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8. 파미르의 아이들 (a.k.a 천사들)

파미르 투어 Day 3 : 파미르에서 만난 천사들...

by MUSSMUSS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파미르의 작은 마을에서...

잊지 못할 최고의 하루를 보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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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르갑을 떠나 눈표범 보호소와 작지만 아름다운 아크 발릭 샘을 거쳐 도착한 곳은 알리추르라는 조그만 마을이다. 여기서 하루를 묵고, 내일 불룬쿨 호수(BulunKul Lake)로 이동할 계획이다. 알리추르는 해발 3,880m의 고지대 평원에 자리하고 있어, 겨울에 기온이 극도로 낮아질 때는 영하 60도까지도 내려간다고 한다. 손발이 찬 나는 절대 살 수 없는 마을임에 틀림없다.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던져 두고, 나는 곧장 '고속도로의 아이들'을 찾아 나섰다.


사연인즉...

우리가 지나온 황량한 파미르 고속도로 한 편에 큰 바위가 하나 있었는데, 바위 위에는 어린 아이 몇 명이 있었다. 우리 차가 멀리서 다가오자, 손을 흔들고, 파도타기를 하며 우리에게 격하게 인사한다. 차가 지나가도 계속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다. 마을 도착후, 나와 포르투갈, 인니 친구는 그 아이들을 찾아 나선 것이다.


쭉 뻗은 고속도로...시야를 가리는 것은 없었다. 우리가 고속도로에 올라타 걷자, 아이들도 바위에서 내려와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마치, 이산가족 상봉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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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산가족 상봉이 이루어질 찰나, 잠시 움찔한 아이들...^^


말은 통하지 않았다. 번역 앱으로 겨우 소개를 했다.


“난 원희, 애네는 티아고와 피오나야. 이름이 뭐야?”


갑자기 아이들은 마치 누가 시킨 것처럼, 일렬로 정렬한다. 그것도 키 순으로. 그 모습이 너무 귀엽고, 웃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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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말한 자신의 이름을 못 알아듣는 바보 어른 3명...그래도 맑은 웃음으로 우리를 반겨 준다.

그렇게 우리는 친구가 되었다.

아이들은 금새 우리에게 팔짱을 꼈고,

우리도 같이 '랄랄라' 노래하며, 폴짝폴짝 뛰었다.


이 아이들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자기들끼리는 매일 볼 텐데도, 서로의 얼굴만 봐도 까르르 웃는다. 길가에 버려진 페트병 하나가 최고의 장난감이 되어 그들에게 웃음을 준다.

우리랑 눈만 마주쳐도 깔깔깔 웃고, 사진 찍자며 웃고...


꾸밈없이 순수한...

진짜 어린아이들의 까르르 웃는 모습은, 지금껏 봤던 파미르의 자연보다도 훨씬 더 이뻤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심심했던 차에 지나가던 외국인과 잠깐 잘 놀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날 이후 나와 티아고, 피오나는 파미르 여행이 끝날 때까지 그 아이들의 웃음 소리와 웃는 얼굴이 생각나...심한 이별앓이를 하고 말았다.




마을로 돌아오는 우리를 보자, 동네 아이들이 합류한다.

한 아이가 우리를 고속도로 옆 자기 집으로 끌고 간다. 엉겁결에 부모님과 인사를 했는데, 그러자 다른 아이들도 자기 집에 가자고 조른다...헐...


이렇게 동네 투어, 혹은 가정 방문이 시작됐다.


그나마 동네가 작아서 다행이었다. 우린 아이들 집을 하나하나 찾아갔다. 여기 부모님 모두의 똑같은 반응은...우리가 누군지 묻지도 않고, "일단 들어와서 차 한잔 하라"며 초대를 하는 것이었다. 가끔 “자고 가라”는 말도 들었는데...어찌되었던 이러한 유목민 식의 환대에 내 마음도 따뜻해 진다. 이 추운 마을에서도 살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도 생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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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png 웃음이 끊이지 않는 파미르의 아이들...진짜 천사들이었다...




앞서도 말했지만, 난 사실 애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개, 그리고 눈표범은 진짜 사랑한다. 그래서인지, 내가 아이를 키우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어떻게 애보다 개를 더 좋아하냐!"

"개만큼만 애들을 이해해봐"...


