짱구는 못 말려

이젠 어른이니까…

by 철없는박영감
그 시대의 신짱구, 신짱아는 이 시대의 신형만, 봉미선이 되었다.


'짱구는 못 말려'가 방영된 지 30년이 넘었다. 극 중 짱구는 5살로 설정되어 있다. 30년을 넘게 5살로 살았다. 현실 나이로 치면 30대 중반이다. 어느덧 아빠 신형만의 나이대가 되었다. MZ세대라고 불리는 이들은 짱구와 함께 자랐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짱구는 못 말려'가 한창 붐을 이뤘을 때, 아이들 정서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걱정 어린 시선이 엄청났던 것을 기억한다. 어떤 이는 '우려하던 일이 현실이 됐다', 어떤 이는 '쓸데없는 기우였다'라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펼치기도 한다. 이 시대의 금쪽이들은 그 시대에는 짱구, 짱아로 대변됐었다. 지금 금쪽이들에 비하면 그때의 짱구는 양반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필자뿐일까?


달라진 것은 별로 없다.


짱구의 아빠 신형만, 엄마 봉미선의 대화를 들어보면 30년 장기 융자로 집을 마련해서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둔 가족형태를 보인다. 이것은 예나 지금이나 비슷한 것 같다. 주변 아들 가진 이들의 대화를 들어보면 딸이라는 보장만 있으면 하나 더 낳겠다고 할 정도이니 '신형만 가족'의 구성 형태는 함께 자라온 MZ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가족형태라고 여겨지는 것 같다. 조금 달라진 것은 마당 딸린 이층 단독주택이 요즘은 아파트로 바뀌었고, 결혼은 선택이다 뿐, 그 외 30년 장기 융자는 요즘 영끌, 아빠 신형만의 발냄새로 상징되는 과로 사회, 엄마 봉미선의 늘어진 뱃살로 상징되는 독박육아 등은 30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꼰대'들은 짱구, 짱아의 행복을 바라던 신형만과 봉미선이었다.


부모가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은 항상 과잉된다. 겉으로 아닌 척할 수는 있어도, 속은 부글부글 끓어오른다. 자식의 앞날을 응원하며 지켜만 본다는 것은 동양문화권에서는 거의 불가능하다. 자식을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소유욕과 과시욕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악습은 강해지면 강해졌지 별로 덜해지지 않았다. 많은 이들이 부인하지만, 적어도 필자가 보는 시선에서는 그렇다. 그러니 '요즘 것들'이라며 지적하는 '으르신'들의 걱정은 자식을 걱정하는 부모의 과잉된 마음으로 생각하고 감사한 마음만 남기면 된다.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렇다고 무시하는 것도 옳지 않다.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더더욱 옳지 않다.


물러날 때를 알고, 시대의 주역으로 인정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어른이다.


5살 짱구가 어른들의 위선과 잘못된 권위의식에 순수한 시선으로 일침을 가하는 통쾌한 장면에 희열을 느끼던 세대는 이제 신형만과 봉미선의 억척에 가까운 생존담에 공감하는 세대가 되었다. 금쪽이로 명명된 새로운 짱구와 짱아의 시대가 온다. 우리가 할 일은 새로운 시대의 주역들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그들을 인정하고, 손뼉 칠 때 떠나는 것이다. 그들의 실수에 관대해지고, 역할을 대신하지 말고, 잘못을 비난하지 않고, 믿어주는 것. 그것이 우리가 앞으로 할 일이다. 말과 생각에 그치지 않고 당장 실천하면 어떨까? 新짱구와 新짱아, 금쪽이들의 앞날에 행복만 가득하길…


흰둥이를 빼놨다. 흰둥이는 만날 잊힌 존재. 밥이라도 제때...
정말 알아서 잘 커주는 흰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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