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살 우리 집 슴삼이에게 리콜통지가 날아왔다

그냥 노는데, 마냥 행복하기만 하다 (1)

by 철없는박영감
아직 멀쩡한데...


우리 집 차, SM3는 2008년식 모델이다. 일명 슴삼이. 만 16살이다. 그동안 소중한 나의 발이 되어 준 고마운 차. 명절이면 전주에서 의정부로, 또는 전주에서 대구로 장거리를 뛰기 전 꼬박꼬박 점검을 해줘서 그런지 잔고장은 전혀 없었다. 주기적으로 부품 교체 때문에 목돈이 좀 나가는 건 자가용 소유의 숙명이니 어쩔 수 없는 거고, 그것만 빼면 속 썩인 일은 하나도 없었다.


사고는... 뭐 큰 사고는 아니었고, 주차하다가 남의 차 범퍼랑 조금 스친 거, 중앙선을 넘어 좌회전하던 렉스턴이 그대로 돌진해 와 정비소에 들어갔던 것이 전부다. 범퍼는 현금으로 때웠으니까 서류상 사고이력은 운전석 문짝 찌그러졌던 것이 유일하다. 쳇! 그동안 우리 슴삼이 범퍼 박은 사람들은 다 그냥 보내줬는데... 주차장에서 후진하다가 살짝 닿은 걸로 30만 원을 요구해 왔다. '에라 먹고 떨어져라'하고 그냥 줘서 보냈다.


한창 영업 다닐 땐 귀신같이 한 번에 라인에 딱 맞춰서 아주 그냥... 주차 하나는 끝내주게 했는데, 운전도 안 하니까 실력이 준다. 지금까지 대략 16만 정도를 탔고, 영업할 때 샀던 차라서 출고 첫해 5만을 뛰고는 나머지 11만을 15년에 나눠서 탔다. 음... 거의 출퇴근만 하고 세워둔 차라고 봐도 무방하다. 워낙 과속도 잘 안 하고, 운전습관이 난폭과는 거리가 먼지라, 아직 엔진소리도 깨끗하고, 주행 중 잡음도 별로 없다.


정비소에서도 으레 듣기 좋으라고 하는 소리겠지만, 엔진 길이 잘 들어서 5년은 더 타도 끄떡없다고 한다. 처음 슴삼이를 데려올 때 20만은 타고 폐차해야지 했었는데, 연식 때문에 '그전에 폐차해야 하나'하는 고민이 생겼다. 차량검사소에서도 문제없다고 하고, 아직 잘 굴러가는데... 고속도로도 문제없고, 특히 익숙해져서 이제 완전 한 몸이나 마찬가지인데... 그래도 역시 나이가 나이인지라 슬슬 이별할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데, '리콜통지'라고 쓰인 편지가 배달됐다.


어우 아직 현역이시네요


16년 된 차를 리콜이라니? 자세히 읽어보니 화재위험이 있어서 리콜을 한다는데... 처음 든 생각은 '아니, 그럼 16년 동안 불날 뻔 한 차를 그냥 타고 다니게 한 거야?'라며 화가 났다. 그러고 나서 '우리 슴삼이 그동안 잘 버텨줘서 고맙다'는 생각이 두 번째로 들며 화가 누그러졌다. 그리고 조금 더 지나 '우리 슴삼이 아직 더 다니라고 회사에서 리콜도 해준데... 좋겠다... 야! 나보다 낫네...'라는 생각이 마지막으로 들며 뿌듯해졌다.


아직 우리 슴삼이에게 현역에서 물러나지 말라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이게 또 말이 되고... 말이 되니 기분이 좋아졌다. 주인 잘못 만나서 세상에 나온 첫해 주행거리가 웬만한 영업용 택시보다 많이 나왔으니, 그 혹독함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거다. 거기다 연애한다고 주말마다 교외로 드라이브라며 여기저기 많이도 싸돌아 다녔으니 쉬는 날도 없었을 거다.


"에휴~ 우리 슴삼이, 형이 미안하다! 그래도 혹독했던 첫해 덕분에 단련이 잘 돼서, 아직까지 크게 아픈데 없이 현역들 못지않은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잖니? 그거 다 형 덕분이다~! 슴삼아~!"


나도 리콜 중인가?


아버지는 1942년생이다. 만 81세다. 예전 나이로 하면 83세. 그리고 아직도 일을 한다. 월 300까지는 안되지만 얼추 비슷하게 번다. 친척들이 안부전화를 해올 때면 '이야 이모부님 진짜 대단하시다...', '아이고 형님 아직도 일 다니십니까. 정말 대단하시네요...' 항상 첫인사는 이렇게 시작한다. 아버지가 공식적으로 맨 정신에 언급한 것은 아니지만 술김에 하는 말을 종합해 보면, 그 당시로는 어마어마하게 늦은 33세에 겨우 취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늦은 만큼 더 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한다.


혹시 아픈 큰아들 걱정에 그만 다니고 싶어도 그러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물으면, 아휴 이 나이 되면 아파서 못할 것 같으면 때려죽인다고 해도 못한다고 한다. 에이~ 괜히 부담 가질까 봐 일부러 그러는 거 아니냐고 끈질기게 물으면 '그러니까 얼른 빨리 나아서 건강해져'라고 살짝 투정을 부린다. 그러면 나는,


"아부지, 난 아파도 이렇게 같이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생겨서 더 좋은 것 같아요..."


"징그러, 이 녀석아... 빨리 장가나 갈 생각이나 해!"


"에이~ 아부지 내가 딸이었으면 시집 안 가고 아빠랑 살래... 이렇게 애교도 부렸을 텐데... 나 딸로 낳지 그랬어요?"


"그게 내 마음대로 되나! 내 마음대로 될 것 같으면 이렇게 안 살고, 다 하고 살았지..."


"아버지 아들 잘못 낳아서, 리콜하느라 힘드시네?"


"세상에 안 아픈 사람은 없어. 그런 소리 말어."


이제는 아버지랑 농담하는 티키타카가 제법 그럴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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