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유통기한이었더라면 이해가 됐을지도...
안녕하세요. 철없는박영감입니다. 생각정리하고 구상한다고 글을 좀 쉬고 있었는데... 아쉽고 속상한 일이 있어서 이렇게 인사드립니다. 물론 고의가 아닌 단순한 선의의 실수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실제로 이런 일을 겪으니 자식으로서 눈물 나고 죄스럽기까지 하네요. 부모님이 일터에서 이런 대접을 받고 있다고 생각하니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세상의 압박을 새삼 다시 느끼게 됩니다. 맞아요 억울하면 출세해야죠. 뭐...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아버지는 광복 이전에 태어나서 지금은 80을 넘어 중반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일을 다닙니다. 아프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편하게 모시지 못하는 저의 가장 큰 원죄입니다. 건강검진결과도 문제가 없다고 하고, 먹고 자는 기본적인 생활도 저보다 낫다고 자부하는데, 언제 어떻게 찾아올지 모르는 이별의 불안감은 잘 떨쳐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긴 시간 같이 보내고, 대화하고, 추억을 쌓으며 죗값을 치르고 있습니다. 아버지는 겉으로는 집에서 놀면 도리어 병난다고 하지만, 출근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으면 발걸음이 위태위태합니다. 자식이 보기에는 예전만 훨씬 못한 운동능력과 균형감각인데, 본인은 아직 쌩쌩하다며 공짜 전철을 타고 새벽같이 출근합니다.
요즘은 제가 내리는 드립커피가 맛있다고 해서, 이틀에 한 번씩 커피를 가지고 집에 가는데요. 아침에 가보니 식탁에 식빵과 크림빵 한 봉지가 놓여있었습니다. 평소라면 비싸다고 절대 안 사 먹는 브랜드 빵이길래, '웬 빵이에요?'라고 물었더니 어제 주차장에서 차를 늦게 뺀 입주민 누군가가 미안하다고 경비실에 놓고 갔답니다. '참 고마운 분이다. 그냥 죄송하다는 말 한 마디면 될 텐데'하고 빵봉지를 들었습니다.
집어 들면 자연히 유통기한을 확인하게 되잖아요. 그래서 봤는데, 유통기한도 아닌 소비기한이 이미 5일을 넘어간 빵이었습니다. 물론 실수였겠죠. 실수였을 거라고 믿습니다. 그런데 막상 눈앞에 이런 광경이 펼쳐지니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작은 빵 한 조각이고, 방부제 때문에 며칠 지나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노인들은 그런 거 안 따지고 날짜 좀 지나도 먹는다는 생각이 느껴져서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나는 못 먹어도 자식만큼은 꿇리지 않게 귀하게 키운다고 하듯이, 아무리 능력 없어도 부모님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좋은 것만 해드리고, 정성을 다해 모시고 있습니다. 속상해할까 봐, 최애 빵이라서 아무도 안 주고 혼자서 다 먹을 거라며 집으로 가져와 냉동실에 넣었습니다. 남의 집 귀한 자식 함부로 하면 안 되듯이, 부모님도 마찬가지 아니겠습니까? 분명히 실수였을 겁니다. 맞아요 그럴 겁니다.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