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 투어 Day 3 : 즐거움과 고산증에 가슴이 터질 듯 하다
해발 3,900m 공터의 아이들에게 던진 한마디...
"헤이 브로...축구 한판 뜰래?"
이 생각없이 뱉은 한마디로 인해,
절친 티아고와 나는 호흡곤란으로 사경에 빠진다...
이 이야기의 시작은...아래 1편 참조.
https://brunch.co.kr/@mussmuss/105
세계 어딜가나 볼 수 있는 축구선수 저지(Jersey)지만,
이곳 파미르 작은 마을에서도 볼 줄은 몰랐다.
각자 자신들이 좋아하는 선수들의 유니폼을 입고,
언제나처럼...공터 아이들은 이방인인 우리를 반긴다.
축구의 신은 메시인가? 호날두인가?
적어도 중앙아시아에서는 호날두인듯하다...
나의 파미르 절친 티아고가 아이들에게 묻는다.
(참고 : 티아고 = 축구광 & 포르투갈인 = 호날두 빠)
"얘들아, 세계 최고의 축구선수는?"
티아고를 모르는 아이들이...놀랍게도 대부분 호날두란다.
티아고의 입꼬리가 귀까지 올라간다.
물론, 어디에나 있는, 회사생활 못할 것 같은 한 아이가
“축구의 신은 메시고, 현재는 음바페가 최고”라 해서,
한껏 고무된 티아고의 마음을 심하게 긁었으나...
참고로...내 생각에 중앙아시아는 (남미와 달리),
유럽과는 지리적으로 가까와, 좋던 싫던 관련이 많고,
메시가 미국으로 간 반면, 호날두는 여전히 이곳과 가깝고,
종교적으로 이어진 중동, 사우디에 있기 때문일거다.
어찌 되었던 공터에 모인 아이들은 서로를 잘 아는지,
인사를 하자마자 편을 갈라 시합을 준비했고,
자칭 파미르의 쏘니(손흥민님, 미안합니다)인 나와,
고원의 호날두 티아고는 모냥 빠지게...깍두기가 되었다.
그렇게 시작된 고산 3,900m에서의 축구 시합!
이곳 축구장은 전쟁터였다.
자갈 밭에 물구덩이, 가축의 똥이 난무하는...
허나, 쏘니와 호날두는 그저 온실 속 늙은 화초였다.
넘어져도 안아픈 평평한 잔디 구장에서 자란...
또한, 우리는 박지성처럼 '두개의 심장'을 갖지 못했다.
이전 편에서 썼듯, 공격쪽으로 한번 뛰어 나갔더니,
수비쪽으로 돌아올 때는 뛸 수가, 아니 걷기도 힘들었다.
러닝할 때 오는 과호흡과는 비교도 안됐다.
아무리 숨을 마시려 해도, 숨이 막혔다.
찐 호날두와 같은 최전방 공격수를 자처한 티아고는,
공과 상관없는 지역에서만...
그것도 물구덩이를 피하려, 두어 번 폴짝폴짝 뛰다가,
20살은 어려보이는 주장에게 골기퍼나 보라고 강등됐다.
그는 뛰었다고 주장했으나, 난 분명히 봤다.
딱 1분 뛴 후, 서서 공을 쫓아 목만 미어캣처럼 움직였다.
파미르 쏘니는 단단한 수비로 뒷문을 지킨다는 이유로,
거의 움직임이 없었다가, 호날두의 교체를 목격한 후,
골기퍼로 자진 이동을 요청하게 된다.
솔직히 난...한 놈이 똥슛을 쏴서 (위 동영상 22초 부분)
골기퍼인 내가 공 주으러 갔을 때가 젤 힘들었다.
우리는 결국, 그 사회성없는...
음바페의 골로 인해, 1:0 신승을 거둔다.
대부분의 시간, 난 명상을 하듯,
골대를 잡고 숨고르기에 주력하고 있었지만...
경기 후...한참동안 숨을 못 쉬다가, 문뜩 생각이 났다.
그동안 나에게 엄청 욕먹었던 선수들이...
뒤늦은 사과를 하게 되었다. 특히, 1986년 월드컵...
멕시코시티같은 고산지대(2,240m)에서,
강호들과 싸우다 쓰러진 우리 대표들에게 미안했다.
반면, 여기서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뛰는 아이들을 보니,
언젠가 뉴스에서 본 멕시코 원주민 여성이 떠오랐다.
샌들과 전통 옷을 입고 63Km 울트라마라톤에 나와,
7시간대 압도적 기록으로 우승을 차지한 여성...
더 웃긴 건, 연습도 없이 그냥 부족 권유로 나온 것.
심지어 시합장까지 14시간을 걸어가서 바로 시합!
역시 장비는 거들 뿐이다.
(https://tv.naver.com/v/82869245)
파미르의 웸블리, 알리추르 주경기장.
경기장도 고르지 않고, 이곳저곳 물웅덩이가 있어서,
몇 발짝만 가도 흙탕물이 튀는 곳이지만...
이곳 아이들과 한바탕 축구를 하니,
어릴 때 장대비 속에서 뛰놀던 시절이나,
눈 속에 파묻혀 미친놈처럼 뒹굴던 시절이 생각났다.
항상 그랬듯 “그때가 좋았는데...”라고 말하려다...
주위를 보니, 파미르 고원이 보였고,
추억 속 그 아이들이, 내 앞에 뛰고 있었다.
과거의 그 때가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의 일이었다.
숨이 목에 차올라, 호흡도 안됐지만...너무 행복했다.
파미르, 그리고 이곳 아이들에 중독된 것 같다.
그 날 파미르의 쏘니와 호날두는...씁쓸하게 물러났다.
사실상 추하게 기어 나왔다...
달리 보면, 그 모습은...전후반 90분, 연장 30분까지
사투를 벌이며 뛴 전사의 모습이었다...음...
아이들이 저녁먹고 또 할거니까, 다시 나오라고 했다.
우린 숨이 차, 말은 못하고 고객만 끄덕였다.
물론 나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우선 살고 봐야 했다.
그 날을 생각하면, 지금까지도...
"힘들어도 티아고 멱살잡고 나갈 걸 그랬다"
라는 말은 솔직히 안 나온다...ㅋㅋ
지금 난 조금씩이지만 러닝을 한다.
다음에 파미르 음바페와 진검 대결을 하기 위해서다.
티아고,
너도 좀 뛰어라...같이 원정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