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밥은 잘 드시고 계시나요?

당연하지 않은 ‘집밥’ 이야기

by 나영작입니다


어린 시절 제게 집밥은 당연함, 익숙함이었어요.

절대 아침밥을 거르지 않게 준비해 주셨고, 초등학교 때는 동그란 모닝빵 안에 양배추 샐러드와 소시지를 넣은 간식도 꼭 싸주셨어요.

중고등학교 때 도시락에는 언제나 뜨끈한 국물이 있었고 맛있는 된장국, 김치죽(갱시기), 집에서 구운 김과 고추튀각, 말랑한 곶감이 들어 있는 수정과는 지나고 나니 그야말로 소울푸드입니다.


결혼 후 저는 이 집밥을 구현하지 못했어요.

결혼 초 야근을 밥 먹는 듯하는 직장에 다니고 있었고 어쩌다 해보는 음식도 그리 맛있지는 않더라고요.

남은 채소들이 물러 버려지는 일이 허다했고, 집에서 먹는 음식이라고는 퇴근 후 남편과 즐기는 치킨 정도였어요.


그러다 아이가 태어났고 퇴근 후 자정을 넘겨서 까지 이유식을 만들어 소분하는 일들이 계속됐어요.

‘너의 첫 집밥만은…’이라는 생각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배달 이유식이 이제 막 시작되어 엄두도 못 내기도 했었고요.


요즘도 많이 다르지 않아요.

출근 전 아이에게 차려 놓고 가는 아침밥도 계란스크램블에 우유, 데운 레토르트 죽, 만들어 둔 국물에 밥! 그마저도 안되면 요구르트에 과일이에요.

바쁜 아침에 엄청 애쓰고 내놓아도 퇴근 후 돌아오면 남겨져 있을 때도 있어요.

여전히 퇴근이 빠르진 않고 일찍 귀가하는 날은 집안을 돌보다 보니 집밥은 우선순위에서 많이 밀리더라고요.

다행인 것은 우리 집 두 남자가 엄마의 집밥에 목메지 않는다는 거 ^^


그러다 <정혜신의 사람공부>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요.

세월호 사건을 겪은 부모들 곁에서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님이 치유를 돕는 과정을 담은 책이었어요.

사람에 대한 공부라는 부제를 가지고 있는 그 책에서 집밥에 대한 의미에 공감하게 되었죠.


<정혜신의 사람공부 중>


집밥이 인간 존재에 대한 존중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니 엄마가 해준 음식들이 다시 느껴지더라고요.

정성스레 그릇에 담아내는 행위에 대해서도 돌아보게 되었죠.

잘 차려 먹는 혼밥, 정서적으로 힘들 때 더욱 찾게 되는 따뜻한 밥상에 대해서두요.


물론 지금도 매일 좋은 집밥으로 가정을 돌볼 수는 없어요.

하지만 집밥의 의미에 마음을 두게 되니 가족들이 힘들고 지칠 때, 저에게 여유가 생길 때만큼은 조금 더 정성을 기울여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