뭐...인정한다. 지금도 이 사실은 크게 변하지 않았으니...그러나, 이곳 중앙아시아, 특히 파미르에서 난 아이들에 푸욱 빠졌다.


그 이유 중 하나는...바로 아이들의 꾸밈없는 웃음이다. 아이들의 "까르르르" 웃는 소리가, 이렇게 듣기 좋고, 사랑스러운 음성인 줄은 몰랐다.


항상 먼저 다가와 살갑게 인사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사랑 포인트다. 인사만 했을 뿐인데...우리는 친구가 된다. 이때부터 우리는 같이 웃고 뛰놀 수 있다.


수줍게 다가와 팔짱을 끼는 아이들...진짜 너무너무 사랑스럽고 이쁘다. 내 마음이 갑자기 설레여진다...이런 느낌을 언제 받았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아마도, 피곤해 쉬고 있는 나에게...귀여운 강아지가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며 다가와, 나에게 보드라운 털을 부비며 안겼을 때의 느낌과 비슷하긴 한데...그것보다 최소 두단계 정도는 높은 설레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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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왜 한국에서는 내가 이런 느낌을 경험할 수 없었을까 생각해 봤다.


아마도 정신없이 사는 내 자신이 가장 큰 문제였을테다. 한국에서도 아이들은 분명 웃고 있었지만, 나는 그 웃음을 보지도, 듣지도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이런 나에게 누가...그것도 천사같은 아이가 다가올 리 없지...그렇다, 강아지니까 그나마 나에게 온 것이 틀림없다. (이렇게 쓰고보니, 다시 강아지가 최고인 거 같긴하네...-_-)


우리 아이들은 어떨까?

이 험악한 한국에서, 우리 아이들은 이것부터 배운다.


"모르는 사람 절대 따라가지마, 누가 음식줘도 먹으면 안돼"


나도 이 말은 한 것 같다. 그러다보니, 같은 아파트에서...그렇게 엘리베이터에서 자주 만나도, (모르는 사람에게) 인사하는 아이는 거의 없다. 세상이 무서우니, 뭐라 할 수도 없다.


또 하나...우리 아이들은 너무 풍족하다...


이 글 파미르 시리즈 중, 'ep5. 카라쿨의 아이들'(https://brunch.co.kr/@mussmuss/101) 편에서도 말한 것 같은데...여기 아이들은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없다. 그러다보니, 게임도 못한다. 너무 '결핍'되어 보이지만, 반대로 이 결핍이 아이들에게 쉽게 '풍요'를, 그리고 '행복'을 주는 듯 하다. (이 결핍이 궁극적으로 아이들 인생에 도움을 주는지 까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 아이들은 친구들, 그리고 친구와 같은 자연을 이용하여 (우리가 생각하는) 결핍을 잘 해결한다. 그리고, 작은 선물 만으로도 감사의 마음, 그리고 풍요와 행복을 느낀다. 그래서, 항상 웃는다...이게 너무 부러웠다.


추측해 본다...우리 아이들은 너무 '풍족'해서 '만족'이 안되는 듯 하다. 선물도 자주 받다 보니, 선물에 대한 설레이는 기대감과 감사의 마음도 크지 않고, 그러다 보니 행복하기도 쉽지 않다. 그러니, 순수한 마음에서 나오는 "까르르르"하는 웃음도 줄어든 게 아닌가 한다.


결국, 우리 아이들이 받아야 할 많은 것들을 어른들이 앗아간 것은 아닌가 한다.


"선물에 대한 설레이는 기대감"

"기대하지 않은 선물에 대한 감사함"

"거기에서 느끼는 행복과 웃을 수 있는 기회를..."




쓰고 보니, 결국 사회와 어른들 탓이네...이렇게 까지 나가고 싶진 않다...내가 여기서 하고 싶은 말은 이보다는 훨씬 간단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다시 파미르를 가서 한 곳만 방문하라고 하면,

나는 무조건 이 마을로 올 거다.

마을 자체에는 그 어떤 랜드마크도 없다.


그러나, 여기에는 아이들이 있다.

천사들의 웃음이 있다.


p.s. 이렇게까지 마음이 따뜻해 진 경험은 너무나 오랜 만이었다...같이 간 애들 표정도...우리 단체 사진 중 최고...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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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파미르 아이들 이야기 ]

https://brunch.co.kr/@mussmuss/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