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 끌려다니지 않게,

낙오자의 핑계

by 철없는박영감

어느 영끌족의 인터뷰를 봤다. 50년 만에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어 ‘나에게도 이런 행운이...’라고 생각하며, 그동안 모은 돈에 친척들로부터 돈을 빌리고 부족한 약 3억을 은행 대출로 빌렸다고 한다. 그렇게 내 집 장만에 성공하고 정말 행복한 나날들이었다고 한다. 밖에서 아무리 힘들어도 집에만 들어오면 피곤이 싹 가시고 희망에 가득 찼었다고 한다. 하지만 고금리 시대가 되고 집값의 거품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지금은 대출금을 갚기 위해 새벽 3시부터 밤 10시까지 건물 청소 일을 하고, 그것도 모자라서 주말 투잡까지 뛰어야 한다고 한다. 게다가 지금이 그렇고, 앞으로 대출금리가 더 오르면 정말 막막하다고 한다. '50년을 살아오면서 이렇게 인생이 내 손에서 벗어난 느낌을 받아본 적이 없다’고 한다. '지금은 내 의지에 상관없이 끌려다니는 느낌’이 크다고 한다.


위의 인터뷰와 같은 사례는 아니지만 ‘내 의지에 상관없이 인생이 끌려다니는 느낌’이라는 내용에서 공감이 되었다. 살다 보면 여러 가지 족쇄들이 인생을 끌고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계속하면 결말이 뻔히 보이는데 그만 두기 어려운... 그래서 희망이 없는 상태...


해결책으로 낙오를 선택했다. 시장 중심 자본주의 경쟁 사회에서 경쟁을 포기하겠다는 말이다. 지금까지 이뤄 놓은 것 이상으로 나아가기를 거부하겠다는 말이다. 가만히 있어도 인간은 태어남과 동시에 다양한 족쇄가 채워진다. 누군가의 아들로... 크면서 누군가의 제자로... 누군가의 친구로... 누군가의 배우자로... 누군가의 부모로... 누군가의 직장동료로... 사회적으로 어느 국가의 국민으로... 시민으로... 투표권자로... 세금 납부자로... 이웃으로... 반려동물 보호자로... 나도 모르게 인생을 어딘가로 끌고 가버릴 족쇄가 무수히 채워진다. 그중에서 욕심을 버려서 끊어낼 수 있는 족쇄를 자발적으로 끊고 낙오해서 조금은 초라해 보일 수 있지만 그래도 자유를 얻고자 한다. 무정부주의자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런 거창한 선택은 아니다.


나는 개미와 베짱이 우화에서 개미의 삶을 선택했었다. 진짜 일만 열심히 한 개미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모범생 소리 들으면서 살아왔다. 이제는 베짱이가 되어 어느 정도만 이뤄놓고, 이뤄놓은 것들 안에서 만족하며 살고 싶다. 무소유에 더 가까울 것 같다. 지금까지 회사를 다니면서, 월급을 받으면서, 경제활동을 하면서 준비된 것들에 만족하고 살려고 한다. 즉 지금 당장 자유로워지겠다는... 베짱이가 되겠다는... 다소 무책임한 생각이다. 이런 생각도 바뀔 수 있겠지만... 하지만 지금 족쇄 몇 개를 거둬냈을 뿐인데도 백수의 시간이 정말 행복했다. 인생에서 다시 이런 행복감이 찾아올 수 있을까 싶다.


인생이 끌려다니지 않게... 나를 직접 끌고 가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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