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삶을 본 딸 세대가 내린 결론
베트남 젊은 여성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비슷한 말을 듣는다.
베트남 남자와는 결혼하고 싶지 않다고, 외국인 남편을 원한다고.
처음 들으면 경제적 동기로 읽힌다.
더 잘사는 나라 남자를 만나 다른 삶을 원하는 것이라고. 그 해석이 완전히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런데 대화를 더 이어가면 돈 이야기가 아니라 엄마 이야기가 나온다.
베트남 젊은 세대는 특정한 풍경 속에서 자랐다.
새벽에 일어나 시장에 나가고, 종일 장사하고, 저녁에 돌아와 밥을 짓고, 남편 술자리를 걱정하며 잠드는 어머니를 옆에서 봤다.
가정 경제를 혼자 짊어지면서도 남편 앞에서는 목소리를 낮추는 모습을 수십 년간 목격했다.
이 세대는 그것을 미덕으로 배우지 않았다.
희생이 아니라 구조적 불평등으로 읽었다.
학교에서 배운 언어, 인터넷으로 접한 세계, 글로벌 콘텐츠가 제공한 비교 기준이 달랐다.
엄마가 당연하게 받아들인 것들을 딸 세대는 당연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베트남 젊은 여성들이 자국 남성에게 갖는 불신은 개인에 대한 감정이 아니다.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진 행동 방식에 대한 판단이다.
술자리 문화, 외도에 관대한 시선, 가사와 육아를 당연히 여성 몫으로 보는 태도.
이것이 특정 남성의 문제가 아니라 베트남 남성 문화 전반의 패턴이라고 젊은 여성들은 인식한다.
한국의 젊은 세대가 기성 권력 구조를 비판적 언어로 해체했던 것과 유사한 구조다.
베트남 젊은 여성에게 부모 세대의 결혼 방식은 바꿔야 할 관습이지, 계승해야 할 전통이 아니다.
그 관습이 특정 개인이 아니라 문화 전체에 뿌리내리고 있다고 느끼기 때문에, 탈출의 방향이 개인 선택이 아니라 문화권 자체의 전환으로 향한다.
외국인 남성, 특히 한국·일본·서구권 남성에 대한 선호에는 구체적인 기대가 담겨 있다.
집안일을 함께 한다, 아내의 커리어를 존중한다,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이 그들이 외국인 파트너에게 기대하는 모습이다.
물론 이 기대가 현실과 항상 일치하지는 않는다.
외국인 남성도 각자의 문화적 편견을 갖고 있고, 결혼 이후 실망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기대 자체가 중요하다. 그 기대의 내용이 돈이 아니라 관계의 구조이기 때문이다.
더 평등한 관계, 더 대등한 역할 분담, 내 의견이 묵살되지 않는 가정.
이것이 그들이 외국인 결혼에서 찾는 것이다.
베트남 젊은 여성의 외국인 결혼 선호를 단순히 국제결혼 트렌드로 읽어도 될까
내 생각에 이것은 세대 전환의 신호다.
수십 년간 유지된 가정 내 성별 구조에 대한 거부 반응이 결혼 상대 선택이라는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다.
베트남 사회는 지금 두 세대가 같은 나라 안에서 다른 기준으로 살고 있다.
엄마 세대는 가장의 무게를 감당하면서도 그것을 여성의 역할로 받아들였다.
딸 세대는 그 무게 자체를 거부한다. 이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한, 외국인 결혼 선호는 트렌드가 아니라 구조적 현상으로 남을 것이다.
호찌민이 국가의 정치적 기준을 세웠고, 베트남 어머니들이 가정의 생활 기준을 떠받쳐 왔다면
지금 젊은 세대는 그 기준 자체를 다시 쓰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