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머스트잇 MUST IT Apr 09. 2018

신경쓰지 않고 멋 부리는 방법

우리는 써네이여야만해(We should all be SUNNEI)



SNS를 타고 거세게 성장하는 브랜드가 있다. 아니 브랜드가 만들어지자마자 거침없이 성장했다. 이번 컬렉션으로 시즌3을 맞이하는 이탈리아 태생 브랜드 SUNNEI(이하 써네이) 다.


태양을 뜻하는 영단어 'Sunny'를 이탈리아 식으로 표현한 'SUNNEI' 의 이름을 통해서 재기발랄하고 에너지 넘치는 스트릿 무드를 표현하며 시장의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SNS를 타고 급속도로 유행하는 모습이 처음에는 상당히 놀라웠지만, 그들의 배경을 보고 있자면 그렇게 놀라울 것도 아니었다.


<출처 : 써네이 공식홈페이지>



써네이를 만든 두 디렉터 모두 패션을 전문적으로 배우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로리스는 마케팅을 그리고 시몬은 경영학을 전공했다. 이후 시몬은 디지털 미디어 전공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 후 이탈리아 남성복 부띠끄에서 일했고, 로리는 구찌의 비주얼 머천다이징 부서에서 일했다. 



공통점이 있다면, 두 디렉터 모두 사진에 대한 일가견이 있다는 것이다. 패션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디지털 마케팅과 패션 분야의 경력이 브랜드 속에 녹아들어 있었다.


또한 두 디렉터는 태어난 환경이 다르다. 로리의 경우는 프랑스의 한 지방에서 자라 밀란으로 오게 되었고, 시몬은 이탈리아 남부에서 자라 밀란으로 오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두 사람이 만드는 조화는 남다르다. 로리의 경우는 프랑스 특유의 깔끔한 라인을 미적 포인트로 두고 브랜드에 투영하고 있고, 시몬은 이탈리아 남부에서 볼 듯한 남다른 컬러에 대한 시선으로 브랜드를 풀어나간다. 이 두 가지 관점이 어떻게 조화롭게 믹스매치가 되는지는 그들의 최근 컬렉션을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로리 메시나 (좌) 와 시모네 리쪼 (우)     <출처 : Forbes>



2018SS 컬렉션을 보면 과감한 컬러 매칭과 써네이 타이포 로고 패턴을 사용한 세트업이 눈에 띈다. 그리고 빈티지 무드를 녹여낸 스쿨룩 느낌의 스타일로 그들이 추구하는 '쿨키즈(Cool Kids)'룩을 선보였다.




<출처 : Vogue>



이 외에도 니트 소재로 된 생수를 담는 목걸이, PVC 코팅된 광택이 넘치는 보라색의 자켓, 빈티지 무드를 섞은 오버사이즈 티셔츠 등으로 컬렉션을 꾸리고 있다. 써네이만의 위트로 레트로와 트렌디함을 접목시킨 이번 컬렉션이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출처 : Vogue>




이러한 컬렉션은 그들의 브랜드 이름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브랜드 이름을 정한 이유를 이렇게 말한다.


"그냥 차에서 노래를 듣다가 sunny 라는 단어에 꽂혔고, 그냥 그게 좋아서 이탈리아 식으로 바꿔 Sunnei 라는 브랜드 이름을 지었다"


브랜드 이름을 정한 단순한 이유처럼, 브랜드 모토 또한 무심함과 자유로움의 “sprezzatura” 마인드를 따르고 있다.


“sprezzatura" 스프레짜투라, 이탈리아어로 신경 쓰지 않고 멋을 부리는 것을 말한다. 멋부리지 않는 멋을 중시하는 두 디렉터, 그들은 이런 모토로 컬렉션을 꾸려간다. 볼드한 라인과 화려한 색감을 사용하고 적재적소에 과감하게 특이한 악세사리를 배치하면서 써네이만의 “sprezzatura" 철학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1. 써네이의 위트 넘치는 마케팅



써네이는 고작 3년 밖에 되지 않은 신생 패션 브랜드지만, 어디서 본 듯한 그리고 낯설지 않은 친근한 이미지와 위트를 풍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다음의 사진을 보자.



<출처 : 써네이 인스타그램 >



‘우리는 모두 써네이여야만 해’ 라는 옷을 입은 캐릭터의 이미지가 인스타그램에 올라온다. 'We should all be Sunnei' 즉, 'We should all be feminists' 라는 문구를 차용한 써네이만의 워드 플레이로 시대를 풍미했던 디올의 'We should all be feminists' 을 한 번 더 꼬집어서 한국 팬들을 저격하는 인스타그램 콘텐츠를 게시한다.


