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medios "Forgive Me" - 영화 '러브레터' OST
* 부제에 있는 음악과 같이 감상하시면 더 재밌습니다.
https://youtu.be/RNmbav57C0o?si=myFWn1Ob-SE_cDnL
읽히지 못한 편지
안녕? 이 인사가 반가워라는 뜻이 아니라는 건 알고 있지?
이 편지가 전해졌다는 건 결국 내가 선택을 완수했다는 말이 되겠구나.
많이 놀랐지? 어쩌면 너한테 왜 편지를 남겼는지 의아할 수도 있으니까 미안하다는 말은 안 할게.
그냥 너는 이해해 줄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 그래서 이제부터 내 얘기를 좀 할게.
난 신문기자가 되고 싶었어. 물론 신념이나 소명의식 같은 것은 아니고, 처음엔 그냥 멋있어 보였어.
카메라 하나 들고 여기저기 사건현장 다니면서 사진 찍고 기사 쓰고 아주 자유롭게 다니는 삶을 꿈꿨어.
그러려면 좋은 대학을 가야 하니 공부도 열심히 했지. 그런데 집에서는 여자가 무슨 대학이냐며 반대하셨어.
특히 내가 가려던 정치외교과는 더더욱 안된다고 하셨지.
내가 말 안 해서 몰랐겠지만 나한테는 쌍둥이 오빠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 사고로 먼저 하늘로 갔거든…
어찌 보면 인문계 고등학교는 먼저 간 오빠 덕이었네. 그래서 고등학교도 감지덕지하라고 하셨나 보다.
나는 시키는 대로 따르고 싶지 않았어. 그래서 수많은 노력 끝에 부모님께 한 가지 약속을 받아냈지.
고등학교 3년간 전교 1등을 유지하면 대학에 보내주겠다고 약속하셨어.
그런데 알겠지만 너를 만나고 꿈을 이룰 수 없게 되었어.
너를 원망하는 것은 아니야! 내 실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니까 신경 쓰지 마.
첫 시험. 너도 마찬가지이겠지만 나도 정말 준비 많이 했었거든. 그런데 전교 1등은커녕 6등에 그쳤다.
나 정말 그때는 절망적이었어. 그때 남동생이 나서줘서 기회를 다시 얻었어.
참 우리 동생 공부 아주 잘해. 부모님은 꼭 법대 갈 거라고 기대가 크셔.
동생은 사실 국문과를 가고 싶어 했는데, 날 위해 희생해 줬어. 누나 대학 보내주면 자기도 법대 가겠다고...
그래서 동생 덕분에 조건이 바뀌었어. 전교 5등 성적 유지하면 대학에 보내주시는 것으로...
사실 처음에는 그래서 너한테 접근한 거야. 특별하게 하는 게 없는데 1등을 놓치지 않는 네가 궁금했거든...
그런데 너랑 친해지면서 알겠더라. 원치 않는 길을 가야 하는 것은 네 삶도 나와 같다는 것을...
나는 실패했어. 그리고 꿈이 꿈처럼 사라지는 것을 순순히 받아들일 수 없어.
그래서 이런 선택을 해. 오빠가 마중 나와 주면 좋겠는데… 아마 안 나올 거야. 난 미움받겠지? 그래도 고생했다고 한마디라도 해주면 좋겠는데…
나는 이렇게 피지 못하고 지지만 너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 너 사실 피아노 진짜 하고 싶지?
내가 피아노 칠 때 네 모습이 어땠는지 모를거야. 처음에는 나를 좋아하는 줄 알았어.
그 대상이 내가 아니라는 걸 결국 인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아마 내가 그런 눈빛을 가졌었다면 이런 선택을 하지 않아도 됐을지 몰라.
네가 너를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이것만은 꼭 말해주고 싶었어. 그래서 이렇게 편지를 남겨.
꿈을 포기하지 마! 내가 피우지 못한 꽃, 너는 꼭 피웠으면 좋겠어.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