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생각하기가 싫어졌어요...
이유는 없어요
갑자기 생각하기가 싫어지네요. 이유는 없습니다. 아니 모른다고 하는 게 더 정확하겠네요. 갑자기 머리가 꽃밭이 된 건 아닌 거 같고... 뭐 글이 안 써진다거나... 글감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음... 뭐라고 할까? 너무 많이 생각해서 과부하가 걸린 것 같습니다. 무언가를 생각하려고 하면 그냥 멍해지네요. 마치 강제종료처럼... 이런 경험은 처음입니다. 생각 없이 산다는 핀잔은 들어봤지만, 머리가 하얘지는 경험은 처음이네요.
왜 그럴까요? 진짜 머리에 과부하가 걸린 걸까요? 지금 몸이 아픈 원인으로 편두통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습니다. 눈부심과 시림, 시야 가림 등등 이루 말로 다 설명하기 힘든 눈의 불편함 때문에 안과를 찾았는데... 선생님이 편두통 같다고 하시네요. 3개월 후에 다시 검사해도 증상이 같으면 신경과로 가보는 것을 권유합니다. 음... 편두통이면 한 쪽머리가 아프다고 생각했는데,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네요.
검색창에 편두통을 쳐보니, 그동안 제가 불편해했던 증상이 전부 나옵니다. 그런데 더 큰 문제는 편두통은 병의 원인 자체가 불분명하다고 하네요. 그래서 진단이 나오기도 힘들다고 합니다. 사실 안과는 그동안 정기적으로 다녔는데, 이사를 하면서 병원을 바꿨더니 편두통을 의심하는 선생님을 만났네요. 사람들이 의사 쇼핑한다고 뭐라고 했는데, 다 그러는 이유가 있었나 봅니다. 아니면 제가 이런 진단명을 듣고 싶었는지도...
아니면 중증 건강 염려증일지도 모릅니다
왜 건강 관련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출연자의 증상을 듣다 보면 내가 그런 것 같다는 착각을 할 때가 있잖아요? 원체 겁이 많고, 의심이 많은 성격이기도 하지만... 그런데 이런 성격이 편두통 때문에 형성된다고도 하네요. 심하게 아팠던 기억을 해서... 이건 거의 트라우마 수준인데요? 그런데 저는 요즘 트라우마를 믿지 않습니다. 음... 믿는 것과 믿고 싶은 것이 충돌해서 그런 걸까요? 아...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모르고 싶은 건지도...
저는 지금 인생에서 제일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정말입니다. 그런데 불안합니다. 왜 다윗 왕이 현자들에게 경구를 새긴 반지를 진상하라고 시켰는지 이해가 갑니다.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 행복이 지나가는 것이 싫은 가 봅니다. 고민하던 것들이 해결되는 것이 두려운가 봅니다. 해결되면 행복이 끝난다고 생각하나 봅니다. 아마도 저는 결론을 내기 싫은 가 봅니다.
그런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