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매매, 단독주택 신축, 달랏 별장 부지까지
베트남에서 아파트를 한 번 사서 팔았다.
집을 직접 지었다. 달랏에 별장 부지를 샀다.
모두 현지인 아내 덕분에 가능한 일이었다.
외국인이 베트남에서 부동산을 산다는 것은 법적으로도 굉장히 좁은 길이다.
아내가 없었다면 그 좁은 길을 걷지 못했을 것이다. 그리고 아내가 있었어도 몰랐다면 손해를 봤을 것이다. 현재는 어떻게 하면 미래 별장를 잘 지을 수 있을 지 행복한 고민을 하면서 사는 사람이 됐다.
2011년 아파트를 처음 샀을 때부터 지금 달랏 부지를 소유하기까지, 베트남 부동산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했다. 특히 집을 짓거나 인테리어를 할 때 비용을 30~40% 아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한다.
이 글은 누구나 꿈꾸는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는 일이지. 투자 조언이 아니다. 직접 해봤고, 직접 겪었고, 그래서 알게 된 것들이다.
베트남에서 외국인은 토지를 소유할 수 없다. 이것이 출발점이다.
아파트는 제한적으로 소유가 가능한데, 한 단지 내 외국인 보유 가능 세대 수가 전체의 30%로 제한되고 소유 기간은 최초 50년이다. 연장은 가능하지만 갱신 시 다시 조건을 확인해야 한다.
현지인 배우자가 있으면 상황이 달라진다.
베트남 국적자 명의로 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고, 토지도 포함된다. 이것이 내가 단독주택을 짓고 달랏에 부지를 살 수 있었던 이유다. 단 외국인, 내국인 모두 소유 기간은 최초 50년으로 되어 있고 연장은 가능해서 사실상 실제 소유주와 다를 바 없다.
그런데 여기서 주의점이 있다. 배우자 명의로 된 부동산은 법적으로 배우자 소유다.
한국처럼 공동 재산 개념이 자동으로 적용되지 않는다. 계약서 작성 시 지분 관계를 명확히 하거나, 부부 공동 명의로 등기하는 방법을 사전에 법률 전문가와 확인해야 한다.
2011년 처음 아파트를 살 때 이 부분을 소홀히 했다.
이후 되팔 때 절차가 생각보다 복잡했다. 등기 확인, 세금 정산, 매수자 찾기까지 현지 법률 대리인 없이는 처리하기 어려운 단계들이 있었다.
베트남 부동산 계약에서 가장 많이 당하는 것은 '핑크북'이라고 불리는 토지사용권 증서(LURC) 확인을 소홀히 하는 것이다. 이 증서가 없거나 내용이 부정확하면 거래 자체가 법적으로 불안정해진다.
확인해야 할 항목은 이렇다. 핑크북 원본이 있는가. 명의인이 계약 당사자와 일치하는가.
토지 면적과 건물 현황이 증서 내용과 일치하는가. 저당 설정이나 압류 이력이 있는가.
특히 땅을 살 때는 인근 토지와의 경계 분쟁 여부도 확인해야 한다.
아파트의 경우 분양 단지라면 개발사의 신뢰도가 중요하다.
계약금을 내고 준공이 지연되거나 취소된 사례가 베트남에도 있다.
특히 2020년 전후 일부 개발사가 선분양 계약금을 받고 공사를 중단한 분쟁이 있었다.
베트남 현지 뉴스와 등기 기록을 교차 확인하는 것이 기본이다.
달랏 부지를 살 때는 농업용지와 주거용지의 구분을 꼭 확인했다.
목적 외 사용이나 전용 허가 없이 건물을 올리면 철거 명령이 날 수 있다.
이 확인을 게을리해 공사를 다 해놓고 뒤늦게 문제가 생긴 사례를 가까이서 봤다.
호치민에 단독주택을 짓기로 결정했을 때 처음에는 시공 업체에 전체를 맡기는 방법을 알아봤다.
견적을 몇 군데 받아봤더니 폭이 넓었다. 같은 사양을 요청했는데 최저와 최고 견적이 두 배 이상 차이가 났다. 우리는 더욱 스마트하게 기본 골조가 있는 고택을 구입해서 내부인테리어 공사로 새집을 만들었다.
비용도 줄이고 시간도 줄였다. 베트남에서는 건축비보다 땅값이 한국 대비 월등히 높다.
인건비, 공사 자재 비용등에서도 한국과는 차이가 크다.
업체에 일괄로 맡기는 방식의 구조를 들여다보면 이렇다.
업체는 자재 구매, 인력 수급, 공정 관리를 통합해서 마진을 붙인다.
마진율이 25~40%에 달하는 경우도 있다.
여기에 공사가 지연될수록 업체 입장에서는 인건비 부담이 늘기 때문에 지연을 막을 유인이 약해진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직접 관리다. 건축 설계 업체를 컨택해서 건축 시공 업체를 소개 받았다.
처음부터 쉬운 건 아니였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해보면서 배우는 게 훨씬 많았고 지금은 이 경험 또한
나의 자산이 된 것이다. 합리적인 비용지출을 계획할 수 있었고 전반적인 공사경험으로 결국엔 달랏에 별장을 지을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
자재는 도매상에서 직접 구매하고, 인력은 일 단위로 따로 계약했다.
이 방식으로 전체 비용의 30~40%를 줄였다.
핵심은 두 가지다. 자재 도매상 직연결, 그리고 인력 일 단위 계약.
타일, 위생도기, 전선, 배관 자재는 호찌민이나 하노이 도매상가에서 직접 살 수 있다.
시공 업체를 통하면 같은 자재가 20~30% 높은 가격으로 청구된다.
현지어로 협상이 가능한 사람(아내나 통역)이 함께 가면 더 낮은 가격을 받을 수 있다.
