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연결되어 있더라.
몸치
어릴 때부터 운동신경이라고는 전혀 없었다. 부모님이나 친척들을 봐도, 집안에 흐르는 숨겨진 재능 같은 것은 없어 보였고, 스스로도 운동이나 신체활동에 크게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개발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몸 쓰는 일은 귀찮아서 되도록 피했다. 그래도 유전자는 좋아서 가만히 있어도 키도 컸고, 덩치도 좋았다. 조회시간 운동장에 줄을 서면 키 큰 애들을 앞에 세웠는데, 맨 앞은 항상 내 차지였다.
그래서 내가 몸치일 거라는 생각은 꿈에도 못했다. 그러다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면서 운동회에서 100m 달리기 종목을 시작하게 됐는데, 그때 엄마 소원이 우리 아들 3등 안에 들어서 손목에 도장받아오는 거라고 했을 정도로 달리기는 영 젬병이었다. 아무리 죽을힘을 다해 뛰어도 4등이 최고 성적이었다. 그마저도 운 좋게 키 작은 친구들과 조편성이 돼서 할 수 있었다.
하루는 아침 운동장 조회가 끝나고 6학년 중 앞 두줄은 운동장에 남으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다. 학교 대표로 투포환인지 던지기인지 대회에 나가야 하는데... 학교에 육상부가 없다 보니 급하게 선수를 뽑을 요량으로 6학년 중에 덩치가 큰 애들을 남겨서 갑자기 테스트를 실시한다고 했다. 보통 키 큰 애들이 앞에 서니까... 그리고 키 큰애들이 아무래도 멀리 잘 던질 테니까...
내 차례가 됐다. 앞서 던진 친구들이 딱딱한 고무공을 대략 30~40m씩 던졌던 것 같다. 그래서 그 정도 위치에 공 받아주는 친구가 서 있었다. 있는 힘껏 던졌다. 잠시 후, 뒤에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엥? 한 5~10m 날아갔으려나? 공 받아주는 친구가 뻘쭘해졌다. 던지기를 시키고 있던 선생님도 어이가 없다는 듯... 괜히 요령 피우지 말고 제대로 안 하냐면서 꿀밤을 때리고는 줄 맨 뒤로 가서 다시 던지라고 했다.
그 뒤에 친구들은 다시 평균 30~40m씩 던졌다. 하아 참. 세상에 태어나서 13년 동안 그렇게 쪽팔린 적은 없었다. 맨 뒷 순서로 다시 던졌는데... 결과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 뒤로, 중학교에 올라가서는 매년 체력장이라는 것을 했다. 역시나 던지기가 문제였다. 순서가 다가올수록 가슴은 두 근 반 세 근 반이었다. 턱걸이는 특출 나게 운동 잘하는 몇몇 애들 빼고는 다 같이 못했고, 멀리뛰기는 키가 크니까 기본은 했다. 달리기도 단거리를 못할 뿐, 마지막 2km 달리기는 3분 이쪽저쪽으로 들어와서 중상은 했다.
문제는 던지기... 중학교 3년 내내 20m를 채 못 넘긴 것 같다. 체력장만 하고 나면 반에서 내 서열은 고꾸라졌다. 운동을 못하니 허우대만 멀쩡할 뿐, 속 빈 강정 같았다. 아무리 연습해도 던지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도대체 뭐지? 뭐지? 그러다가 30년이 지난 요즘에서야 좀 깨달았다. 모든 운동은 온몸을 다 써야 한다는 것을... 코어 근육이라고 하는 그 근육을 써야 한다는 것을... 어렸을 때 나는 던지기는 팔만 쓰고, 달리기는 다리만 쓰고, 턱걸이도 팔 근육만 써서 하는 운동인 줄 알았다.
아파봐야 안다
그러다가 사회에 나오고는 크게 운동할 일이 없었다. 못해도 돈만 내면 됐다. 골프를 치던, 뭘 하던 항상 밑밥을 깔아주니 도리어 대환영이었다. 그렇게 '좋은 게 좋은 거지'라며 살다가 꼭 살을 빼야 한다고 해서 헬스를 시작했는데... 얼마 안 가서 디스크가 와버렸다. 안 쓰던 몸을 갑자기 쓰려니 병이 나버렸다. 예전에는 양말도 잘 신고, 발톱도 잘 깎았는데... 이제는 앞으로 숙이는 자세를 잘못하다가는 며칠 누워있어야 하는 신세다.
허리가 아프다 보니 산책할 때나 조깅할 때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잘못했다간 운동 좀 하려다 더 골병들 수도 있으니 조심조심 몸의 움직임을 신경 쓰면서 운동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예전에 PT와 골프 레슨에서 들었던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갔다. 특히 학업과 직장생활 때문에 항상 책상 앞에서 생활하다 보니 라운드 숄더와 거북목이 심했는데... 이게... 허리 꼿꼿이 펴고 가슴만 내민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다. 아니 도리어 그 반작용으로 목디스크까지 올 지경이었다.
엄한데 힘쓰지 말고, 어깨에 힘 빼고, 날개뼈를 내리면 되는 것을... 어깨, 특히 뒷목 쪽에 힘이 잔뜩 들어가 있으니 자세 고친다고 힘만 더 들뿐이었다. 그리고 목에 더 무리가 가는 형국이었다. 라운드 숄더와 거북목인데 어깨를 내려놓으라는 게 처음엔 이해가 가지 않았다. 어깨에 힘을 빼라는 소리를 구부정하게 하라는 소리로 잘못 알아듣고 있었다. 참... 아파봐야 뭐가 잘못된 지 안다니까...
예전에는 팔 굽혀 펴기를 정말 못했는데, 이 이치를 깨닫고 나서 생각보다 쉬운 운동이 됐다. 푸시업을 체벌로만 알아왔던 나는, 내려갈 때 엄청 힘을 주고, 올라올 때는 힘을 빼고 원상 복귀해서 쉬는 걸로 생각했다. 그런데 실체는 그 반대였다. 내려가는 것이 힘을 빼는 거고, 올라올 때 힘을 주는 운동이었다. 특히 팔근육만 쓰는 것이 아니고 등, 가슴 그 외 전신의 근육을 다 쓰면 훨씬 수월하게 할 수 있는 운동이라는 것을 알았다.
허리 아프다고 허리근육을 강화하고, 코어 근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잘못 운동했다가는 병원신세 지기 딱 좋다. 푸시업을 거꾸로 하고 있었던 것처럼... 우리 몸은 모든 것이 연결되어 있다. 세상 모든 일이 다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뭔가가 나빠서 고치려 하면, 반드시 다른 어디선가 안 좋아지는 게 생긴다. 원인은 굉장히 단순할 수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일이 의외로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