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짧은 奇談들… (마지막)
※ 주의 : 100% real 제가 겪은 실화입니다.
쪼꼬만 게...
지인의 강아지를 잠시 맡았었다. 그 집에 아기가 크면서 점점 베란다로 내몰려 찬밥 신세가 되는 녀석이 안쓰러웠는지, 2주 정도만 맡아서 사랑 좀 듬뿍 줘서 돌려보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사실 강아지를 좋아하긴 했지만 남의 집 강아지랑 노는 것만 좋아했지... 냄새며, 털이며, 대소변까지... 게으른 깔끔쟁이에게는 다소 버거운 부탁이었다.
그래도 명절이면 떡국에, 생일이면 미역국까지 많이 챙겨주는 집이라 흔쾌히 그러마 하고 데려왔다. 그 집에 놀러 갈 때마다 배도 긁어주고, 털도 빗겨주고, 주인 몰래 삼겹살도 조금씩 떼어 주었더니, 주인보다 더 잘 따르게 되었다. 자기를 사랑해 주는 사람은 귀신같이 알아보는 것 같았다. 우리 집에 도착해서 배변 패드를 깔고, 장판 바닥이 미끄러워 슬개골에 무리가 갈까 봐 담요도 펴주었다.
그런데 우리 집에 온 요 쪼꼬만 게 아주 요물이었다. 주인말로는 그릇에 사료를 담아놓으면 배고플 때 알아서 찾아 먹는다고 했는데, 거들떠도 안 봤다. 입이 고급이 되셔서 사과만 드셨다. 사료는 방바닥에 흩어놓는 장난감 정도 취급을 했다. 황태포를 섞어 줘 봐도 황태만 싹 골라먹고, 사료는 도로 뱉어냈다. 여름방학 때 할머니 집에 놀러 와 어리광 부리는 손주를 보는 것 같았다.
직업은 먹고, 자고, 싸는 거! 취미는 애교!
먹고 나면 바로 떡실신! 하루종일 잠만 잤다. 8살이면 노견이라고 하던데... 먹고, 자고, 싸고, 먹고, 자고, 싸고... 신생아가 따로 없었다. 배변패드는 하루에도 몇 번씩 갈아줘야 했고, 처음에는 산책 나가야만 보던 큰 일을... 사과를 며칠 먹여놨더니 아침마다 베란다에 떡하니 싸놨다. 그래도 훈련이 잘 된 놈이라 소변은 배변패드에서만 보고, 대변은 베란다에서만 봤다. 그것은 천만다행이었다.
먹고, 자고, 싸다가... 도저히 더 못 잘 것 같으면 품으로 파고들어 배를 긁어달라며 발라당 드러누워 허공에 앞발을 휘저었다. 애교에 못 이겨 긁어주기 시작하면, 배 긁어주기 무한감옥에 갇혔다.
보호자로 갔는데, 보호받고 왔다!
무한 배 긁기 감옥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방법은 '산책' 신공밖에 없었다. 평상시에도 '너 혼자 어디 나갈 건 아니지?'라는 눈빛으로 현관 앞, 혹은 주위에 가만히 엎드려 바라보고 있는 녀석이었다. 집 앞에 쓰레기라도 버리러 갈라치면 난리가 났다. 너튜브를 찾아보니 분리불안 증세라고 하는데... 보호자의 냄새가 남아있는 옷가지를 주면 괜찮다고 해서 수건을 깔아줘 봤더니 저렇게 거기에만 엎드려 있었다. (효과 있음)
옷을 갈아입고 외출 준비를 하고 있으면 저렇게 가만히 지키고 있다가... 혼자 나간다 싶으면 짖고, 끙끙대고, 바들바들 떨면서 난리가 났다. 만약 산책한다고 목줄이나 옷이라도 입히려고 하면 혀를 내밀고 헥헥거리며 흥분해서 제자리에서 자기 꼬리를 좇으며 뱅글뱅글 돌았다. 나도 같이 돌아버렸다. 강아지들 훈련시키면 왼발, 오른발, 하이파이브, '쏙'을 시키는데, 이 '쏙' 소리만 하면 목줄로 지가 알아서 머리를 들이밀었다. 옷 입힐 때도 마찬가지... 아주 유용한 훈련이었다.
