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베트남 여성은 가장이면서도 순종하는가?

늘 행복한 베트남 남자들

by 무타리

베트남 여성은 조용하고 순종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처음 베트남을 방문하거나 베트남 사람들과 교류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다.

남편 앞에서 말을 낮추고, 시어머니 눈치를 보며, 집안일을 도맡는다.

그 모습만 보면 베트남 여성은 전통적 젠더 역할에 순응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베트남 가정의 돈을 누가 관리하는지 물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전쟁이 만든 구조, 여성이 떠맡은 무게

베트남의 모계적 성격은 감성이 아니라 역사에서 왔다. 20세기 내내 베트남은 전쟁 중이었다.

프랑스와 싸우고, 미국과 싸우고, 그 사이 중국과도 싸웠다.

전쟁터로 나간 것은 남성이었고, 남은 것은 여성이었다.

농사를 짓고, 아이를 키우고, 마을을 지키고, 가족의 생존을 결정하는 일이 모두 여성의 몫이 됐다.

이것이 수십 년간 반복됐다.

한 세대가 아니라 두세 세대에 걸쳐 여성이 실질적 가장 역할을 해온 나라다.

전쟁이 끝나고 남성이 돌아왔지만, 이미 굳어진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여성이 결정하고, 남성이 바깥에서 체면을 유지하는 방식이 베트남 가정의 기본 작동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지갑을 쥔 사람이 가장이다

베트남에서도 남편이 월급을 아내에게 전부 건네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현대에 와서도 남편이 월급봉투를 건네지 않는 가정이 의외로 많다.

그럼에도 베트남 여성들은 스스로 벌어서 생활비를 배분하고, 저축을 결정하고, 자녀 교육에 얼마를 쓸지 판단한다.

남편은 용돈을 받아 쓴다. 70~80년대생 세대(世代)의 남자들이 가장의 책임을 안하고 노는 세대(世帶)들도 꽤 보게된다. (베트남에선 내집앞 바로 앞이 가판이 되고 저글링하듯 오토바이들이 구석구석 침투해 음식을 먹으러 이동하고 다녀서 여자들이 의지만 있으면 생계가 운영이 된다.)

한국식으로 표현하면 '생활비 일부를 주는' 구조가 아니라, 수입 전체를 아내가 운용하는 구조다.

요즘 한국도 크게 다르지 않은 걸 보면 이미 우리도 이미 진보된 모계사회이다.

시장에 가보면 이 구조가 더 선명하게 보인다. 베트남의 재래시장과 소규모 상점은 대부분 여성이 운영한다. 새벽 4시에 문을 열고, 저녁까지 장사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차린다.

경제 활동과 가사를 동시에 수행하는 것이 베트남 여성의 기본 일과다.

이것이 부담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협상력과 결정권의 근거이기도 하다.


순종은 전략이다

그렇다면 왜 베트남 여성은 순종적으로 보이는가.

겉으로 드러나는 태도와 실제 권력 구조가 다르기 때문이다.

베트남 사회에서 남성의 체면은 공적 영역에서만 유지된다.

밖에서는 남성이 결정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고, 여성은 그 체면을 지켜주는 역할을 맡는다.

집 안에서는 다르다. 자녀를 어느 학교에 보낼지, 이사를 할지 말지, 부모님 용돈을 얼마나 드릴지

이런 결정은 대부분 여성이 내린다. 가정에서 대부분의 남성은 침묵한다. 외면하고는 살짝 다른 이면이 있다.

남성의 동의를 구하는 형식을 취하지만, 실질적 판단은 이미 여성이 한 상태다.

순종처럼 보이는 태도가 실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주도권을 행사하는 방식이다.

이것은 억압의 흔적이기도 하고, 오랜 시간 다듬어진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두 가지를 동시에 보지 않으면 베트남 여성을 단순화하게 된다.


베트남 여성을 이해하면 가정이 보이고, 사회가 보인다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거나 현지 파트너와 일할 때, 남성 대표자만 상대하면 절반을 놓친다.

실제 의사결정 구조에 여성이 깊이 개입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가정 소비재 시장에서 구매 결정권을 쥔 것도 여성이고, 자녀 교육 관련 소비를 주도하는 것도 여성이다.

순종하지만 가장의 무게를 지고 산다는 것은 모순이 아니다.

베트남 여성이 수십 년에 걸쳐 만들어낸 삶의 구조다.

그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베트남 사람들의 관계 방식도, 가정의 작동 원리도, 소비 패턴도 표면만 읽게 된다.

호치민이 베트남의 정치적 좌표라면, 베트남 여성은 그 사회의 생활 좌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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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한국남자들이 농을 던질지도 모른다. 우리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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