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부는 결국 안 쓰게 되던데...

쓸 돈도 없고, 쓸 데도 없고...

by 철없는박영감

작년 5월부터 가계부를 쓰기 시작했다. 이제 거의 일 년이 다되어 간다. 처음에는 카드앱에서 자동으로 작성되는 가계부 앱을 썼다. 그런데 언제 썼는지, 뭐에 썼는지 기억도 안나는 카드 할부금이 자고 일어나면 더해져 있었다. 생활비 예산이 무색해지게 날짜가 더해질수록 카드대금 내역은 잔고를 압박해 왔다. 카드 할부금은 결제한 날을 기준으로 카드대금에 합산되었다. 월초에 그냥 다 합산해 놓지… 어렵게도 만들어 놨다. 앱만 믿고 있다가는 자다가 코베이게 생겼다. 안 되겠다 싶어서 카드 할부내역을 엑셀로 쭉 정리했다. '도대체 얼마가 남은 거야?' 계산했다. 그동안 여기저기 많이도 긁고 다녔다. 그렇게 어마어마한 빚을 눈으로 확인하고 다시는 할부결제를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다.


그렇게 계산된 할부는 올해 1월로 다 갚았다. 할부 정리와 함께 통장 잔고도 바닥을 드러냈다. 기가 막힌 타이밍으로 쓸 돈도, 쓸 데도 동시에 사라졌다. 가계부는 이제 안 쓰기로 한다. 쓸 의미가 없어졌다. 지금은 통신비, 식비, 공과금이 지출의 전부이다. 통신비는 가장 저렴한 요금제로 변경해서 절약했고, 식비는 외식도 안 하고, 술도 안 마시고, 군것질도 다 끊으면서 우유, 계란, 야채, 쌀 같은 기본적인 지출만 하다 보니 고정비로 바뀌었다. 덕분에 다이어트 제대로 하고 있다. 공과금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같은 가전제품 사용 횟수를 줄이고 어떻게든 전기를 아낀다. 난방비는 옷을 껴입고 춥게 살다가, 이제는 날이 따뜻해져서 온수만 조금 쓴다. 이것도 곧 찬물로만 씻을 예정이다. 그래서 1월부터 연속 3개월 동안 공과금을 절약했다.


쓸 돈도, 쓸 데도 없어져서, 쓸 가계부도 없앴다. 참 다행스럽게도 쓸 글이 아직 남았다. 앞으로는 집 현관도 깨끗하게 쓸 예정이다. 쓸데없는 낭비는 없애고, 쓸모 있는 것들만 남겨두련다. 쓸쓸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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