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그동안 왜 그렇게 씹었어...
"으악!"
입안으로 비릿한 피맛이 느껴진다. 맛만 느껴질 때는 잘 몰랐는데, 거울에 비춰보니 장난이 아니다. 심각하게 피가 철철 난다. 밥 먹다가 혀를 제대로 씹었다. '왜 이렇게 재수가 없지? 아니 어떻게 밥 먹다가 혀를 씹을 수가 있어? 이제는 늙어서 감각도 무뎌진 거야?' 태어나서 혀는 처음 씹었다. 그동안 음식을 입에 넣고 한두 번 씹고 그냥 삼켰기 때문에 그럴 일이 없었다. 면 종류의 음식은 목과 식도를 프리패스해서 바로 위로 직행시켰기에 더더욱 그럴 가능성은 추호도 없었다. 그런데 꼭꼭 열 번씩만 씹으면 식사시간도 길어지고, 포만감도 느낄 수 있어서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리고 열번 씹기를 실천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사달이 났다. 혀의 상처는 잘 아물지 않았다. 양치질을 할 때마다 거품에는 피가 섞여 나왔다. 혀가 아프니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었다. 결국 다른 의미로 다이어트가 되었다. 그렇게 혀가 아물 때까지 어쩔 수 없이 천천히 식사를 하게 됐다. 혹시나 속된 말로, 깐 데 또 깔까 봐 더 조심조심 씹었다. 오물오물. 쩝쩝. 어! 그런데 갑자기 한 가지를 깨달았다.
'맛있네!'
그동안 뭘 먹어온 걸까? 나의 식사는 주유 같았다. 5분 만에 식사를 끝내고 낮잠을 자러 갔다. 씹지도 않고, 맛도 안 보고, 입안이 빌 새도 없이 계속 숟가락을 욱여넣었다. 맛은 보지도 않고, 무슨 반찬이 더 맛있어 보이는지 스캔하기 바빴다. 그렇게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고나서 소화가 안된다며 소화제를 달고 살았다. 그런데 천천히 씹어야 하는 불가피한 상황에 맞닥뜨리고 나서 맛있다는 느낌을 되찾았다. 입안에 음식은 맛도 안 보고, 눈으로 '뭐가 맛있을까?'라며 다음 음식을 좇는 이상한 식사를 인지했다. 이제는 음식을 입에 넣고 수저를 내려놓는다. 그리고 천천히 씹으면서 맛을 음미한다. 쌀의 단맛, 반찬의 간, 참기름의 고소함, 고춧가루의 매콤함. 하나하나 천천히 느끼며 음미한다. 그리고 목으로 넘기고 나면 다시 다음 수저를 뜬다. 그렇게 진정한 맛을 알아 간다. '세상에는 맛있는 게 참 많구나'. 안 먹던 가지도 이제 잘 먹는다. 맛없는 음식 따위는 없다. 낮잠을 자도 자도 안 풀리던 피로는 식사를 천천히 하면서 위에 부담이 적어지자 점점 줄어들었다. 그동안의 식사는 빨리 먹고 낮잠까지 자서, 정해진 시간에 두 가지 일을 해내겠다는 욕심일 뿐이었다. 한 가지를 제대로 해서 다른 것에 해로운 영향을 덜 끼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