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판 인간

종이 테이프 하나면 충분

by 겨자풀 식탁


아끼는 펜 뚜껑이 깨져 일부분이 떨어져 나갔다. 가방에 항상 넣고 다니는데 어디 부딪혀서 깨졌나 보다. 이틀 정도 쓸 때마다 속상한 마음으로 바라보았다. 그러다 오늘 문득, 기가 막힌(자화자찬)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필통 한 구석에 넣어둔 washi tape을 하나 골라 꺼냈다. 나름 펜 색상과 맞춘 디자인으로. 잘려 나간 부분에 덧대고 붙였다. 안쪽도 잘 붙으라고 펜을 쑤욱 찔러 넣어 단단히 여몄다. 올- 제법 폼나는 펜이 되었다. 한정판 디자인인 것 같은 착각을 해도 될 듯하다. 퍽 마음에 든다. 꺼내 쓸 때마다 기분이 좋아진다.


IMG_8002.JPG 깨져도 괜찮아, 한정판 인생


인생도, 나도, 그런 거 아닌가 싶다.


쪼개진 부분, 뾰족하게 아프고, 움푹 파여 들어간 부분만 보고 있으면 그때마다 마음이 우울하다. 꼭 거창한 게 아니어도, 나만의 취향에 맞는 일상의 washi tape을 꺼내 붙여본다. 꼬옥 눌러 감싼다. 아프지 않도록. 쑤욱 넣어 붙인다. 너덜거리지 않도록.


그러다 보면 제법 폼나는 인생이다. 한정판 인간 같기도 하다. 그렇게 살아지는 거겠지. 그렇게 살아내는 거겠지.


나, 쫌 멋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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