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은 중국을 어떻게 다루는가

대나무 외교, 그리고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키우는 전략의 실체

by 무타리

2024년 8월, 베트남 신임 공산당 서기장 또럼이 취임한 지 약 2주 만에 베이징을 방문했다.

시진핑과 만나 14개 분야 협정에 서명했다.

555킬로미터짜리 중국-베트남-라오스 철도, 하노이 지하철, 농산물 수출 검역 편의. 겉으로 보면 이주 좋은 이웃 나라들의 담소처럼 보인다.그러나 두 달 앞서 같은 남중국해에서 중국 해경선이 베트남 어선을 나포했다. 베트남은 항의 성명을 발표했다. 그리고 여전히 또럼은 베이징에 갔다.

같은 해, 베트남은 미국과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을 강화했고, 일본과도 손을 잡았으며, 인도와 남중국해 협력을 이어갔다.이 장면들이 모순처럼 보인다면, 베트남 외교를 아직 이해하지 못한 것이다.

베트남은 갈등하면서 협력하고, 협력하면서 견제한다. 그리고 그 모든 움직임 사이에서 돈을 번다.

이것이 베트남식 국가 경영이다.


중국과 베트남 — 역사가 만든 불편한 동거

베트남은 중국과 1,281킬로미터의 육상 국경을 맞대고 있다. 그리고 남중국해에서 파라셀 군도와 스프래틀리 군도 영유권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한다. 중국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구단선(九段線)'은 베트남의 배타적경제수역을 침범한다.

역사의 상처도 깊다. 1974년 중국은 베트남과의 전투 끝에 파라셀 군도를 빼앗았다.

1979년에는 캄보디아를 둘러싼 갈등으로 중국이 베트남을 침공했다.

1988년 스프래틀리 군도 해전에서 베트남 군인 64명이 전사했다.

베트남인들의 대중 감정은 아세안 국가 중 가장 적대적이다.

퓨 리서치 조사에서 베트남인의 88%가 중국에 비우호적이라고 답했다.

그럼에도 2014년 중국이 영유권 분쟁지에서 석유를 시추하자 베트남에서 대규모 반중 시위가 터졌지만, 그해에도 베트남 정부는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했다. 2018년 베트남은 알리페이 사용을 금지했지만, 같은 시기 중국의 대베트남 투자는 4위 규모였다. 갈등과 협력이 동시에 진행된다.

현실을 직시하면 이해된다. 베트남 최대 수입국은 중국이다.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와 부품의 상당 부분이 중국에서 들어온다. 중국과 완전히 갈라서는 것은 베트남 경제 자체를 흔드는 일이다.

증오해도 이용해야 하고, 이용하면서도 경계해야 한다. 이것이 베트남이 처한 구조적 현실이다.


대나무 외교 — 흔들리되 뿌리는 내린다

베트남이 구사하는 외교 원칙을 '대나무 외교(Bamboo Diplomacy)'라고 부른다.

대나무는 태풍에 휘어지지만 부러지지 않는다. 강풍에 맞서지 않고 일단 기울어졌다가, 바람이 지나면 다시 곧게 선다.구체적으로 베트남은 어떤 국가와도 정식 군사 동맹을 맺지 않는다.

자국 내 외국 군사기지를 허용하지 않는다.

어느 한 강대국 편을 드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도 자제한다.

20세기 내내 프랑스·미국과 전쟁을 치른 나라답게, '외세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지킨다.

그러나 모두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다.

러시아(2012년), 인도(2016년), 한국(2022년), 미국·일본(2023년), 호주(2024년)와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중국과 갈등하는 나라들과 연달아 손을 잡으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중요시한다는 신호를 반드시 함께 보낸다. 또럼이 미국과 관계를 강화할 때마다, 베이징 방문이 따라온다.

이 전략은 베트남에게 지정학적 프리미엄을 만들어준다.

미국에게 베트남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파트너다. 중국에게 베트남은 육상 국경을 맞댄 나라로, 적대적 관계로 만들 수 없다. 일본과 한국에게 베트남은 공급망 재편의 핵심 기지다.

모든 강대국이 베트남을 필요로 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필리핀과 비교하면 이 전략의 차이가 선명해진다. 필리핀은 중국과의 남중국해 충돌을 공개적으로 국제 이슈화하고 미국 동맹을 전면에 세운다.

베트남은 갈등을 조용히 관리하면서 실리를 챙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필리핀-베트남 분할 전략을 쓰며 베트남에 상대적으로 부드럽게 대한다고 분석한다. 베트남은 그 공간을 적극 활용한다.


미중 갈등이 베트남에게는 기회였다

2018년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됐을 때,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미국의 대중 관세를 피하기 위해 베트남에 공장을 세우고, 베트남산으로 수출하는 구조였다.

베트남은 이 흐름을 막지 않았다. 단, 베트남산으로 허위 표기하는 경우는 단속했다.

들어오는 자본은 받되, 규칙을 어기는 것은 차단한다.

동시에 베트남은 글로벌 공급망 재편의 최대 수혜국이 됐다.

삼성, LG, 인텔, 애플 공급망 파트너들이 속속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2024년 기준 베트남 수출의 약 70%가 외국인 투자 기업이 담당한다. 전체 FDI 유치액이 382억 달러를 넘었다. 'Made in Vietnam'이 세계 시장에서 통용되는 브랜드가 됐다.

2025년에는 트럼프의 베트남 46% 관세가 또 다른 변수가 됐다.