인력은 숙련 기능공과 보조 인력을 구분해서 쓰는 것이 효율적이다.
타일 공, 전기 공, 배관 공은 일 단위(일당 30만~50만 동 수준)로 고용하고, 단순 작업 보조는 더 낮은 일당으로 따로 쓴다. 하루 치 일이 끝나면 그날 결제한다. 베트남 현장에서 인부들이 선호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이 방법의 전제 조건은 현장을 직접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부들이 당일 와서 일했는지, 어느 공정까지 진행됐는지를 확인해줄 사람이 필요하다.
나는 아내가 그 역할을 했다. 그리고 각 진행을 총괄할 인원은 지정해서 우리는 그 분에게 급여의 2배를 드리고 전체 진행을 감독하게 했다. 나같은 상황이 아니고 혼자라면 현지 감리 인력을 쓰는 방법도 있다.
베트남 공사 일정이 늘어나는 이유를 처음에는 인부들의 태만 탓으로 봤다.
그런데 현장을 오래 보니 이유가 따로 있었다.
첫째는 날씨다. 우기에는 비가 오면 실외 공정이 전면 중단된다.
콘크리트 타설, 방수 작업, 외벽 도장은 건조 상태가 필수다.
스콜은 예고 없이 오고, 오면 당일 작업이 끊긴다. 우기 6개월 동안 이런 날이 달마다 10일 이상 발생한다.
둘째는 일조다. 호찌민 건기 대낮 기온은 35도를 넘는다.
직사광선 아래에서 인부들이 일할 수 있는 시간대는 오전 6시~10시, 오후 3시~6시 사이가 현실적 한계다.
한낮 4~5시간은 실질적으로 쉬는 시간이다.
이것을 '게으름'으로 보면 안 된다. 그렇게 일하면 온열질환이 생긴다.
이 구조를 모르고 업체와 계약서에 완공 날짜를 쓰면, 업체는 지연에 대해 날씨 탓을 하며 공기를 늘린다.
계약서에 '기후 조건에 따른 공기 연장' 조항이 들어가면 업체 입장에서 이것이 면죄부가 된다.
일 단위 인력 계약이 이 문제를 해결한다.
비 오는 날은 오지 않아도 되고, 그날 일당을 주지 않는다.
불필요하게 나와 하루를 보내는 것도 없고, 공기 늘리기의 유인도 없다. 일한 날만 계산된다.
공정 순서는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기초·골조 → 배관·전기 배선 → 미장·방수 → 타일 → 도장 → 위생도기·전등 설치 순서다.
각 공정 사이 건조 시간이 한국보다 길거나 짧을 수 있는데, 고온 다습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대신 자재들의 부피와 무게가 차이가 있어서 공정기간은 훨씬 줄일수도 있다.
예를 들면 벽돌이 우리나라의 것보다 훨씬 가볍고 부피가 작다.
방수는 특히 꼼꼼히 봐야 한다. 우기에 누수가 생기면 손해가 크다.
욕실 방수와 지붕 방수를 별도 공정으로 나눠 확인했다.
방수 완료 후 물을 고여 24시간 누수 테스트를 한다. 이것을 생략하는 인부가 많다.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지나친다.
전기 공사는 반드시 자격증 있는 기능공을 쓰는 게 맞다.
베트남 전압은 220V로 한국과 같지만 배선 품질이 제각각이다.
저가 전선은 열에 약하고 피복이 빨리 경화된다.
배선 자재는 조금 더 비싸더라도 인증된 제품을 도매상에서 직접 확인하고 사는 것이 낫다.
타일은 베트남 국내 생산품도 품질이 좋아졌다.
수입산과 차이가 크지 않은 제품을 도매가로 사면 비용을 의미 있게 줄일 수 있다.
욕실 타일 기준으로 업체를 통하면 m²당 30만 동 수준인데, 도매상 직구매는 15만~20만 동 선이다.
달랏은 베트남의 다른 도시와 기후가 다르다.
고원 지대라 연중 15~25도를 유지한다. 호찌민의 열기에 지친 교민들이 주말에 올라오는 곳이고, 한국인들에게도 별장 수요가 있는 지역이다.
부지를 살 때 가장 주의한 것은 토지 목적 분류다.
달랏 외곽은 농업용지 비중이 높다.
농업용지는 주거용 건물을 올리려면 별도 전용 허가가 필요하고, 허가가 나지 않으면 건축 자체가 불법이 된다. 가격이 싸다고 사면 나중에 쓸 수 없는 땅이 되기 쉽다.
달랏 지역 부동산은 최근 몇 년 사이 가격이 크게 올랐다.
관광 수요와 은퇴 이민 수요가 동시에 몰렸다. 2019년 대비 2~3배 오른 필지들이 있다.
그 상승분 안에는 거품도 섞여 있다. 급하게 사지 않는 것이 맞다.
나는 시간을 두고 몇 번 현장을 직접 보고 결정했다.
도로 접근성, 경사도, 인근 개발 계획, 전기·수도 인입 가능 여부를 확인했다.
핑크북 원본 확인과 법률 대리인을 통한 권리 검토도 진행했다.
베트남에서 집을 사거나 짓는 일은 한국과 다른 문법으로 움직인다.
비가 오면 공사가 서고, 한낮에는 인부들이 쉰다.
등기 증서 한 장이 없으면 내 것이 아닐 수 있다. 업체에 맡기면 편하지만 그 편함의 가격이 30~40%다.
이 문법을 이해하면 베트남 부동산은 여전히 기회가 있다.
단, 그 기회는 현지 사람을 곁에 두고, 직접 발로 뛰고, 서두르지 않는 사람에게 열린다.
나는 운 좋게도 곁에 아내가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결코 작은 이점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