳아, 다시 파미르의 주인이 되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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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에 있는 아이 눈표범...우리에 들어가서 같이 놀고 싶었다...




주마는 눈표범 우리 바로 뒤편 강으로 우리를 데려 간다. 강은 U자형으로 크게 굽이쳐서 흘렀는데, 이곳에 물고기가 많다고 한다. 어제 카라쿨 호수에는 왜 물고기가 없냐고 물었다가 무함마드에게 혼난 나는, 또다시 물고기 질문을 했다. 즉, 타지키스탄은 바다와 접해 있지도 않고, 가장 큰 호수인 카라쿨에도 물고기가 살지 않는다면, 생선이 매우 비싸지 않느냐는 것이었다. 당연히 “그렇다”는 짧은 답변을 기대했는데, 무함마드는 고민 끝에 "그렇지 않다"고 한다. 우선, 우리가 내일 갈 불룬쿨이라는 호수(Bulunkul Lake)에는 물고기가 아주 많고, 거기 말고라도...원한다면 지금 바로 물고기가 많은 호수에 가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게 들른 호수가 아크 발릭 호수(Ak balyk spring or lake)였다. 사실상 샘처럼 작은 호수인데, 이 샘은 파미르 산맥에 있는 매우 성스러운 곳으로, 무르갑에서 알리추르 마을로 가는 길에 위치(마을 동쪽 약 10km)하고 있다. 키르기스어로 '악/아크'는 '흰색', '발릭'은 '물고기'를 의미하여, '아크 발릭(Ak Balyk)'은 '하얀 물고기'라는 뜻이다. 이 샘은 물이 너무 맑아 바닥까지 볼 수 있는 데다가, 색깔 또한 파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너무나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직접 가보니, 이름과 달리 호수의 물고기가 하얀색으로 보이지는 않았지만, 진짜...물은 맑았고, 많은 물고기가 살고 있었다. 말 그대로 물반 고기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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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너무 이쁜 아크 발릭 호수...


물고기들을 보며 우리 모두는 비슷한 생각을 했다. 호수가 샘처럼 작고, 물고기가 엄청 몰려 다니기 때문에, 뜰 채만 하나 있어도 이 안에 있는 물고기를 다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이 곳에는 항상 물고기가 많다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었다. 무함마드는, 바로 옆 알리추르 마을 사람들이 여기서 물고기를 잡아 먹기도 한다는데, 먹을 만큼만 잡아가서 항상 물고기가 많다는 것이었다. 진짜인지는 몰라도, 그리고 정작 무함마드 본인은 이런 상황이 너무나 당연한 듯 말하였는데도, 나는 그 말을 듣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놈의 사피엔스...인간은 농경 생활을 하면서부터 식량을 저장해 놓기 시작했다. 물론, 유목민도 겨울을 나기 위해 고기를 말려 저장하기도 했고, 그것을 다른 물건과 교환하기도 했지만, 농경사회가 되면서 인간은 대량의 식량을 저장하기 시작했다. 당연히...더 많은 식량을 모으기 위해 더 큰 집단이 필요했고, 그 과정에서 전쟁은 어쩌면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동물은 다르다. 마치 고대 유목민처럼, 동물은 절대 과하게 사냥하지 않는다. 사자와 같은 최상위 포식자들도 욕심 부리지 않고 자신들이 먹을 만큼만 사냥한 후, 2주 정도 지나서 또 다시 사냥을 한다.


무함마드 말을 들으니, 요즘 우리는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미래를 대비한다는 이유 등으로) 과할 정도로 많은 것들을 모으고, 또 그것를 위해 지나치게 경쟁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보면 누군가는 부족하여 힘들어 하고, 누군가는 반대로 과하게 소유하게 되는 상황이 만들어 지는데...과연 적절한 선이 어느 정도인지, 또 어떻게 이런 부분들을 조금이라도 조정할 수 있을 까 잠시나마 고민하게 되었다.


자연스레 알리추르 사람들이 존경스러워 졌다. 이곳은 고산지대라 그 어떤 것도 풍부하지 않은데, 이렇게 쉽게 잡을 수 있는 물고기를 먹을 만큼만 잡아 간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누가 감시하지도 않고, CCTV도 없는 이곳에서, 욕심을 버리고 적절한 선을 지키는 것이 결국에는 마을을 위해서, 그리고 결국 자기 자신과 자녀들을 위해서도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리추르 사람들은 깨달은 것이다.




무르갑에서 알리추르 마을로 가는 길은 여전히 황량하다. M41에는 가끔씩 모래 바람을 일으키며 지나가는 화물차와 힘겹게 폐달을 밟는 자전거 여행객 뿐이다. 물론, 우리같은 여행객들이 야크 라이딩(Yak riding)을 체험할 수 있는 목초지(Bash Gumbaz pasture)도 있긴 한데, 우린 그냥 지나쳤다.


이렇게 창 밖을 무심히 보고 가다가, 뜬금없는 곳에서 캠핑을 하는 한 사람을 발견했다. 텐트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것으로 봐서, 혼자 자전거로 파미르 일주 중인 사람 같았다. 끝없이 펼쳐진 평원 위에 달랑 쳐져 있는 노란색 텐트 하나는, 그 자체가 놀라운 풍경이었다. 마치, 파미르 초원이 자신의 정원인 양, 누구의 방해도 없이 홀로 캠핑을 하는 느낌은 어떨까 상상을 해 본다.


불과 몇 시간 후 해가 지면, 가로등불 하나 없는...그야말로 암흑의 공간에 혼자 있게 될 것이다. 그리고, 하늘을 가득 매운 별들을 보며...이 세계에 혼자 남은 듯,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시간을 보내겠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순간이 될 것이다...


결국...나도 꼭 한번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

그러나 일단 나는, 저 추운 곳에서 잘 수 있는 체력부터 키워야겠다.

저 사람은 뭘까?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이런 건...직접 해보기 전엔 모르겠지...?



[ 투어 Day 3 : 아크 발릭 호수와 황량한 M41 ]


[ 부록 : 투어 Day 3 ]


카라쿨 호수(Karakul Lake) – 악바이탈 고개(Akbaital pass) - 무르갑(Murghab) – 눈표범 보호소 (Snow leopard sanctuary) - 알리추르(Alichur)


타지키스탄에서 가장 높은 악바이탈 고개(해발 4,655m)를 넘어 무르갑으로 이동(약 3시간 소요)한다. 고개 정상에서는 빙하가 어우러진 장엄한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 무르갑 마을 도착 후 점심 식사와 마을 산책을 즐긴다. 무르갑의 컨테이너 시장을 둘러본다. 이 후, 알리추르 마을로 이동(약 2시간)한다. 이동 중 중간에 바시굼보즈(Bash Gumboz) 초원에 들러 야크 라이딩 체험(추가 요금, 약 1시간 소요)할 수 있다. 그리고, 관심이 있다면 눈표범 보호소(Snow leopard sanctuary, 입장료 20소모니)에 들를 수 있다. 알리추르에 도착 후, 저녁 식사 및 숙박은 게스트하우스에서 한다.


이동 거리/시간: 352km / 약 6시간

야크 체험: 최대 1시간

고도: 3,850m

인터넷: 무르갑 이후 불가 (카라쿨에서 Megafon 2G, 잘 안됨)

숙소: 공동 샤워실(야외), 좌변식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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