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사는 문제 (2)
노다지
어렸을 때, 우리 집 앞에 동네 꼬마들이 주르륵 서서 외치는 이 말이 나는 제일 싫었다.
"(♬) OO아~ 노올~자!"
지금이라면 '아후~ 왜 자꾸 나오래? 그냥 너희들끼리 놀아~!'라고 말해줄 텐데... 흐흐흐 사실 어른이 되고 나서 나의 이런 반응 때문에 상처받고 연락 안 하는 이가 꽤 있다.
그런데 솔직히 왜 저 말이 어릴 때 싫었냐면? 동네 꼬맹이들은 꼭 자기들끼리 모여서 잘 놀다가, 뭔가 짝이 안 맞거나 인원이 부족할 때, 본인들 필요에 의해서만 우리 집 앞에 와서 저렇게 노래를 불러댔기 때문이다. 엄마는 그런 것도 모르고, 그냥 아들이 자라서 사회성이 부족해지는 게 걱정돼서, 가기 싫어하는 내 등을 억지로 떠밀어 내보냈다. 그럼 꿔다 놓은 보릿자루 마냥 마지못해 억지로 어울려줬다.
그러다가 동네 꼬맹이들의 관심사가 다른 데로 옮겨가면 그 뒤로 나는 방치됐다. 그러면 무리에서 벗어나 혼자 오솔길을 따라 걸으며 아카시아 나뭇가지를 꺾어 잎을 하나씩 떼어가며, 앗 바람(Wish)이 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미래를 점치기도 하고... 강아지풀을 꺾어서 허공에 휘두르며 마법사가 되는 상상과 함께 주문을 외는 시늉을 하기도 했다. 아무도 건들지 않았던 그 'No Touch'의 시간은 충만한 해방감으로 나에게는 황금으로 가득 찬 노다지 같은 시간을 선사했다.
(♬)'고립'이 외로워 '해방'을 만나네...
어린 시절의 이러한 경험은 성인이 되어서도 나의 성격과 대인 관계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단체 활동이나 모임에서 한 발짝 떨어져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하게 되었고, 때로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것을 더 선호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생긴 독립성은 나의 큰 자산이 되었다. 혼자만의 시간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자신만의 세계에서 창의성과 상상력을 키우는 능력을 얻게 된 것이다.
결국, 고립감과 해방감은 서로 상반되는 감정이지만, 이 두 가지 감정을 통해 나는 내면의 강인함과 자립성을 얻었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들은 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한 귀중한 자원이 되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나는 이러한 고립과 해방의 감정을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 정말 한 번도 빠짐없이 학년이 올라갈 때마다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과 반이 갈렸다.
특히 고등학교 때는 포천에서 의정부로 진학을 했는데... 같은 중학교에서 대략 한 스무 명 정도 같이 갔을까? 그런데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나 혼자만 1학년 2반에 배정됐다. 그리고 희한하게 3년 내내 같은 중학교 출신과는 같은 반이 되지 않았다. 이때부터였을까? 나는 고립되었을 때,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더 큰 자유를 느끼기 시작했다. 대학교에 들어가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고도 나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게 되었고, 그로 인해 내가 원하는 삶을 더 자유롭게 살아갈 수 있게 되었다.
성인이 된 지금, 나는 누구의 간섭도 슬쩍 되받아 칠 수 있을 정도로 독립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있다. 경제적 자유까지는 아니지만 절약하고 살면 충분히 혼자 살만큼의 돈도 모았다. 그리고 이를 통해 자기만족이긴 하지만 창의적인 일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혼자 있는 시간도 소중하게 여기며 나만의 공간에서 생각을 정리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며, 그 아이디어들을 실현해 나가는, 지금 글 쓰는 이 과정이 나에게는 무엇보다도 값지다. 이제는 어린 시절의 그 경험들이 나에게 가르쳐 준 것들을 감사히 여기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나 자신을 발전시켜 나갈 것이다.
은둔형 해방감
은둔 청년이 사회문제로 많이 거론되지만, 사실 나는 그들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진정한 해방감은 고립되었을 때 느낄 수 있다. 사실 이 나이가 되니 돌싱들이 더 권장하지만... 먹고사는 문제만 해결되면 은둔해서 혼자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주의다. 지금 뭔가 외부의 상황에 의해 어쩔 수 없이 고립되어 있는 청년은 반드시 도움이 필요하겠지만, 그 외 자발적으로 고립을 선택한 청년들을 너무 안타까운 시선으로 보지 말자. 캥거루 족으로 부모님 덕 좀 보면서 살면 어때?
꼭 밖으로 나와서 활발히 활동해야만 창의력이 길러지고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다. 다만 허송세월은 좀 주의해야 한다. 요즘은 PC방이 없어서 좀 덜한가? 2000년대만 해도 게임 폐인이니, 무슨 폐인이니... 각종 폐인이 많았는데... PC방에서 내리 며칠을 꼼짝도 안 하고 게임만 하다가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도 있었다. 요즘은 덕후라고 하나? 덕후의 최종목표가 '성덕(성공한 덕후)'이라고 하니 과거 폐인만큼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말씀~!
먹고 살 길만 있다면 범죄만 빼고 뭐든지 해도 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