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알면서 모르는 척하던데...

도덕 시험은 시험공부 안 해도 무조건 100점 아닌가?

by 철없는박영감
도:덕 (道德) : 명사, 1 인륜의 대도 (大道). 인간으로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 및 그에 맞는 행위. 2 도 (道)와 덕 (德)을 설파한 데서, 노자의 가르침을 일컫는 말. [민중 엣센스 국어사전 제6판]


초등학교 때 (나는 국민학교 때), 도덕시험은 따로 공부해서 보는 과목이 아니었다. 가장 이치에 맞고, 말이 되고, 착한 어린이가 되는 답을 고르면 100점을 받았다. 산수처럼 공식을 외워야 한다거나, 사회처럼 암기를 해야 한다거나, 과학처럼 논리적이어야 한다거나... 하는 요구조건 없이 무조건 100점을 주는, 서비스 같은 과목이었다. 간혹 '~아닌 것은?'을 '~맞는 것은?'으로 잘못 보고 오답을 쓰는 경우가 아니라면 누구나 초등학교를 다닐 때는 100점을 받았을 것이다. 그렇다 도덕은 한글만 읽을 줄 안다면 누구나 다 맞는, 누구나 100점을 받는 과목이다. 그런데 어른이 되면 시력이 나빠지는 것인지 '~아닌 것은?'을 '~맞는 것은?'으로 잘못 보고 문제를 푸는 사람이 많다. 많아도 너무 많다. 그리고 지금도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문제를 잘못 보고 오답을 제출해서 틀렸으면 '다음에는 실수하지 말아야지...'라고 반성이라도 해야 할 텐데, 도리어 출제오류를 의심하며 출제자의 잘못을 찾으려고 하는 것처럼 보인다.


앞에 가는 아이가 길에 아이스크림 봉지를 너무나 태연하게 당연하다는 듯이 버리길래 뒤따르던 내가 주우며 "길에 쓰레기 버리면 안 되지!"라고 한마디 했더니, 같이 가던 아이 부모가 듣고는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 아니고, 나를 한참 흘겨보더니 아이 손목을 잡아채 기분 나쁘다는 듯이 휑하니 길을 건넌다. 어안이 벙벙하여 순간적으로 내 잘못으로 착각했다. '그냥 아무 소리 말고 휴지나 주울 걸...', '남이사 길에 휴지를 버리거나 말거나 무슨 상관?' 만약 다른 일 같으면 못 본 척 그냥 지나쳤을 건데, 아이가 아이스크림 포장을 벗겨서는 바로 길에 버리는 광경에 무의식적으로 반응했다. 사실 이보다 더한 사건도 많이 당해서 이제는 화도 나지 않는다. 다만 '다들 알면서 모르는 척하는 것은 여전하구나'라는 씁쓸한 생각만 들뿐이었다. 왜 나는 저런 사람들만 만나지? 이제는 눈감고, 귀 닫고, 입 다물고 살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다시 눈감고, 귀 닫고, 입 다물고 싶어졌다. 아휴~


<2023년 04월 11일 화요일 추가작성>


어제 글의 마무리는 기분 나쁘고 속상했던 마음을 하소연하는 심정이었다. 감정쓰레기통에 서운한 감정을 버리고 천천히 다시 생각을 정리했다. 얼마 전 책을 읽으며 다짐했던 "그래. 알았어. 나중에 이야기하자고."의 심정으로 다시 초점을 맞췄다. '아이가 길에 쓰레기를 아무렇지 않게 버린 이유는, 어쩌면 그런 행동을 하는 누군가를 봐서 일수도 있겠다. 그리고 길거리가 워낙 지저분해서 '나 하나쯤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게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고민 끝에 내일부터 한 가지 행동을 시작하고자 한다. "플로깅!" 매일 규칙적으로 산책을 나가니 가는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워 담아볼까 한다. 그 모습을 보면 같이 동참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버리지는 않겠지? 그리고 지나온 길이 깨끗해져 있으면 기분도 좋고, 걸어갈 길이 깨끗해 보이면 버리지 않겠지? 예전에 한 TV프로그램에서, 자신의 집 근처에 불법투기되는 쓰레기가 골치였던 사람이 그곳에 꽃밭을 꾸미자 더 이상 불법투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을 봤다. 쓰레기 하나 버린 것이 티도 안 날 정도로 더러운 거리가 잠시라도 깨끗해지면 사람들의 선한 마음이 발동해서 깨끗이 유지하고 싶어질 거라고 믿는다.

그리고 시장에서 아무렇지 않게 받아온 비닐봉지가 어느덧 싱크대 서랍에 점점 쌓이고 있다. 그냥 소각용 종량제봉투에 담아서 배출하지 않고, 길거리 쓰레기를 담는 데에 활용하면 조금 더 잘 활용하고 폐기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선 내일부터 당장 시작이다.


<2023년 04월 27일 목요일 추가작성>


플로깅 첫날 아침 일찍 사람들이 많이 다니기 전에 깨끗하게 해 놔야지라는 생각에 서둘러 길을 나섰다. 역시나 아이들 군것질 포장지가 대부분이다. 간혹 담배꽁초가 있기는 한데 약 200미터 거리에 5개 미만이면 꽁초는 없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집에서 공원까지 가면서 주운 쓰레기는 공원 내 쓰레기통에 넣었다. 꾸준히 실천하며 기분 좋은 동네를 만들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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