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랄 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 조승리

by 겨자풀 식탁

<이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겠지>, 조승리




작년 크리스마스 즈음 완독한 책이다.


이렇게 말하면 너무 우스울지 몰라도, 제목에 끌려 충동적으로 다운로드한 책이었다. 듣기 시작하면서야 알았다. 저자가 시각장애인이라는 걸. 중학교 때부터 서서히 시력을 잃어간 사람이라는 걸.


그런 삶 속에서 모든 지랄 맞음이 저자를 후려친다. 엄마도 참 어이없는 방식으로 딸의 삶을 더 괴롭게 하고,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녹록지 않다. 시각장애인들끼리 해외여행에 가서 겪은 일들에 관한 이야기는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모든 지랄 맞음을 정녕 축제로 만들어 버린다. 그 뚝심과 단단함에 감탄하며 들었다. 두 눈이 멀쩡히 보이는 내 삶을 오히려 더 가난한 맘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나도 모르게 나를 되돌아봤다. 비교를 통한 우위선점 위로를 얻으려는 마음이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다. '작가 조승리는 삶의 지랄 맞음이라는 절벽을 타고 올라 맥주 한 캔 들이키며 자기 이름을 (승리를) 자축한다. 그런데 너는?‘ 이라고 묻는 것만 같았다.


지랄 맞음이라는 단어를 좋아해서, 지랄 맞음이 징하게도 쌓인 인생이라 생각해서, 이 책에 끌린 너는, 그 절벽을 타고 오르는 중이냐 묻는 듯했다. 읽고 나서도 한참 여운이 남아 수시로 떠올렸더랬다. '조승리 작가님은 오늘 어디서 무얼 하며 지내고 있을까?' '작가님의 하루에 어떤 지랄 맞음이 찾아왔을까?' '작가님은 또 어떤 축제를 만들어냈을까?' 얼굴 한번 본 적 없는 조승리 작가와 동행이라도 하는 양, 내 삶의 지랄지수가 치솟는 날이면 어김없이 이 책이 떠올랐다.


어제는 김소민 작가의 <나의 아름답고 추한 몸에게>에서 조승리 작가 이야기가 나왔다. 반가운 마음에 이 책을 기록해야겠다 생각했다. 내 의식의 수면에 던져진 독서 추억 돌멩이가 남긴 파동을 따라 간략하게나마 후기를 남겨 본다.


지랄맞음이 쌓여 축제가 되는 날까지. 나 또한 절벽을 타고 오르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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