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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소 Mar 09. 2021

작은 틈에서 새싹이 돋는다

새벽 5시 알람이 어김없이 울린다. 알람 종료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는 다시 눈을 감는다. 잠깐 눈 감는다는 것이 1시간, 때로는 2시간이 흐른다. 이럴 거면 그냥 편하게 더 잘껄. 매일 새벽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엄마가 아침마다 깨워주던 육성 모닝 콜이 필요하다. 일어나지 않으면서 5시 기상에 질척거리는 이유는 하나이다. 성공하는 사람들의 습관이라는 말을 들어서이다. 다른 건 못해도 이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부지게 결심했지만 참패다. 기상 미션 성공률은 2년 넘는 동안 열 손가락 안에 꼽는다. 0.03%의 확률이다. 포기하는 게 나을 것 같다.

 

유튜브를 보면 월 1천만 원 정도는 바로 벌 수 있는 느낌이다. 주식을 해서 얼마를 벌었다, 부동산으로 집을 몇 채 구매했다는 말들은 껌 씹는 소리로 들린다. 그런데 나는 안된다. 모르겠다. 껌 단물만 빠지면 씹다가 버리듯이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쏙 빼 먹고 싶다. 나는 요행도 없었고 엄청난 노력도 없었다. 


며칠 전, 지인의 소개로 공방을 운영하는 사람을 만났다. 공방 이름이 <틈:제작쏘>이다. '틈'이라고 지은 이유가 궁금했다. 

"처음에 4명이서 시작했다. 이름을 어떻게 지을까 고민하는데 다들 각자의 일이 바빠서 만나기가 힘들었다. 그때 무엇인가 하려면 각자의 시간(틈)을 어떻게든 내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어렵게 낸 틈을 '자신을 위해 제작하는 일'로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틈이 만들어진 이유다."

일상의 틈을 만드는 것이 처음에는 어렵다. 애써서 만들고 가꾸어야 한다. 그 이야기를 들으니 내 마음 속 '틈'으로 빛이 들어오는 기분이다. 틈 사이로 무엇인가 꿈틀거린다. 틈을 낸 시간 동안 오롯이 자신을 들여다보고 느낀다는 말이 따뜻하다. 평범의 옷을 입은 숨은 고수를 만난 듯하다.


SBS 예능 프로그램 <전설의 무대-아카이브K>에 포크송 가수 편이 나왔다. 일찍이 명을 달리한 가수 김광석은 1000회 공연을 했다. 1000회라는 의미는 매일 쉬지 않고 공연을 한 것이다. 

"나와 함께 했던 친구들은 다른 일도 했지만 나는 오직 가수만 했다. 가수라는 직업에 충실해지고 싶어서 열심히 공연하게 됐다. 그렇게 하다 보니 1000회가 됐다.” 

김광석은 자신의 틈을 매일 노래로 채웠고, 그는 가요계 한 획을 긋는 인물이 됐다. 


고백하자면 새벽 5시에 일어나려 했던 건 ’몇백억 부자‘가 되고 싶어서였다. 나라고 못 할 일도 아니고 언젠가는 되고 싶다. 한편으로는 실현 불가능할 거라는 의구심도 든다. 큰 목표를 가지는 것은 필요하다. 그러나 이 꿈은 스스로 생각해도 당장 이루기 희박하다고 여겨서인지 일어나야할 절실함이 없었다. 아무래도 기상 시간을 수정해야겠다. 새벽 5시는 솔직히 못 일어나겠다. 5시 반. 그것도 좀 힘들 것 같다. 그래서 5시 40분에 알람을 맞춘다. 내일은 일어나야지. 내 틈을 만들어서 제작해야겠다고 마음 먹는다. 눈을 감는다. 

5시 40분 알람이 울린다.

아, 5분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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