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에도 그릇이 있다면
겨자풀 식탁 주인장 겨자풀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무물' 코너입니다. 구독자 8명으로 시작하는 무물 매거진이기에 질문은 제 마음대로 선정해서 자문자답 하려고요. 글로 써서 나누며 소통을 추구하는 태생 관종 브런치 작가가 자기를 소개하는 방식이라고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학대 경험을 글로 쓰겠다고 결심했을 때, 가장 먼저 정한 원칙이 있었습니다. 바로 ‘존댓말’입니다.
학대 경험이 있는 사람에게 어떤 말이 위로가 될까요? ‘힘내세요’ 같은 흔한 말보다, 조심스러운 어투, 부드러운 존댓말이 더 소중할 때가 있습니다. 마치 상처에 닿는 손길처럼요.
밥상을 차리는 정성으로 '글'에 마음을 쏟기로 했다면, 존댓말 사용은 글을 읽는 독자분들의 지나온 삶과 상처에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싶은 저만의 '글그릇'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저는 유해한 관계로 고통받고 있는 분들이 제 글을 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글을 씁니다. 사실, 그런 분들일수록 제 글을 더 읽기 바라는 마음으로 쓰죠. 그래서, 여러분이 글을 읽는 순간만큼은 안전한 공간에 머문다고 느끼셨으면 합니다. 차가운 말들에 지친 마음이, 잠시라도 따뜻함을 느끼면서 말이죠.
모든 글에 존댓말을 쓰진 않습니다. 일기처럼 쓰는 일상 단상이나, 독서노트, 드라마 읽기, 등, '학대'를 직접적으로 다루지 않는 글들에서는 유연성과 역동성을 위해 존댓말을 사용하지 않을 예정이거든요.
하지만, <유해한 관계 면역력 밥상>에서 만큼은 꼭 존댓말을 쓰려고 합니다.
학대의 소용돌이에 치여 어지러운 일상이, 제 글을 읽는 동안만이라도 조금은 차분하고 안온해지시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모든 사람은 존엄하다 믿는 소신을 담아내기 위한 글그릇이기도 합니다.
아무쪼록 ‘존댓말 글그릇'에 정성껏 담아낸 저의 글이 여러분에게 다정한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공간을 통해 여러분이 스스로를 더 소중히 여길 수 있는 힘이 되길 바랍니다.
제 답변이 궁금증을 풀어드렸기를 바라며, '겨자풀 식탁' 올림.
(댓글에 질문을 달아주시면 답해드립니다)
#누구도 학대받아야 할 이유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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