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은이 후기
안녕하세요. 지은이 '철없는박영감'입니다. 우선 처음 써 본 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시작은 '추적 60분 "7제곱미터의 삶"' 방송이었어요. 現사회 소외층의 완충역할을 하는 고시원에 대한 내용이었죠. 방송 중 갈 데가 없다는 인터뷰가 뇌리에 박히더군요. 그리고 방송을 돌려보며 내용을 받아 적었습니다. 인터뷰 한 분은 2003년에도 방송을 통해 사연이 소개된 적이 있었습니다.
(과거 방송 장면)
2003년 7월 18일 서울 신림동 산꼭대기에 자리 잡은 40살의 사시준비생 원 모씨의 공부방은 삼복더위와 원 씨의 체온으로 열기가 가득합니다. 소득 없는 고시 준비 생활 6년에 화병까지 얻었지만 합격의 희망을 버린 적은 없습니다.
“건강만 회복된다면 한 14개월 정도 밀어붙이면 될 거 같은데 싶어서 그만두지 못하고 있어요.”
(현재)
“96년도에 왔으니까 27년... 벌써 그렇게 되네요. 엊그제 같은데... 3년이면 될 줄 알았는데 너무 무리했죠. 마라톤 초반에 너무 달리듯이...”
27년... 그 사이 사법고시는 사라졌고, 청운의 꿈을 품었던 고시생은 60대가 되었습니다.
“2, 3년 정도 하니까 할 만하다 싶었는데, 그때 몸에 병이 생기면서 도무지 책을 못 보겠더라고요.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몰라요. 백날 얘기해도... 실제로 그 방 안에 들어앉아서 해봐야 알지.”
그는 지금도 고시원에 살고 있다. 병을 얻고 가족과도 멀어지며 이 좁은 방을 벗어날 기회는 좀처럼 찾아오지 않았다.
“갈 데가 없으니까 할 수 없이 있는 거죠.”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다면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사회적 기업을 찾아 부정기적인 일거리를 받아하며 일당을 받고 있다.
“... 숙직경비, 공공근로 안 해 본 게 없어요. 그때는 살아있는 하루하루가 지옥이었어요.”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해 봤나?”
“벗어나도 갈 데가 있어야죠. 뭐...”
마지막 인터뷰 내용이 저에게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가슴도 짠하게 울리고 뭐에 맞은 듯 충격의 울림도요. 그의 인생 여정과 앞으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상상을 하고 있더라고요.
'아! 이건 써야 되겠다.'
오랜만에 연필을 들어 공책에 이런저런 생각들을 적었습니다. (이야기 속에 인터뷰 사연을 최대한 녹여 넣었습니다.) 그러다가 꿈을 꿨어요. 억울하게 사형을 선고받은 피아니스트의 누명을 벗겨주는 꿈이었는데, 꿈속에서 피아니스트는 누명을 벗고 자유를 되찾지만 결국 자살하고 말죠. 재판을 받는 동안 SNS 팔로워 수가 급감했거든요. 꿈속에 그는 소외당하는 것이 죽기보다 싫었던 거죠. 보통 꿈은 깨면 잊어버리는데 계속 기억에 남아 상상하던 이야기와 접목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죠. (아직도 SNS 스타가 되는 그 남자 이야기를 이어서 쓸까 고민되기도 해요.)
이야기는 저절로 써졌다고 봐야 해요. 쓰면서 생각이 저절로 났어요. 아들의 꿈을 위해 모든 뒷바라지를 해주겠다던 엄마가 미술학원은 안되고 보습학원은 바로 등록해 줬던 내 이야기, 고시촌에서 공부하던 친구들과 지인들의 이야기, 그동안 어디에 숨어있었나 싶은 이야기들이 마치 물고기가 수면 위로 파닥파닥 튀어 오르는 것처럼 튀어 올랐죠. 이걸 건져 올리듯이 이야기를 썼습니다. 어찌 보면 지은이가 아니고 엮은이가 되겠네요. 육해공군 온갖 재료를 넣고 끓인 찌개에 라면수프 같은 역할을 했다고 할까요?
이야기를 처음 써봐서 음악의 도움을 좀 받았어요. 대략 10년간 성우지망생 생활을 했는데, 연기 배울 때 배경음악 도움을 많이 받았거든요. 그래서 각 이야기마다 배경음악을 정했어요. 이야기가 중구난방이 아닌 한 방향으로 흐를 수 있도록 마련한 장치였습니다. 배경음악은 작곡가 이야기와 곡 해설을 참고해서 정했습니다. 이야기 속에 녹여내기도 했습니다. 평소에 클래식을 좋아하기도 했고요. 저도 책 읽을 때 이어폰 많이 꽂고 읽거든요. 나중에 플레이리스트 들으며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그래서 글 전개도 되도록 곡과 비슷하게 진행되도록 썼습니다. (길이는 맞추는 것은 실패했습니다. 다만 무한 반복 재생하며 써서 그런지 템포는 비슷해졌습니다.) 그렇게 뽑힌 플레이리스트가 이렇습니다.
이야기를 쓰면서 '꿈, 소외, 행복'에 대해 많이 생각했습니다. 이야기 속 그 남자는 좌절된 꿈의 희생양입니다. 꿈은 나이랑 상관없죠. 그리고 꼭 하나만 꿔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어떤 꿈을 꾸고 있든, 어떤 꿈을 잊고 있든, 어떤 꿈을 미루었든, 어떤 꿈을 이루었든, 어떤 꿈이 좌절됐든 소외당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라떼'톡 하면 '꼰대'가 자동으로 따라와서 치를 떠는 분들이 많지만 어찌 보면 이야기는 모두 '라떼'톡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독자추천도 '79년생이 60년대 생 이야기를 해봅니다.'라고 적었네요.
쓰다 보니 후기가 제일 기네요. 작가지망생의 첫 이야기 어땠나요? 딴 길로 새지 않고, 깜빡이 잘 켜고 첫 운전 잘했나요? 다시 한번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 다시 일기 쓰는 '철없는박영감'으로 돌아갑니다. 안녕히 계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