밖에 나와서 요 녀석이 제일 먼저 하는 행동은 노즈 워킹을 하면서 배변에 적당한 장소를 찾는 것이었다. 한쪽 뒷다리를 들며 영역표시를 하다가 어느 순간 뒷다리를 들지 않고 허리를 숙이면 적당한 장소를 찾은 거다. 장갑과 뒤처리용 봉투를 가지고 따라가 이 녀석이 볼 일을 보면 그 안에 담아 뒤처리를 했다. 생각보다 냄새는 좀 났지만 거부감이 들지는 않았다. 자기 볼 일이 끝나면 그다음부터는 주객이 전도된다.
이후 시간부터는 지가 내 '보디가드'라도 된 듯이 길 가는 방향으로 앞장서 나갔다. 혹여나 사람이 다가오면 어마무시하게 사납게 짖어댔다. 산책하는 개들이 사람 보고 사납게 짖는 이유가 주인 보호하려고 그런다는 것을 이때 알았다. 쪼끄만 게... 지보다 훨씬 더 큰 개가 다가와도 근처에도 못 오게 했다. 겉으로는 '앉아'라고 하면서, '너 왜 그러니~!' 추임새도 넣으며 진정시키는 연기를 했지만, 속으로는 '넌 감동이었어'였다.
개들은 귀신을 볼 수 있다는데...
집에 같이 있다가 요놈이 한 번씩 허공에 대고 짖을 때가 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얘기로 멍멍이들은 귀신을 볼 수 있어서, 집안에 귀신이 지나가면 침입자인 줄 알고 허공에 대고 짖는다고 하던데... 그럴 때면 좀 무서운 느낌이 들어 소름이 돋고는 했다. 특히 자주 그러지 않고, 한 곳을 응시하며 그러는 게 더 무서웠다.
한 번은 같이 자려고 작은 방에 이불을 깔고, 소등을 하고, 누워서 옆에 끼고 배를 긁어주고 있는데... 이 녀석이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는 현관문 쪽을 향해 무섭게 짖기 시작했다. 좀처럼 진정을 하지 못했다. 안아 줘도 계속 품에서 빠져나가 문쪽을 향해 짖고, 배를 긁어줘도 뿌리치고 문쪽을 향했다. 이 정도면 무섭다 못해 두려울 정도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인터폰으로 밖을 봐도 캄캄할 뿐 아무것도 없었다.
도무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지가 하고 싶은 대로 확인하라고 문을 열어줬다. 사실 혹시 진짜 문 밖에 누가 있을까 봐 열기 진짜 무서웠지만 그대로 두면 밤새도록 짖을 기세여서 하는 수 없이 문을 열어줬다. 순간 이 녀석도 뭔가 벙쪘는지... '이럴 리가 없는데...'라는 듯, 여기저기 문 밖을 둘러보더니 조용히 안으로 들어왔다. 나도 같이 안심하고 들어왔는데...
아훙~ 요 녀석 '넌 진짜 감동이었어...' 아훙~ 지금 생각해도 눈물 나게 감동이다. 날 지키겠다고 방앞에 요렇게 자리를 틀고 앉아 경계태세를 취했다. 아훙~ 아아훙~ 아시아훙~ ㅜㅠ 불러도 잠깐 보고 계속 저렇게 지키고 있었다.
지켜준다고 그렇게 있어줘서 고마워!
"그런데 너~! 먹을 거 뺏을 땐 등돌리더라...! 먹는 게 그렇게 좋았어? 감동시켜 줘서 한 번 용서해 준다..."
고마워서 미용실 가서 떼 빼고 광내고 나서 찍은 사진 대방출
마지막 인사!
※ 아직 많이 머릿속에 남아있는 기억들이 많지만 오래 남아있는 경험담을 10편에 걸쳐 풀어봤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에는 또 다른 주제로 찾아뵙겠습니다. 안녕히 계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