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치민엔 내일이 없고 하노이엔 어제가 있다

피지배와 지배, 수탈의 역사

by 무타리

두 도시의 공기가 다른 역사적 이유

호치민에서 아침을 맞으면 도시가 먼저 움직인다.

오전 6시, 길거리 쌀국수 가게는 이미 두 번째 손님을 받고 있다.

오토바이 소리, 기름 냄새, 누군가의 전화 통화가 동시에 덮쳐온다.

도시가 나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하노이에서 아침을 맞으면 다르다.

골목이 조용하고, 호수 주변 공기가 아직 차갑다.

도시가 한 박자 뒤에서 나를 따라온다.

같은 나라, 같은 시간대인데 공기의 결이 다르다.

처음에는 기후 탓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는 기질 탓이라고 생각했다.

나중에서야 알았다. 그 공기는 역사가 몸에 새긴 감각이었다.


호치민 사람은 지금을 산다

호치민 사람은 오늘 안에 끝내려 한다.

결정이 빠르고, 기다리지 않고, 지금 손에 쥔 것을 지금 쓴다.

처음에는 남부 특유의 기질이라고 생각했다.

기질이 아니었다.

프랑스 인도차이나 시절, 사이공은 수탈의 거점이었다.

메콩 델타의 쌀이 사이공 항구를 통해 빠져나갔고, 남부 농민은 소작농으로 전락했다.

땅을 일궈도 수확은 지주와 총독부로 넘어갔다.

내가 오늘 만든 것이 내일도 내 것이라는 보장이 없었다.

1975년 통일 이후에도 구조는 반복됐다.

북부 출신 간부들이 남부로 내려와 지방근무의 보상으로 토지와 주택을 재분배받았다.

평생 일궈온 것들이 하루아침에 국가 소유가 됐다.

재산을 지키려던 사람들은 보트피플이 됐고, 남은 사람들은 가진 것을 빠르게 소비하거나 숨겼다.

지금 가진 것을 지금 써야 한다는 감각. 그것이 몸에 새겨지는 데 수백 년이 걸렸다.

호치민 사람이 오늘을 사는 건 낙관이 아니라 그 시간이 만든 반응이다.


하노이 사람은 서두르지 않는다

하노이 사람은 기다릴 줄 안다. 관계를 천천히 쌓고, 결정을 미루고, 격식을 먼저 챙긴다.

이것도 기질이 아니었다.

프랑스 인도차이나 시절, 하노이는 행정 수도였다.

총독부 관료들은 직위와 함께 토지를 하사받았다.

일하지 않아도 땅이 생겼고, 기다리면 자리가 왔다. 격식을 갖추고 줄을 서면 국가가 보상했다.

1975년 통일 이후에도 구조는 이어졌다.

북부 출신 간부와 군인들이 남부에서 몰수된 토지와 주택을 배정받았다.

빠르게 움직인 사람이 아니라 올바른 위치에 있던 사람이 가져갔다.

기다리면 온다는 경험이 수백 년 동안 반복됐다.

하노이 사람이 서두르지 않는 건 게으름이 아니라 그 도시가 오래 써온 생존 방식이다.

두 도시의 카페는 공기가 다르다.

호치민 카페에서는 소음 속에서 일한다. 옆 테이블 대화가 들려도 노트북 화면에 집중한다.

누군가 들어오고 나가도 시선이 흔들리지 않는다.

혼돈이 배경이 되는 훈련이 몸에 배어 있다.

하노이 카페에서는 정적 속에서 대화한다.

목소리를 낮추고, 상대의 말을 끝까지 듣고, 침묵을 어색해하지 않는다.

천천히 쌓이는 대화가 관계의 시작이 된다.

호치민에서 느리면 기회를 놓친다. 하노이에서 빠르면 신뢰를 잃는다.

이민자가 두 도시를 오가며 가장 먼저 배우는 건 언어가 아니다.

그 도시에서 어떤 속도로 숨을 쉬어야 하는가다.

호치민의 절박함도, 하노이의 여유도 둘 다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감각이다.

수탈당한 쪽은 오늘을 움켜쥐는 법을 몸으로 익혔고, 하사받은 쪽은 기다리는 법을 대물림했다.

어느 쪽이 더 나은 게 아니다.

베트남 이민을 앞둔 사람에게 이 두 가지 공기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면

당신은 오늘을 움켜쥐는 쪽인가, 내일을 기다리는 쪽인가.

그 감각이 도시를 정한다. 그리고 그 감각은 이미 당신 안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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