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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스트잇 MUST IT Feb 21. 2018

당신 게이였어?

왜 패션 디자이너들은 게이가 많을까?


2018년, 패션계에서 가장 파격적이었던 인사이동은 무엇일까?

아마 에디 슬리먼의 셀린느 行 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너무나도 파격적인 인사였기에 누군가는 감탄을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셀린느의 임원들이 정신이 나갔군' 이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에디 슬리먼, 그는 항상 이슈를 몰고 다니는 디자이너이기에 그의 행보는 늘 화제가 된다.

그가 이슈를 몰고 다니는 이유중에 한가지로는 그가 성소수자라는 점도 있다.


< 출처 : Hapersbazzar >


그렇다면 작년에는 어떤 파격적인 행보가 있었을까?

2017년 역시 많은 거물급의 인사이동이 있었지만 그 가운데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건 에드워드 에닌풀이 보그 영국판 편집장에 선정된 것이 아닐까 싶다.


 에드워드 에닌풀   < 출처 : WWD >



그의 이력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으로 16세에 런던으로 이민을 왔고, 미국, 이탈리아를 옮겨다니며 패션 에디터 생활을 했으며 2016년에는 패션계에서 활동한 공로를 인정받아 영국여왕으로부터 대영제국 훈장을 받기도 했다.

또한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무려 480만명이나 되며, 아주 오래 전 커밍아웃을 했다.


정리해보자면 에드워드 에닌풀은 남성이고, 흑인이며, 이민자에 성소수자이다.

보수적인 여성 주류 잡지인 보그에서 백인도, 여성, 중산층 출신도 아닌 그가 보그를 총괄 지휘하는 디렉터가 된 것이다!


세계적인 셀럽답게 절친도 짱짱한 에드워드 에닌풀   < 출처 : Metro UK >



그가 편집장이 되었다는 것에 많은 사람들은 '흑인 남성이 보그를 이끈다고?' 라는 기대와 우려 섞인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나는 에드워드 에닌풀이 성소수자라는 점에서 그가 그리는 보그가 어떨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다.


에드워드 에닌풀이 보그에 편집장이 되고 나서 처음으로 진행한 보그 커버    < 출처 : VOGUE >


사실 패션계에는 이미 많은 성소수자들이 활동하고 있다.

'게이 패션 디자이너'는 전혀 새로울 것 없는 뉴스이지만, 한편으로는 '근데 왜 패션계에는 이렇게 게이가 많아?' 라는 의문 또한 떠나지 않는다.


그래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왜 패션계에는 게이가 많지?

샤넬의 칼 라거펠트, 톰 포드, 마크 제이콥스, 알렉산더 왕, 조르지오 아르마니, 돌체 앤 가바나, 크리스토퍼 베일리, 알렉산더 맥퀸 등등.


맨 왼쪽 상단부터 마크 제이콥스, 칼 라거펠트, 존 갈리아노    < 출처 : Tim Magazine >



패션의 1도 모르는 사람들도 알 만한 브랜드의 간판 디자이너 대다수는 게이다.

어쩌면 (조금 과장해서) 게이가 아닌 디자이너를 찾기가 힘들 수도 있다.



그래서 미국 드라마 '어글리 베티'에서 여주인공인 아만다가 게이 패션디자이너와 키스하면서 '당신 게이 아니었어?' 라고 말하자

'미안, 디자이너로 성공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런 척했어'

라고 말하는 것을 보면 남성 패션 디자이너는 게이일수록 더욱 유명해지고 잘 된다는 속설 또한 어느 정도 사실인 것 같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스탠리 투치 역할도 게이다    < 출처 : Elle >


그렇다면 왜 남성 패션 디자이너 중에서 게이가 많고, 그들은 왜 잘 될까?


첫 번째 이유는 패션이라는 분야가 감수성이 요구되는 산업이라는 점이다.

패션은 심미적인 분야이다. 따라서 다른 산업보다 감성, 세심함, 민감함이 극도로 필요한 분야이다. 

더욱이 하이엔드 분야라면 더욱 더 감수성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이러한 감수성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 게이 디자이너들은 여성이 보는 아름다움과 남성이 보는 아름다움 모두를 이해할 수 있다고 한다.

즉,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아름다움을 빠르게 캐치하고 여기에 본인만의 감성을 더하니, 패션계가 좋아할 수 밖에 없지 않을까?


여성적인 센스를 이해하는 남성 디자이너라면 업계가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며, 게이 디자이너들이 활동할 수 있는 영역이 일반 디자이너들보다 넓다고 할 수 있겠다.



톰 포드와 그의 남자친구 리처드 버클리   < 출처 : The Independent >


두 번째 이유는 민감한 소문으로부터 자유롭다는 점이다.


패션 업계의 구성원들은 여성이 압도적이다. 여성이 많은 집단에서 남성이 근무하기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남녀가 함께하는 한 원치않는 억울한 소문에 휩싸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게이 디자이너들은 이러한 불편한 근무환경에서 조금은 자유롭다.

그렇기에 좀 더 편하게 일할 수 있고 이러한 점은 게이 디자이너들이 승승장구하는 데에도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패션의 주 소비자층은 여성이다. 

그 말인 즉, 여성을 사로잡아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 중에서도 명품을 사는 '큰 손'들은 소문에 민감하다.

따라서 디자이너나 스타일리스트가 이성애자인 남성일 경우 괜한 소문에 휘말릴 수 있지만, 게이 디자이너들은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다.

때문에 '큰 손' 고객들은 마음 놓고 디자이너들과 친분을 유지할 수 있어 게이 디자이너들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게이 디자이너가 의상을 골라주고, 피팅을 해주는 것이 편할 수도 있다   < 출처 : POPSUGAR >


마지막으로는, 패션 디자이너들의 아이덴티티이다.


몇년 전, 이 주제에 관해 실제 디자이너인 지인들과 심도 깊은 이야기를 하며 게이 디자이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그들은 게이 디자이너일수록 그들의 디자인 아이텐티티나 스타일이 확고한 것 같다고 말했다. 


자신의 평소 스타일이나 가치관이 명확하면 명확할수록 이를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더 잘 풀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디자이너라는 직업은 자신의 작업물보다 타인의 디자인을 더 많이 본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많이 노출된 익숙한 디자인, 스타일과 유사해진다고 한다.

하지만 게이 디자이너들은 자신들의 생각과 스타일의 아이덴티티가 명확하기 때문에 외부의 영향을 덜 받고, 그래서 게이 디자이너들이 더 특별한 것 같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디자이너 커플 돌체 앤 가바나, 하지만 그들은 지금 헤어졌다    < 출처 : Huffington Post >



사실 이 세 가지 이야기 모두 '썰'이다.

과학적으로 검증되었다기 보다는 여러 사람들이 '이렇지 않을까?'하고 추측하는 정도이다.


하지만, 게이 디자이너는 '게이'라는 사실 자체만으로 한 번 더 관심이 갈 수 밖에 없다.

또한 그 자체로 디자인과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미치기에 이슈몰이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다.


2017 SS Ready to Wear 돌체앤가바나 컬렉션 피날레 무대    < 출처 : VOGUE >



무엇이 정답이라고 콕 집어 말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이미 많은 동성애자들이 패션계에서 활동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분야에 비해 성 정체성에 있어서 관대하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게이라는 것에 거리낌없이 커밍아웃 할 수 있고, 그래서 더 많은 성소수자들이 패션계에 종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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