베트남 GDP의 약 30%에 영향을 미치는 충격이다. 그러나 베트남은 즉시 미국과 협상 테이블에 앉았고, 협상 기간 관세는 20%로 낮춰졌다. 동시에 중국과의 경제 협력을 강화하는 카드를 꺼냈다.

미국의 압박이 오히려 중국과의 협상 레버리지가 됐다.

이것이 베트남의 방식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기술이 있다.

강대국들의 경쟁이 심화될수록, 베트남의 지정학적 가치가 올라간다.

모든 나라가 베트남을 필요로 하는 순간, 베트남이 선택권을 갖는다.


경제와 안보를 동시에 — 베트남의 자강(自强) 전략

베트남은 군사 동맹 없이 어떻게 안보를 유지하는가. 답은 자강(自强)이다.

스스로 강해지는 것. 외교로 시간을 벌고, 그 시간 동안 경제력과 군사력을 동시에 키운다.

군사력 측면에서 베트남은 스프래틀리 군도에 아세안 국가 중 가장 많은 인공섬과 군사기지를 점유하고 있다. 조용히, 그러나 꾸준히 실효 지배를 확장해왔다. 러시아제 킬로급 잠수함 6척, 수호이 전투기, 최신 미사일 시스템을 확보했다. 국방비는 꾸준히 증가 추세다.

2024년 팜민찐 총리가 '국방 역량 강화'를 명시적으로 선언한 것은 이 방향이 정책이 됐다는 신호다.

경제력 측면에서는 더욱 공격적이다. 2025년 베트남 GDP 성장률은 8%를 돌파하며 2011년 이후 최강 성과를 기록했다. 정부는 2026년 두 자릿수 성장을 목표로 제시했다.

수출은 연평균 14% 이상 성장해왔고, FDI는 꾸준히 유입된다.

수출의 70%가 외국인 투자 기업이라는 사실은 역설적으로 세계 주요 기업들이 베트남 경제와 연결돼 있다는 뜻이다. 이것은 안보 자산이기도 하다. 베트남을 침범하는 것이 자신들의 공급망을 건드리는 것이 되는 구조를 만든 것이다.무역 네트워크도 넓힌다. 미국·EU·일본·한국·아세안·중국 전방위 FTA 체계를 갖추며 특정 국가 의존도를 낮추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수출 시장이 다변화될수록, 한 나라의 경제 압력에 취약해지지 않는다. 중국이 수입을 막아도, 미국에 수출할 수 있다. 미국이 관세를 올려도, EU와 아세안이 받아준다.


베트남이 오히려 우리보다 유리한 이유 — 약소국의 교과서

한국은 미중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다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미국과 군사 동맹을 맺고 있어 중국의 경제 압박에 취약하다. 사드(THAAD) 배치 때 중국의 경제 보복이 왔고, 반도체 규제 때마다 한국 기업이 긴장한다.

베트남은 미중 어느 쪽도 공식 동맹국이 아니다. 그러나 두 나라 모두 베트남을 필요로 한다.

이 포지션이 '자유'를 만든다. 중국이 압박하면 미국과 관계를 강화한다.

미국이 압박하면 중국과 철도를 짓는다. 어느 쪽도 베트남을 마음대로 할 수 없다.

이것은 약소국의 생존 기술이자, 냉철한 국가 이익의 계산이다.

감정적 반중, 감정적 친미는 없다. 어제의 적 미국과 수교하고, 어제의 동맹 중국과 바다에서 맞선다.

베트남에게 영원한 우방도 영원한 적도 없다. 있는 것은 국익뿐이다.

베트남의 수출 시장을 보면 더욱 선명하다. 최대 수출 시장은 미국(연 1,420억 달러), 최대 수입 시장은 중국이다. 미국의 돈으로 성장하면서, 중국의 부품으로 만든다.

두 강대국의 경제 시스템을 동시에 활용하는 구조다.

이 구조가 흔들리지 않게 유지하는 것이 베트남 외교의 목표다.


베트남이 준비하는 것

세계는 군사력과 경제력을 동시에 가져야 한다는 명제를 베트남은 실천으로 보여준다.

단, 그 방식이 독특하다. 자국 내 외국 군사기지를 허용하지 않는 대신, 세계 최대 기업들의 공장을 들여온다. 군사 동맹 대신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는다. 군함 대신 FTA로 세계와 연결된다.

베트남이 준비하는 것은 하나다. 누구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는 나라가 되는 것.

군사력으로 막아내는 나라가 아니라, 건드리면 모두가 손해보는 나라.

중국과 싸우지 않고 중국을 제어하는 방법이 있다면, 그것은 세계 공급망의 핵심이 되는 것이다.

침범하면 애플 생산이 멈추고, 삼성 생산이 흔들리고, 나이키 수출이 끊기는 나라. 그게 베트남이 설계하는 미래 안보다.

쩐흥다오가 700년 전에 말했다. '군대는 부모자식처럼 단결시키고 백성을 너그럽게 대하여 그 힘으로 대업을 이루라.' 베트남은 그 유언을 현대적으로 번역했다. 국민의 경제력이 국방력이고, 세계와의 연결이 안보다.

중국을 미워하면서 활용하고, 미국을 이용하면서 경계한다. 모두를 필요로 하게 만들고, 그 필요 위에 번영을 쌓는다.

이것이 베트남이 역사에서 배운, 그리고 지금도 실천하고 있는 유일한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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