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 투어 Day 3 : 즐거움과 고산증에 가슴이 터질 듯 하다
나는 지금 파미르 고원의 한 마을에 있다.
해발 3,900m의...한적한 마을, 알리추르...
고속도로에서 만난 어린 아이들과 동네 구경을 하며,
너무나도 행복하고, 평온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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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 공터...이번엔 조금 큰 아이들이 보인다.
가까이 가보니, 공터 양편에는 축구 골대가 있긴 했지만,
사실상 양과 야크만 없었지...여긴 그냥 초원의 일부였다.
거기에는 한 대여섯 명이 축구공을 들고 서 있었고,
마침 우리와 같이, 반대편에서도 5명이 걸어 오고 있었다.
"헤이 브로...축구 한판 뛸래?"
자고로...사람은 말을 조심해야 한다...
1986년 멕시코 월드컵...
대표팀은 후반전에 전혀 뛰질 못했다.
"저런 것들이 국가대표라니..."
너무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1986년은 한국 축구 역사상 매우 의미있는 해다.
무려 32년만에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지금은 월드컵 진출이 당연한 듯 여겨지지만,
당시에는 그야말로 극적인 일이었다.
지금은 월드컵 본선에 무려 48개국이,
심지어 그 안에 아시아 지역 출전권이 무려 8장...
하지만, 1986년 이전에 아시아 출전권은 단 1장이었고,
그나마 이 때 최초로 출전권이 2장으로 늘어났다.
동/서 아시아로 나뉘어진 아시아 출전권...
서아시아에서는 이라크가 이미 출전권을 따냈고,
동아시아에 속한 한국은 원정에서 말레이시아에 진다.
대표팀은 썅욕을 먹으며, 감독이 김정남으로 교체된다.
이후 인니와 일본을 꺽으며, 32년만에 극적으로 본선 진출.
이렇게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 시작되었다.
본선에는 올랐지만, 한국은 최악의 조에 배정된다.
우승후보 아르헨티나와 이탈리아, 발칸의 강호 불가리아.
아르헨티나에는 전성기 마라도나가 있다.
이탈리아는 1982년 우승팀이자 역시 우승후보...
버겨웠다...우리에게는...
그러다보니, 한경기 한경기 모두 처절...그 자체였다.
첫 경기는 멕시코시티에서의 아르헨티나.
세계 축구 역사의 한 장이 된 '태권 축구'가 벌어진다.
30년이 지난 시점...류준열도 막는 마라도나가 되었지만...
이때는 그 누구도 마라도나를 막을 수 없었다.
진돗개 허정무가 아니면...
(결국, 아르헨티나는 우승했다...마라도나 신의 손으로)
세상 인연이라는게 묘한게...그 두 명...
마라도나와 허정무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양 팀 감독으로 만나 다시 못다한 승부를 한다.
당시 두 사람은 태권축구에 대한 집중 질문을 받는데...
24년이 지나서일까...세월은 모든 걸 용서한다...
태권축구로 세계에 이름을 알린 한국...
전문가들은 의외의 한국 경기력에 놀라움을 보인다.
아르헨티나에 1:3...박창선의 월드컵 사상 첫 골...
불가리아에 1:1...김종부의 월드컵 첫 승점 골...
이탈리아에 2:3...월드컵 첫 멀티골...그야말로 졌잘싸...
우리는 세 경기 모두 후반전에 골을 넣었다.
아르헨티나 전이야, 0:3에서 따라가는 한 골이었지만,
불가리아와 이탈리아 전은 후반전 1:1을 만든 골이었다.
모두가 월드컵 첫 승을 모두 기대했다.
그러나, 후반 막판...선수들이 전혀 뛰질 못한다.
사실, 상대도 못 뛰긴 마찬가지...
(월드컵 첫 승은 그로부터 16년 후, 2002년에서야 한다)
야, 이것들아...안뛰냐...?
우리의 염원, 월드컵 1승...안할래?
그렇게...세 경기 모두 끝났다...1무 2패...
언제나 그렇듯...분석이 시작된다.
근본적으로 "기본기 부족이다", "정신력 문제다"...
체력때문에 "후반 뒷심 부족"이 패인이란 말도...
나도 동의했던 것 같다...
후반에 뛰지도 못하는 게 축구선수냐...라며...
우리 선수들은 경기 후 모두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아쉬움이 누구보다도 컸을 것이다...
그런데...잠깐...
우린 첫 두 경기를 해발 2,200m 멕시코시티에서 했다.
그것도 첫 경기 후, 단 이틀만 쉬고 바로 제 2경기...
당시 뛴 선수들은 변명하듯 말한다...
공격을 한번 나가면, 수비하러 돌아올 수 없었다.
뛰는데...이유도 없이 코피가 났다.
숨을...쉴 수 없었다.
난 이 말을 기억했어야 했다...
그로부터 40년이 흘렀고...
나는 지금 파미르 고원에 있다...
공터의 아이들에게 던진 한마디...
"헤이 브로...축구 한판 뜰래?"
이 말을 뱉고 약 5분 후...
나는 1986년 월드컵 경기 후 그라운드에 쓰러지고만,
우리 국가대표들에게 진심으로 사죄한다...
후반에 못 뛴다고 지랄한거,
넘 미안해 형들...내가 진짜 잘못했어...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