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미르 투어 Day 3 : 아이스크림 자매와 고산 마을의 일상
평생 기억에 남을 추억(ep9~10)은 만들었으나,
호흡 곤란 + 영혼까지 탈탈 털린 3,900m 고산 축구...
이런 우리에게 게스트하우스의 주인 투르선바이는,
아이스크림이나 먹으러 갈래?
니들 당이 필요해...
동네를 한바퀴 돌았지만, 아이스크림 가게는 못 봤다.
사실, 뭔가를 파는 가게 자체를 보지 못했다.
해발 3,900m.
눈이 오면 10월부터 다음 4월까지는 길이 막히는 이곳.
겨울엔 기온이 극도로 낮아져 가끔 -60도까지 내려가,
구소련은 물론, 세계에서 가장 추운 마을 중 하나인 곳에
아이스크림 가게라고 하니...웬지 궁금해 졌다.
투르선바이는 나와 티아고, 파미르 친구들을 데리고,
다시 죽음의 공터 축구장 쪽으로 향했다.
5분쯤 가더니 갑자기 다 왔다고 한다.
잉? 거기엔 조그만 유르트 하나만 달랑 있었다.
간판도 없고, 손님도 없었으며,
심지어 안을 보니, 주인도 없는 텅 빈 유르트...
아무도 없다고 하자,
투르는 신경쓰지 말라며 우리에게 손을 젓는다.
그러고는 아무 일 없다는 듯 하던 얘기를 계속한다.
어떡하지 하며 1분 정도 유르트 앞에 가만히 서있으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우리를 봤는지...
10살 내외의 여자 아이 둘이 웃으며 다가온다.
익숙한 듯...마치 고급일식집 주방장이 칼을 손보며,
영업을 위해 전체 주방을 점검하듯이...
꼬맹이 둘이 자신들만의 아이스크림 작업장을 세팅한다.
뭐가 그리 재밋는지, 궛속말을 해가며 연신 웃는다.
이곳 중앙아시아, 파미르에서는 아이들이 일을 많이 한다.
가축을 돌보거나, 이렇게 가게를 지키기도 하는데,
공통점은...아이들 모두 함박 웃음을 짓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중앙아시아에서 한 달 정도 지낸 내가 본 것은
아주 단편적이고, 일부일 것이다.
하지만, 이곳 아이들의 웃음 만큼은,
정말 순수하고...억지로 짓는 것이 아님은 확실하다.
이렇게 기쁘게 '많이' 웃을 수 있는 이곳 아이들이 부럽다.
나름 콘과 컵을 고를 수 있고, 콘의 종류도 다양했다.
뿌리는 시럽도 여러가지여서, 우리가 망설이자...
어설픈 초짜 사장처럼 당황하며...사실...
이거 빼고 다 별로라며...그냥 초코렛 먹으란다...ㅋㅋ
우리는 초코 콘 아이스크림 6개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자, 둘은 다시 한번 서로의 작업을 확인한다.
언니가 콘에 담고, 동생이 시럽을 뿌리는...
내가 보긴 정말 단순했다.
그냥 보통 소프트 아이스크림 기계에서 나오면,
그 위에 초코렛 시럽 뿌리면 끝...단순 작업...
하지만, 아이스크림 받기가 쉽지는 않았다^^
그 둘은, 마치 먼지한톨도 용납 안되는 반도체 공정처럼,
신중하게 아아스크림을 받고, 시럽을 뿌렸다.
특히, 시럽은 마치 예술작품 그리듯...오래 걸렸다.
그러다, 우리와 얼굴을 마주치거나, 행여나 말을 걸면,
모든 작업은 중지. 나오던 아이스크림도 끊는다.
그러다 또 키득키득 웃는다.
마치 소꿉장난하는 아이들 같다...
이렇게 행복하게 아이스크림을 만드는 사람은 정말^^
그렇게 하나 만드는 데, 3~4분 걸렸다.
한국이었으면 더도 말고 덜도 말고 15초 컷...
그러나,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재밋고 행복했다.
아이스크림 지연 생산 덕분에
우리는 유르트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는데,
이게 바로 이 곳 파미르의 여유가 아닌가 싶었다.
우리는 애들이 하나하나 아이스크림을 전달할 때마다,
먼저 받은 아이스크림이 녹을까봐 전전긍긍...
역시나 우리 아이스크림은 녹아 내리기 시작했다...
우리가 "으아아..."하며 웃자, 아이들이 놀란다.
이런 아이들을 보는 것 자체가 행복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렇게 어린 나이에 일하는 것을 보니,
대견하기도 했지만, 가슴이 찡하기도 하다.
사실, 이곳 상황을 모르는 내가 뭔가 말하기 보다는,
단 하나...이 아이들의 웃음만은 계속 되길 빈다...
이렇게 우리 아이스크림 6개가 나왔다.
마지막 여섯번째 아이스크림을 받은 후,
우리들은 엄청난 선물을 받은 아이들처럼 환호를 했고,
그 환호에 자매 사장님들도 기쁜 표정을 지어 주신다.
먼저 받은 아이스크림은 조금 녹아 내렸지만,
지금 사진을 보니, 똑같은 모양보다는...
녹아내린 것이 섞이니, 더 잘 어울리는 조합이 되어있다.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아이스크림 등장이다...
나는 나오면서 아이스크림을 추가 주문했다.
고속도로 아이들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https://brunch.co.kr/@mussmuss/104
솔직히 말해서,
아이스크림을 주면 좋겠다는 생각보다는...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도...또 보고 싶어서 였다.
애보다 개를 좋아하고,
시끄런 꼬맹이들을 젤 싫어하는 내가...애를 찾다니...ㅋㅋ
한국이었으면, 상상 못 할 일이지만...
이미 집이 어디인지 알기 때문에...찾아가 문을 두드렸다.
아이들은 또 다시 우리에게 천사의 웃음을 선물한다.
너무나 따뜻한 파미르의 여름 하루였다.
너무나 즐겁게 아이스크림을 만들어 주던
자매의 모습이 아직도 선하다.
아이스크림 가게는 잘 있겠지...?
눈도 많이 왔을텐데,
지금 이 겨울에 자매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행복해라 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