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 꽁 썬(Trịnh Công Sơn)

베트남이 아직도 부르는 노래

by 무타리

베트남 카페에 앉아 있다 보면 낯선 노래가 귀에 걸린다. 멜로디는 조용하고, 가사는 흘러가듯 느리다.

옆 테이블 젊은이들이 흥얼거리는 그 노래가 1960년대에 쓰인 곡이라는 것을 알면 잠시 멈추게 된다.

작곡가의 이름은 찐꽁썬(Trịnh Công Sơn). 2001년에 세상을 떠났지만

베트남에서 그의 노래는 지금도 불린다.

왜 젊은 세대가 반세기 전 노래를 찾는가. 그 해답에서는 베트남의 정서가 보인다.


노랫말이 시가 되는 방식, 윤동주를 닮은 언어

찐꽁썬의 가사는 시다. 전쟁을 노래하면서 전쟁을 직접 말하지 않는다.

죽음을 이야기하면서 죽음이라는 단어를 피한다.

그 자리에 바람이 오고, 빗소리가 오고, 어머니의 이름이 온다.

윤동주가 식민지의 고통을 별과 하늘과 부끄러움으로 썼던 것처럼,

찐 꽁 썬은 전쟁의 비극을 꽃잎과 강물과 이별로 썼다.

두 사람은 시대도 나라도 달랐지만 처한 조건이 닮아 있었다.

윤동주는 일제강점기를 살았고, 찐 꽁 썬은 베트남 전쟁의 한복판에 있었다.

둘 다 직접적인 저항 대신 내면의 언어를 택했다.

그 언어가 선전이 아니라 시가 됐기 때문에, 시대가 끝난 뒤에도 노래가 살아남았다.

전쟁이 끝나면 구호는 사라지지만 서정은 남는다.

그의 대표곡 '디엠 쑤아'(Diễm Xưa)의 가사는 이렇게 흐른다.

비가 내린다, 그 빗속에 당신이 있다,

당신은 멀리 있고 나는 여기 있다. 사랑 노래처럼 읽히지만,

전쟁으로 갈라진 남북 베트남, 만날 수 없는 사람들, 사라진 것들에 대한 애도가 그 안에 겹쳐 있다.


멜로디가 정서가 되는 방식, 홍난파를 닮은 서정

홍난파의 '봄이 오면'과 '고향의 봄'이 수십 년이 지나도 한국인의 입에서 떠나지 않는 것은 멜로디가 민족의 정서와 공명하기 때문이다.

기교가 아니라 결이다. 찐 꽁 썬의 음악도 같은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의 멜로디는 복잡하지 않다. 화려한 편곡도, 기교적인 전조도 없다.

단순한 음계 위에 가사가 얹히고, 그 가사가 멜로디와 함께 하나의 감정 덩어리가 된다.

이 단순함이 오히려 누구에게나 열려 있는 구조를 만든다.

전문 가수도 부를 수 있고, 카페 구석의 젊은이도 흥얼거릴 수 있다.

베트남의 수많은 가수가 그의 곡을 커버하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 있다.

멜로디 자체가 해석의 여지를 품고 있다.


베트남의 한(恨), 세대를 건너는 정서

한국에 한(恨)이 있다면 베트남에는 '부온'(buồn)이 있다.

직역하면 슬픔이지만, 그 안에는 체념과 그리움과 아름다움이 함께 섞여 있다.

한국의 한처럼 단순한 슬픔이 아니라 오래 쌓인 감정의 층위다.

찐 꽁 썬의 음악은 이 '부온'을 가장 정확하게 담아낸 언어다.

베트남은 전쟁이 끝난 뒤에도 오랫동안 가난했고, 분열됐고, 세계로부터 고립됐다.

그 시간 동안 사람들이 공유한 감정이 그의 노래 안에 있었다.

세대가 바뀌어도 그 노래가 불리는 것은 가사가 기억되기 때문이 아니라, 정서가 아직 살아 있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는 전쟁을 모르지만 '부온'을 안다.

그 감정이 찐꽁썬의 멜로디와 만나는 순간, 노래는 다시 현재가 된다.


베트남 현대 가요의 원류

베트남의 젊은 가수들이 그의 노래를 커버하는 것은 헌정이 아니다.

자신의 감정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하는 언어를 찾은 결과다.

재즈로 편곡되고, 샘플드럼 비트 위에 얹히고, 어쿠스틱 기타 하나로 카페에서 불린다.

형식이 바뀌어도 노래는 바뀌지 않는다.

그것이 원류의 힘이다.

윤동주의 시가 한국 현대시의 감수성을 형성한 것처럼,

홍난파의 선율이 한국 서정 가요의 뿌리가 된 것처럼,

찐꽁썬의 노래는 베트남 현대 가요가 돌아오는 정서적 고향이다.

새로운 것을 만들려 할 때, 베트남의 음악가들은 결국 그에게서 출발한다.

반세기 전의 노래가 지금도 커버되는 이유는 그것이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현재의 기준이기 때문이다.


***

저는 베트남 음악을 들을 때마다 베트남 사람과 한국 사람이비슷하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특히 찐꽁썬 선생님의 음악을 들을 때마다 이봉조 선생님의 음악이 많이 생각나서 늘

존경의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Hạ Trắng이란 곡을 AI로 Bobby Caldwell 스타일로 만들어보았습니다.

Hạ Trắng은 베트남어로 "하얀 여름"을 뜻합니다.

여기서 Hạ()는 여름, Trắng()은 흰색을 의미하죠.

사랑과 그리움, 시간의 덧없음을 하얀 여름 이미지로 표현한 시적인 작품입니다

베트남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문화 전반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음악만큼 그들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콘텐츠도 흔치 않습니다.

https://youtu.be/41u4SPCSJUE


https://youtu.be/X5D_K2eGfPk?si=MOsUrGfC0uDY4Mt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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