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사업 실패는 왜 같은 이유로 반복되는가

사람들이 왜 같은 자리에서 반복해서 넘어지는가

by 무타리

베트남에 오래 있다보면 여러 실패를 목격하게 된다.

한국에서 꽤 성공한 사람이 베트남에 진출했다 1~2년 후 사업이 뜻대로 되지 않는고 3년 차에 조용히 철수한다. 그리고 비슷한 배경의 다른 사람이 비슷한 방식으로 들어온다.

이것이 특정 개인의 실패가 아니라는 것을 숫자가 보여준다.

산업연구원(KIET)이 2025년 조사한 베트남 진출 한국 기업 343개 중, 향후 2~3년 내 철수 또는 이전을 고려한다는 기업이 18.9%에 달했다. 전년(10.8%)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5년 기준으로는 20.7%다. 다섯 곳 중 한 곳이 '떠날 것을 고민한다'는 얘기다.

그런데 이 숫자보다 더 흥미로운 질문이 있다. 왜 반복되는가.

앞서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넘쳐난다.

그럼에도 같은 유형의 실패가 새로운 사람에게 다시 벌어진다. 구조적인 이유가 있다.


첫 번째 착각 - '싼 나라'라는 전제가 이미 틀렸다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 기업이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인건비가 싸다'는 것이다.

2000년대 초중반에 이 명제는 맞았다. 그러나 2026년 현재 베트남의 현실은 다르다.

2024년 7월 최저임금 6% 인상이 완료됐고, 2026년 1월부터 다시 평균 7.2% 인상이 시행됐다.

현지 제조업 현장에서는 '5년 전 대비 인건비가 2배 가까이 올랐다'는 말이 나온다.

베트남에서 생산비가 올랐을 뿐 아니라 중국 기업들이 대거 진출해 숙련 인력 유치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베트남은 싸다'는 전제를 갖고 들어오는 투자자가 여전히 있다.

그 전제 위에 사업 계획을 세우면 처음부터 수익 구조가 삐걱거린다.

비용이 기대치보다 높고, 생산성이 기대치보다 낮고, 이직률이 기대치를 초과한다.

지금 베트남에서 살아남는 제조업은 기술 차별화가 있거나 공급망에서 대체 불가능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기업이다. '싸서 왔다'는 기업은 이미 더 싼 나라(라오스,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와 비교당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 착각 - 한국에서 성공했으니 베트남에서도 될 것이다

배달의민족은 한국에서 압도적 1위 플랫폼이다. 베트남에 야심차게 진출했다.

B급 감성 마케팅, 한류 연계 프로모션, 현지 합작까지 동원했다.

그리고 5년 만에 철수했다. 현지에서 이미 자리를 잡은 그랩(Grab)의 벽을 넘지 못했다.

토스는 베트남에서 300만 명 사용자를 확보했다. 트래픽은 있었다.

그러나 금융 플랫폼으로 수익을 내는 데 실패했다.

베트남 중앙은행의 규제가 신규 서비스 출시를 막았고, 현지 소비자의 결제 문화와 소득 수준이 한국과 달랐다.이 두 사례에서 공통점이 보인다. 한국 내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들고 왔다는 것.

시장이 다르면 성공 공식도 다시 써야 한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았거나, 받아들이기 전에 비용이 먼저 소진됐다.

베트남은 '한국의 15년 전'이 아니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다른 시장이다.

베트남 소비자는 이미 그랩, 쇼피, 틱톡샵을 일상적으로 쓴다. 한국 방식이 신선하게 느껴지는 시장이 아니다.


세 번째 착각 - 좋은 파트너만 만나면 된다

베트남 사업 실패 스토리를 들어보면 파트너가 등장하는 경우가 매우 많다.

'믿었던 베트남 파트너가 수익금을 정산하지 않았다', '파트너가 지적재산권을 무단 복제해 모조품을 팔았다', '현지인 명의로 설립했는데 파트너가 회사를 통째로 가져갔다'.

현지인 명의 차명 법인은 한국인 투자자가 반복적으로 빠지는 함정이다.

'세금이 덜 나온다'는 말에 솔깃해 차명으로 법인을 설립하면, 법적으로는 그 회사가 베트남 현지인 소유가 된다. 투자금이 이체된 순간 한국인의 법적 권리는 사라진다. 각서나 공증도 무효로 간주된다.

이 사실을 알고도 진행하는 경우는 없다. 모르고 당하는 것이다.

파트너 리스크는 나쁜 파트너를 만나서 생기는 게 아니다.

파트너 검증 없이 진행한 데서 생긴다. 베트남 법률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 투자자 상담의 상당수가 이미 계약을 맺은 뒤 문제가 생기고 나서 법무법인을 찾는 경우라고 한다.

계약 전 파트너 실사(Due Diligence), 계약서의 베트남어 본 검토, 지적재산권 등록.

이 세 가지가 진입 전에 이뤄져야 한다. 들어간 다음에는 수습이 들어가기보다 훨씬 비싸다.


네 번째 착각 - 중국과 비슷하겠지

중국 사업 경험이 있는 한국 투자자들이 베트남에 들어올 때 자주 범하는 실수가 있다.

중국에서 쌓은 경험을 베트남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다.

공산당 일당 체제, 국영기업 비중, 정부 인허가의 중요성.

물론 표면적 유사성이 있다. 그런데 작동 방식이 다르다.

