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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린고비는 차라리 행복한 축에 속한다.

먹고 죽을래도 없다. (1)

by 철없는박영감
자린고비는 행복하다.


YOLO가 가고 YONO가 온다. 'You Only Need One'. 개인의 가처분 소득이 줄어들면서 소비를 줄이고 꼭 필요한 것에만 지출하는 생활방식을 말한다. 합리적인 소비생활로의 바람직한 변화로 받아들일 수 있지만, 속사정을 살펴보면 실상은 그렇지 않다. 굳이 우리 식으로 바꿔 말하자면 '자린고비'의 시대라고 하겠다. 자린고비는 타인에게 인색한 구두쇠와는 다르게 스스로에게 인색한 사람을 말한다.


하지만 지금의 YONO가 '자린고비'와 전혀 다른 패러다임인 이유는 '자신에게 인색한 것'이 아니라, 진짜 '없어서 아껴 써야만 하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자린고비는 도리어 행복한 사람이다. 자기의 인생을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으니까... 모두 알고 있듯이, 지금의 YONO는 과거 YOLO의 부작용이다. '한 번뿐인 인생 현재를 즐겨라'라는 YOLO가 '미래까지 끌어다 현재에 쏟아부어라'라고 극단적으로 변질되며 생긴 부작용일 뿐이다.


뭐 이유야 어찌 됐든, 근검절약을 하겠다면, 아니 해야한다면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무엇이든 극단적인 것은 좋지 않다.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무지출 챌린지'가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YONO가 극단적으로 변질되어 자영업이 망해간다는 비명이, 뉴스가 아닌 주변 지인들로부터 생생하게 들려온다.


인생은 매몰비용


사람이 살아가는데 의식주에 쓰이는 돈은, 일단 모두 매몰비용이라고 보면 된다. 매몰비용은 함몰비용이라고도 하는데, 일단 지출하고 나면 회수할 수 없는 기업의 광고비용이나 R&D 비용을 말한다. 그야말로 써서 없어지는 돈이다. 그런데 기업도 그렇고, 가계도 그렇고... 이 매몰비용을 투자비용으로 많이 착각한다. 나중에 다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거기에 수익이나 이자까지 붙여서 더 크게 돌려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가능은 하다. 하지만 이미 죽고 난 다음에 후손들이나 그 이익을 누릴 수 있을까... 이것도 가능성에 불과하다.


살아가는 데 있어서, 투자라는 개념은 없다. 전부 매몰비용뿐이다.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코인 투자 등등 돈 놓고 돈 먹는 모든 행위는 게임일 뿐이다. 사행성... 즉, 운이라는 소리다. 시장을 분석하고, 트렌드를 반영해서 미래를 예측한다고 하지만... 단 몇 %의 차이일 뿐... 전부 가능성에 불과하다. 게다가 직접 매매 계약을 체결해서 내 손에 현금이 떨어지기 전까지는 그냥 숫자일 뿐이다. 내 손에 현금이 떨어져도 불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무겁다. 그리고 사기도 많이 당한다.


물론 성공한 사람도 있다. 수백억 인구 중에 하나의 가능성... 내가 그 수백억 분의 일이 되지 말란 법이 있냐?라고 반박하신다면... 1에서 수백억 분의 1을 뺀 나머지 어마어마하게 큰, 망하는 가능성이 훨씬 높다고 대답해 드리고 싶다. 진정한 투자자는 돈 놓고 돈 먹는 투자를 하지 않다고 하지 아마도? 미래의 가치를 보고 실패해도 괜찮다는 마인드로... 일단 투자를 하면 수년, 십수 년, 수십 년을 없는 돈 셈 친다지 아마?


이게 바로 앞서 말한 매몰비용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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