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 못한 거, 그게 실력이던데...

굿샷의 추억

by 철없는박영감

"팅".

여기저기서 "아~"라는 탄식이 흘러나온다. 첫 홀 티샷부터 공은 잔디사이를 힘차게 가로질러 레이디티에 멈춰 섰다. 일명 '뱀샷'이라고 불리는 '탑볼'이 났다. 드라이버가 공도 제대로 못 맞추게 된 지 꽤 됐다. 그동안 소위 '닭장'이라고 불리는 실외연습장에서 연습도 많이 하고, 돈을 잃더라도 무조건 필드에 다 따라다니면서 이 난관을 극복해 보려고 했지만 후반 첫 홀에서 또 '팅'소리가 났다. 이번에는 '생크'다. 옆 코스로 공이 날아가서 캐디님이 위험을 알리기 위해 큰소리로 "볼~!"을 외치자, 동반 플레이어들이 모두 탄식을 내뿜는다.


이번 라운드를 위해서 실외연습장 정기회원권을 끊어서 한 달 가까이 드라이버 연습을 했다. 기억으로는 연습장 속의 나는 거의 프로골퍼였다. 그만큼 잘 맞았다. 100%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공은 똑바로 잘 떠서 나갔다. '이렇게 죽지만 않으면 아이언은 잘하니까 보기 플레이는 하겠는데...' 그런데 지금 필드에서 이 모양 이 꼴이다. '이상하다. 분명히 연습장에서는 잘 맞았는데... 왜 필드만 나오면 이러지? 긴장해서 그런가?' 초반에는 이렇게 생각하며, '라운딩이 진행되면 몸이 풀리면서 잘 맞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큰 오산이었다. 18홀 내내 드라이버는 저 지경이었다. 그러자 골프 처음 배울 때, 레슨프로가 해 준 말이 떠올랐다. "연습장에서 제일 못 친 공이 필드 가면 '오잘공 (오늘 제일 잘 친 공)'일 거예요". 그렇다. 그 말이 정확했다. 연습장에서는 안 되면 반복하면서 요리조리 잘 맞는 루틴을 찾았다. 그리고 마지막에 제일 잘 맞은 공을 실력으로 착각했다. 진짜 실력은 제일 못한 거, 바로 그거였다. 제일 잘 맞은 공은 요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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