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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철없는박영감 Oct 02. 2024

Something이란 희망의 단어에 마저 사족을 붙이다

'남들과 다른'이라는... 어느 SNS 포비아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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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스타를 하지 않는다. SNS는 페이스북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남들도 다 하길래, 트렌드에 뒤쳐지기 싫다는 생각에 무작정 앱을 깔았다. 그래도 '월화수목금금금'의 세상은 바뀌지 않았다. 너무 힘든 나머지 결국 무기력이 찾아왔다. 부장님께 말씀드리고 연차를 썼다. 예전 같으면 뭔가 거짓을 꾸며냈을 텐데, 무기력이 표정에 너무 잘 드러나서 그럴 필요가 없었다. 부장님도 안된다는 말은 차마 못 하고, 가장 한가한 요일에 쉬고 오라고만 했다. 


    진짜 오래간만에 주중 쉬는 날을 맞았다. 다만 그날 새벽까지 야근하고 3시에 겨우 택시를 잡아타고 집에 들어왔다. 하지만 아무리 늦게 잤어도, 쉬는 날에는 눈이 일찍 떠지는 법... 뜨자마자 인터넷을 뒤졌다. 미술 전시회나, 음악회가 있는지 검색했다. 낙성대 역에 살았기 때문에 시립 미술관도, 예술의 전당도 모두 걸어서도 있는 거리였다. 근처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고, 문화생활로 우울을 날려버릴 심산이었다.


    와우! '코리아 심포니 오케스트라? (정확히 이름이 맞는지 모르겠다)'의 정기 연주회가 마침 있었다. 연주목록은 <베토벤 7번 교향곡> 다시 한번 와우! 사실 '노다메칸타빌레'라는 일본 드라마에서 보고 매우 좋아했던 곡인데... 이상하게 이걸 연주하는 오케스트라가 전혀 없었다. 그런데 이걸 연주한다고? 유레카를 외치며 바로 표를 예매했다. 막상 음악회에 도착하니 대부분이 초대권이었다. 티켓을 구매한 나를 사람들은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뭐 어쨌든, 고달픈 일상의 연속에 한줄기 빛처럼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사놓고 아까워서 못 입고 있던 명품 정장을 꺼내 입었다. 잔뜩 멋을 부리고, 근처 카페에 들어가 브런치 먹는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렸다. 우울한 나를 탈출시키러 음악회에 왔다는 메시지와 함께... 그런데 올리자마자 별로 친하지도 않은 고등학교 동창 녀석이 댓글을 달았다.


 '하하하 이윤석 닮았어...'


라고 놀리면서... 기분이 상한 나는 대댓글로 그게 우울하다는 친구에게 할 소리냐고 적었다. 잠시 후 미안하다는 메시지를 받고 차단했다. 어차피 별로 친하지도 않았고, 고등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이었다고 하는데 사실 기억도 안 났다. 다른 친한 동창에 딸려 와서 한두 번 같이 술 마신 게 전부였기에... 앞으로도 살면서 또 볼일 없겠다 싶었다. 


    그리고 다시 고달픈 현생이 시작된 다음날, 페이스북 초대목록에 부사장님이 떴다. 날마다 회의실이건, 본인 사무실이건 상관없이, 전 층이 떠나가라 고래고래 고함을 질러가며 부하들에게 면박을 주던 갑질왕 부사장이었다. 바로 페이스북을 탈퇴했다. 앱도 지웠다. 그래서 페이스북 이후로는 어떠한 SNS도 하지 않는다. 개나 소나 다 와서 나에게 집적대는 것이 싫었다고나 할까? 그렇게 될까 봐 두려웠다고나 할까? SNS의 부작용을 너무 일찍 겪어버렸다. 그래서 다행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SNS의 노예가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다. 나란 녀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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