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800만 원부터 4,000만 원까지 : 학교 유형별 실전 비용 가이
베트남에 발령받거나 이민을 결정하고 나서 가장 먼저 찾아보는 것 중 하나가 자녀 학교다.
'국제학교'라는 단어 앞에서 많은 부모가 막연한 공포를 느낀다.
싱가포르처럼 비싸면 어쩌지, 아니면 의외로 저렴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두 가지 다 맞다. 어떤 학교를 고르느냐에 따라 연간 800만 원이 될 수도 있고, 4,000만 원이 넘을 수도 있다.
베트남 국제학교 시장은 크게 세 유형으로 나뉜다. 한국국제학교, 외국계 프리미엄 국제학교, 그리고 그 중간 어딘가의 이중언어 사립학교. 각각 목적도 다르고 비용도 다르다. 어떤 선택이 우리 가족에게 맞는지를 판단하려면 숫자를 먼저 봐야 한다.
하노이한국국제학교(KIS Hanoi)와 호찌민시한국국제학교(KIS HCMC).
대한민국 교육과학기술부가 설립을 인가한 재외한국학교다. 한국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르므로 귀국 후 국내 학교 편입이 수월하다. 한국 교사, 한국 교과서, 한국어 수업이 기본이다.
학비는 두 학교 모두 분기별 납부 방식이며 연간 기준으로 초등의 경우 약 3,000만~3,500만 동(한화 약 150만~175만 원) 수준이다. 연간 총비용이 국제학교 중 가장 낮다.
단, 입학 자격이 엄격하다. 부모가 모두 하노이 또는 호찌민에 거주함을 재외국민등록부로 증명해야 하고, 정원 제한이 있어 전입 시기에 따라 대기가 생기기도 한다.
장점은 비용 대비 안정성이다. 귀국 후 특례입학 3년 요건을 충족하려는 가정, 언어 부담 없이 자녀를 정착시키고 싶은 가정에게 1순위 선택지다. 단점은 영어 노출이 상대적으로 적고, 학교가 한국인 커뮤니티 안에서만 돌아간다는 점이다.
베트남에서 '국제학교'라고 하면 이 범주를 주로 가리킨다. 영국식(BIS, ACSS), IB과정(UNIS, ISHCMC), 미국식(CIS, SIS) 등 커리큘럼과 운영 주체가 다양하다. 수업은 100% 영어로 진행되며, 교사진 대부분이 원어민이다.
표에서 보듯 학교별로 최대 4배 이상의 격차가 난다. 하노이 기준 UNIS와 BIS가 가장 비싸고, 프랑스국제학교(LFAY)나 싱가포르국제학교(SIS)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호찌민은 10개 이상 국제학교가 경쟁하는 만큼 선택지가 더 넓고 가격대도 다양하다.
최상위 학교들(UNIS, BIS, ISHCMC)은 연 3만 달러를 넘는다. 싱가포르나 홍콩 최상위 국제학교와 비교해도 비슷하거나 조금 낮은 수준이다. '동남아라 저렴하다'는 기대를 갖고 이 구간을 보면 크게 실망할 수 있다.
학비 표에 나온 금액은 수업료만이다. 실제 지출은 여기에 여러 항목이 붙는다.
입학금(Application/Enrollment Fee) 학교마다 다르지만 1,000~3,000달러 수준. 매년 내는 게 아니라 최초 입학 때 1회성이다.
급식비(School Meals) 연간 1,500만~4,000만 동(75만~200만 원). 학년과 식사 횟수에 따라 차이가 크다.
스쿨버스(School Bus) 연간 왕복 기준 2,000만~3,500만 동(100만~175만 원). BIS 하노이의 경우 왕복 연 3,000만 동.
EAL(영어 보충반) 영어가 부족한 채로 입학하면 별도 EAL 수업이 붙는다. 학비와 별도 청구.
교재·교복·과외활동비 학교에 따라 연간 500만~1,500만 동 추가. 상당수 학교가 노트북 지참을 요구(초등 5학년 이상부터).
이 모든 항목을 합치면 연간 실질 지출은 표에 나온 수업료의 1.2~1.5배로 보는 것이 현실적이다. UNIS에 보내는 가정은 수업료 외 추가 비용까지 합쳐 연간 4,000만~5,000만 원을 예상해야 한다.
학비만 보고 결정하면 후회한다. 목적이 먼저여야 한다.
한국 복귀·특례입학이 목적이라면 → 한국국제학교(KIS). 비용이 가장 낮고 귀국 후 편입이 가장 수월하다. 3년 특례, 12년 특례 요건을 충족하려면 재외한국학교 재학이 필수다.
영어 실력과 해외 대학 진학이 목적이라면 → BIS, UNIS, ISHCMC 등 IB/영국식 학교. 학비는 높지만 커리큘럼 완성도와 대학 진학 실적이 검증됐다. IBDP 45점 만점자 배출 사례가 실제로 있다.
비용 부담을 줄이면서 영어 교육 환경을 원한다면 → SIS, LFAY, RISS 중급 구간. 연 1,000만~2,000만 원대에 수준 있는 국제 커리큘럼이 가능하다.
학교를 고를 때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이 있다. 희망 학년의 공석 여부다. 인기 학교는 대기가 생기고, 원하는 시점에 바로 입학이 안 될 수 있다. 특히 학기 중 전입이라면 이 확인이 가장 먼저다.
2024년 호찌민에서 'AISVN(미국국제학교베트남)' 사태가 터졌다. 한때 '부잣집 자녀들의 학교'로 불리며 IB 전 과정을 운영하던 학교였다. 연간 학비가 4억5천만~7억2500만 동 (대략 한 화 2천5백에서 5천만 원)에 달했다. 그 학교가 재정 위기로 운영 정지를 당했고, 학부모들이 환불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 사태는 베트남 국제학교를 선택할 때 학비 수준만 보면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줬다.
운영 주체의 재정 건전성, 국제 인증(IBO, CIS, WASC 등) 여부, 오랜 운영 이력이 중요하다. 화려한 시설과 높은 학비가 안정성을 보장하지 않는다.
UNIS, BIS 같은 국제 재단 소속 학교는 그 재단이 망하지 않는 한 학교도 유지된다. 반면 개인이 운영하는 단독 법인 학교는 재정 리스크를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연 500만~800만 원 → 한국국제학교(KIS). 한국 커리큘럼, 귀국 특례 유리.
연 1,000만~2,000만 원 → SIS, LFAY, RISS 등 중급 국제학교. 영어 교육 환경 + 비용 균형.
연 2,500만~4,000만 원 → BIS, ISHCMC, RISS 상위. 영어 완전 몰입 + 해외 대학 진학 트랙.
연 4,000만 원 이상(전체 비용 기준) → UNIS Hanoi 고학년. 동남아 최상위 수준.
베트남 국제학교는 싱가포르보다 저렴하지만, '동남아니까 싸겠지'는 착각이다.
목적에 맞는 학교를 고르고, 수업료 외 추가 비용까지 포함한 실질 예산을 짜는 것이 첫 번째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