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생미셸 미안해...파리 미안해...우리는 그냥 남프랑스로 간다...
38.9에서 시작된 체온계 숫자는 급기야 40.6이 되었다.
처음 먹여보는 해열제...그러나, 이젠 교차 복용도 듣지를 않는다...
내 계획은 클로드 모네의 그림처럼 '인상'적이었다.
1월의 파리 산책...그리고, 몽생미셸에서 노르망디의 겨울 파도와 고딕 양식의 수도원을 영접하는 것...
하지만 인생은...언제나 계획을 비웃는다...
런던의 날씨는 거지 같다고들 한다. 실제 일 년 내내 비가 온다. 겨울이면 금세 어두워진다.
차라리 겁나 추우면 패딩을 입을 텐데, 흐리고 어두워도...나가보면 어이없게 기온이 영상이다.
그러니 대강 입고, 그러니 항상 으슬으슬 춥다. 손발이 차가운 나는...싫었다.
런던에서 파리까지는 유로스타로 불과 2시간. 실제 런던에 사는 내 지인은, 아침에 파리가서 친구랑 점심먹고 산책까지 마치고, 이제 런던으로 돌아와 또 밥을 먹으러 간다고 한 적도 있다...
그래, 4시면 어두워지는 런던을 떠나 프랑스로 가자!
여기는 런던 세인트 판크라스역, 파리 북역까지 가는 기차가 2시간 반이나 연착된다.
이유는 폭설...파리는 그렇다 치고, 런던에도 눈이 내린다. 런던 생활 2년 차에 처음 보는 눈이다.
신기했다. 대신, 우리 가족은 바깥과 연결된 판크라스역 플랫폼에서 2시간 동안 바람을 맞는다...
그리고 도착한 파리 북역...
밥을 안 먹는 딸의 모습은 본 적이 없다. 태어날 때 4.1키로...지금은 약수터 역기보다 무겁다.
아무 분유나 다 먹어서, 분유마저 현지 공급을 하는 우리 부부에게, 밥을 거부하는 딸 상태가 걱정되었다.
그리고 결국, 여행 1년 동안 한 번도 안 써본 체온계를 꺼냈고, 결과는 38.9도.
새벽에는 39도를 넘어, 그냥 둘째날 하루 쉬기로 한다...그런데, 저녁에 40도가 넘는다.
3일째도 40도 이상...프랑스 친구가 교차 복용하라며 약을 가져다 주었으나, 전혀 듣지 않는다.
4일간, 우리의 여행지 숙소는 병동이 되었다.
실제, 와이프는 Check-in 후 4일간 밖을 단 한발자국도 나가지 못했다. 그 사이 파리의 눈은 다 녹았고...
5일째 드디어 아이의 생애 첫번째 감기가 떨어져 나갔다.
아, 신생아는 엄마의 항체, 면역으로 감기에 안 걸리고, 첫 돌 지나면 조심하라 했는데...사실이었다.
사진 한장 없이 파리의 병동에서 5일을 지낸 우리는 다시 런던으로 돌아가려 했다.
눈 앞에 노르망기행 기차표가 보인다...어떻하지?
기상예보를 보니, 이제 날씨가 풀린단다. 그래도 북쪽 몽생미셸의 겨울 바람은 분명 거셀 것이다.
좋다, 북쪽 끝이 아니라, 남쪽 끝으로 가자...
이렇게 우리의 여행지는 노르망디가 아닌 최남쪽 마르세유로 바뀐다...
불법이민자로 인해 흔히들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도시라고도 불리는 마르세유...
따뜻했고, 하늘과 바다 모두 맑았다.
항구 앞 광장에는 많은 동물들이 있었고...첫 감기에 며칠간 잘 못 먹었던 아이도 다시 먹기 시작한다...마구...
아이가 원래대로 먹는 것을 보니, 우리 부부도 다시 욕심이 생긴다. 이왕 마르세유에 온 김에, 노트르담 성당도 올라가고, 거기서 뒤마의 소설 몽테크리스토 백작의 무대인 이프섬도 보기로 한다...
샌프란시스코의 알카트라즈나 이 곳 이프섬이나...한번 들가면 나오기 힘든게 한번에 느껴진다.
그리고...우리는 남프랑스 일정을 다시금 고민한다. 결론은 이미 정해져 있었지만...
자...어차피 다시 파리로 돌아갈 거...다 들렀다 가자...
엑상 프로방스,
아를,
님,
퐁 뒤 가르,
아비뇽까지...남프랑스에는 갈 곳이 많다.
그래, 이번 여행의 컨셉은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아비뇽 유수로 바꾼다...
나 : "딸이여, 귤 더 까먹어라...아비뇽 유수를 갈 것이니..."
딸 : "잉? 또, 어딜 간다고......?"
나 : ".....미.....미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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