2018 코펜하겐 컬렉션의 착장들로 재밌고 귀엽게 구성한 이 게시물은 써네이가 얼마나 한국 팬들을 신경 쓰는지 보여준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뭘 좋아하는지 정말 잘 아는 이탈리안 브랜드라니.


써네이는 한국 시장을 제일 우선적으로 공략한 다소 특이한 브랜드다. 2015년 브랜드를 시작할 때, 한국 시장의 특이한 정서를 바로 캐치했고, 온라인과 모바일로 가장 빠르게 입소문이 전해지는 곳임을 알았다.  


그들의 의도대로, 한국 시장에서의 SNS 마케팅은 성공했다. 그들의 뮬 스니커즈 사진이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퍼지기 시작했고, 딱 떨어지는 데님과 완벽하게 매칭 된 뮬 스니커즈의 모습은 보는 이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냈다. 도대체 이 스니커즈는 어디꺼야?



<출처 : 써네이 인스타그램 >





써네이의 인스타그램을 보면 인스타그램으로 이런 것도 할 수 있었나? 라는 생각을 들게 할 정도로 SNS를 잘 활용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매일매일 써네이의 일상을 업로드하는 그들의 모습에서 브랜드와 일체감이 들기도 하면서 '밀란의 스트릿은 이런거야!'를 보여준다.


<출처 : 써네이 인스타그램 스토리 >



써네이는 스프레짜투라 철학을 녹여 옷을 만들고 홍보를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충 만들진 않는다. 이탈리아 전통 브랜드들의 패브릭을 직접 활용하고, 스니커즈를 제작하는 가죽 또한 이탈리아산 고급 가죽을 사용했다. 대담한 패션에 실용성과 단단한 소재로 그들이 단순히 상업성을 추구하는 브랜드만은 아니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2. 써네이의 캠페인 슈팅



써네이의 성공에 있어서 2017년과 2018년의 캠페인 슈팅을 담당한 안드레아 아르테미소(Andrea Artemiso)라는 사진작가를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써네이만의 위트 마케팅을 만드는데 가장 큰 일조를 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아르테미소가 표현한 써네이는 기존 남성복이 지배하는 밀란의 디자인 하우스 틈 사이에서 써네이가 성공한 이유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된다.


밀라노와 런던을 오가며 활동하는 그는 피사체인 모델에 조소적인 느낌을 부여해서 마치 모델이 움직이지 않는 조각 작품처럼 보이게 의도한다. 그리고 자신만의 독창적인 스타일과 스토리텔링 방식으로 써네이만의 브랜드 미학을 구성하는데 기여한다. 


3명의 그룹으로 구성된 캐릭터에 중점을 두고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을 저격하는 쿨키즈의 모습으로 캠페인을 구현했다.



<출처 : 써네이 공식 홈페이지 >



<출처 : 써네이 공식 홈페이지 >


패션의 진부함을 넘어서서 그들만의 고유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일련의 캠페인에서 비비드한 컬러, 줄무늬 그래픽, 기존의 상식을 뛰어넘은 액세서리 등을 드러내며 그룹의 캐릭터성을 더욱 강하게 부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의 느낌은 써네이와 완벽한 조화를 이룬다.




"2017년의 캠페인은 정말 강렬했다."



써네이의 캠페인 중에서도 2017 캠페인은 강렬했다. 한편에서는 나체의 사진을 그대로 보여주고, 다른 한편에서는 써네이를 입은 사람의 모습을 보여준다. 옷 입기 전과 그 후의 모습의 극적인 대비를 만들어 놓고 아슬아슬하게 은밀한 부위를 가리는 형식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사진 : 안드레아 아르테미소 스타일링 : 프란체스카 이찌>    <출처 : 써네이 공식 페이스북 >



<사진 : 안드레아 아르테미소 스타일링 : 프란체스카 이찌>   <출처 : 써네이 공식 페이스북 >



다분히 의도적인 비포 앤 애프터 형식의 이미지 구성으로, 써네이는 옷을 통해 어떻게 다르게 보이는지, 아이덴티티는 또 어떻게 변하는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해당 캠페인은 100개 한정판으로 제작되어 브랜드의 탑 클라이언트들에게 선물로 전달되었다고 한다.



<출처 : Highsnobiety >


스타일리스트와 포토그래퍼의 협업을 통해, 해당 캠페인은 써네이 무드를 팬들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이탈리아 밀란의 디자이너 하우스 전성기가 저물어 갈 때, 새로운 밀레니얼 세대의 트렌드이자 변화의 서두로 나서는 그들, 써네이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는 바로 이런 써네이만의 무드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더 많은 스토리가 궁금하면? 머스트잇 구경가기!


https://goo.gl/58Fk7t




매거진의 이전글 이런 브랜드 알아?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