중국에서는 과거 관계(关系·관시)를 통한 문제 해결이 일반화됐다.

베트남에서 같은 방식을 쓰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반부패 캠페인 이후 베트남 공무원들은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결정을 미루는 경향이 강해졌다.

'봉투'를 줘도 처리가 안 되는 상황이 현재 베트남 현실이다.

베트남 법률 체계는 프랑스 민법 전통을 기반으로 하고,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구두 합의는 법적 효력이 제한된다. 중국에서 구두 합의로 처리하던 방식이 베트남에서는 아예 다른 결과를 낳는다.

베트남 = 중국이라는 공식을 갖고 들어오면, 맞는 부분보다 틀린 부분에서 대가를 치른다.

두 나라는 겉모습이 비슷해 보이는 만큼 내부 작동 방식의 차이를 더 쉽게 놓치게 된다.


다섯 번째 착각 - 정책이 바뀌어도 우리는 괜찮겠지

SK매직, 동원F&B, 현대홈쇼핑. 한국을 대표하는 중견·대기업들이 베트남에서 철수하거나 지분 매각을 추진한 공통점이 있다. 인건비 상승, 경쟁 심화와 함께 '규제 환경 변화'가 겹쳤다.

베트남 섬유 업계가 집단 위기에 빠진 계기 중 하나는 베트남 정부의 '내국 수출입제도' 변경 추진이었다.

외국인 투자 우대 정책에 기대어 사업 구조를 짠 기업들이 정부 정책 방향이 바뀌자 직격탄을 맞았다.

'사활을 걸고 투자했는데 철수도 못 하고 버티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베트남은 공산당이 정책 방향을 빠르게 바꿀 수 있는 나라다. 이점과 위험이 동시에 있다.

혜택을 빠르게 줄 수 있는 만큼, 혜택을 빠르게 거둬들일 수도 있다.

중앙과 지방 정부의 정책 해석도 다르고, 행정구역 통폐합처럼 예상치 못한 행정 변수도 생긴다.

'이 정책이 유지될 것이라는 전제' 위에 사업 구조를 올린 기업은 정책이 바뀌는 순간 구조 전체가 흔들린다. 사업 계획에 '정책 변경 시나리오'가 없다면 그것이 리스크다.


여섯 번째 착각 - 한인 커뮤니티 안에서 할 수 있다

소규모 자영업으로 베트남에 진출하는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빠지는 함정이 있다.

타깃을 한인 교민으로 잡는 것이다. 처음에는 합리적으로 보인다.

베트남어 없이도 영업 가능하고, 한국인의 취향을 정확히 알고 있으니까.

그러나 교민 시장의 규모는 한계가 있다. 호치민 한인 교민이 10만 명 안팎이다.

비슷한 업종 경쟁자가 늘면 파이는 그대로인데 나눠야 하는 수가 많아진다.

교민 대상 한식당, 교민 대상 미용실, 교민 대상 학원이 포화 상태인 이유다.

현지 시장으로 확장하려면 베트남어와 현지 문화 이해가 필요하다.

그걸 처음부터 준비하고 들어온 것이 아니라면, 교민 시장에 갇혀 경쟁이 심화하다가 버티지 못하고 나오는 수순이 반복된다.

한인 타운은 사업의 발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발판에서 도약하지 않으면, 결국 나의 발판 위에 누군가가 나를 밀어내고 서있는 것을 지켜보게 된다.


왜 반복되는가 - 구조적 원인을 찾아야 한다

실패 사례가 이렇게 누적되어 있는데도 왜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가.

개인의 무지 탓으로만 돌리기 어려운 구조적 이유가 있다.

첫째, 성공 스토리가 과장되어 유통된다. 베트남 진출을 돕는 컨설팅 업체, 부동산 분양 업체, 프랜차이즈 모집 업체들은 당연히 성공 사례를 전면에 내세운다. 실패한 사람은 조용히 사라진다.

생존자 편향(survivorship bias)이 시장 인식을 왜곡한다.

둘째, 진입 비용이 상대적으로 낮다. 법인 설립 절차가 간소화됐고, 인터넷에서 정보도 넘친다.

준비 없이도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이다. '일단 가서 해보자'는 결정이 쉽게 내려진다.

셋째, 실패 비용이 교훈으로 전달되지 않는다.

철수한 기업은 내부 사정을 공개하지 않는다. 실패한 자영업자는 주변에 창피해서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다음 사람이 같은 구렁텅이로 다시 들어간다.

베트남 사업 실패가 반복되는 것은 베트남이 어려운 시장이어서만이 아니다.

그 어려움을 직면하지 않은 채 들어가는 구조가 계속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베트남인가 나는 이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모든 이야기를 하고 나서도 베트남은 기회가 있는 시장이다.

GDP 8% 성장, 1억 인구, FTSE 신흥국 편입. 숫자가 틀리지 않았다.

대기업은 여전히 투자하고, 특정 업종에서는 새로운 성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기회가 있다는 것과 아무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르다.

베트남에서 지금도 잘 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하나다. '베트남이 싸다'는 전제 없이 들어왔거나, 그 전제를 빠르게 버렸다. 시장을 있는 그대로 봤다.

베트남 사업 실패가 반복되는 이유를 한 문장으로 압축하면 이렇다.

들어오기 전에 알아야 할 것을, 배우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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