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돈 $9에 배운 "더럽다"라는 단어...그리고, 신들의 계곡...
게스트하우스 문을 열자, 똥색 카펫이 우리를 맞는다......모래 였다...
변기 물을 내린다…설사색 물이 쏟아졌다...
룩소르는 여전히 위대하다...인간이 아직 신들과 협업할 수 있었던 그 시절의 창조물들,
그리고 수천년전 위대한 파라오의 안식처가 아직도 사막 위에 건재하다...
이집트 카이로에서 피라미드와 스핑크스를 "실물" 영접한 나...
이제 룩소르에서, 사막 어딘가에 있을 보이지 않는 신과 파라오를 영접해야만 했다.
한국 부모로서, 조기 교육의 중요성은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으리...
만 한 살이 된 딸에게 있어...인류 문명에 대한 깊은 사색과 고뇌, 성찰을 할 시간이 성큼 다가왔다.
교육에 있어 가장 중요한 덕목 중 하나는 진실일 것이다. 현실과 가장 유사하게 교육을 해야만 한다.
딸에게 5,000년 이집트 문명을 설명하려면, 우선 5,000년쯤 되어 보이는 숙소부터 절실히 필요했다.
마음같아선 모래사막 위 노숙을 원했으나, 딸아이 가진 아빠 마음이 어찌 그러리...외동딸인데...
큰 맘 먹고, 1성 호텔을 인당 $9에 예약한다.
(호텔에 1성도 있나 했는데, 가보니 게스트하우스...어쩐지 인당 받더라...)
사람들로 왁자지껄한 거리, 구도심 좁은 골목...
가래를 부르는 강한 모래 바람을 우리 가족과 똑같이 맞고 있는 숙소에 들어간다...기분이 좋다.
문을 열자 아라비안나이트에 나올 법한 두터운 똥색 카펫이 보였다...이것이 사막 감성인가...
그 따스한 촉감을 느끼려 발을 떼자, 거친 파열음이 들린다...똥색 모래였다...(폰트에 똥색이 없네...)
긴 여정을 풀어줄 샤워...샤워기도 똥색이다...이번엔 똥색 녹이다.
꼭지를 돌리자, 쇳덩어리가 툭 떨어진다. 나도 모르게...
"제가 안 부셨어요!!!" 라고 소리칠 만큼 큰 쇳덩어리가 떨어져 나갔다.
긴장됐다. 소변이 나온다...변기 안은 예상했듯이 깨끗하지 않은 물이 고여있었다. 침전물도...
새 물을 위해 변기를 내리자, 원래보다 더 진한...녹즙...아니 설사색 물이 나온다.
아이에게 교육은 이론 보다는 실습이 좋다.
이제 막 동물보다 인간에 가까워 지고 있는...겨우 걸음마를 뗀 내 딸이지만,
동물적 감각으로, 배우지도 않은 까치발을 만들어 지뢰밭처럼 호텔방 모래를 피해 다닌다.
단 돈 $9에 "드럽게 더럽다"라는 단어를 익힌다...
이제 길에서 더러운 거 만지려 해도 "지지, 지지..." 안해도 된다. 지가 알아서 피한다.
룩소르는 역시 기대 이상이다.
특히...숙소보다 더 깨끗한 야외 룩소르는 우리 가족에게 큰 행복을 준다.
왕가의 계곡에서 상상할 수 있는 파라오의 삶과 죽음 후 그들의 안식처,
지금은 보이지 않는 신들과 고대인들의 지혜를...다시금 되돌아 볼 수 있게 기회를 준다.
누군가 나에게 카이로와 룩소르 중 한곳만 갈 수 있다면...난 룩소르를 선택할 것이다.
룩소르의 동안과 서안을 하루씩 둘러보다가 나일강변에 이른다.
특히, 뜨거운 태양이 지는 시점...5,000년을 넘게 흐르고 있는 나일강은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기계과인 나로서는 조금 아쉽지만...
그 어떤 동력도 필요없이, 오직 바람만으로 움직이는 펠루카에서 다시금 바람을 맞는다.
내 딸도 그것을 느꼈을 것이다.
살아서도 죽음을 준비하며 살았던 사람들의 도시 룩소르...
이 곳에서 우리 애는 드럽게 더러운 것을 이겨내는 생존력을 배웠다.
내 딸아,
그래도 세상은 아무리 더러워도 살아야할 이유가 더 많다...
구딸라는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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