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 무책임

대책 회의는 항상 밤에 열린다. (7)

by 철없는박영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https://youtu.be/wAnVUb0lXvE


이 슬로건은 인구증가속도가 엄청났던 70년대 산아제한 정책을 위해 제작된 공익광고에 나오는 문구다. 단순히 인구수를 조절하고, 하나만 낳아 잘 기르자는 내용이지만... 음... 저출산이 큰 사회문제가 되는 요즘도 필요한 표어라고 생각한다.


부모가 된다는 것의 의미


부모가 되는 것은 단순한 생물학적 과정이 아니다. 단순히 아이를 낳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 그 아이가 살아갈 환경과 부모가 짊어질 책임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그냥 태어나고, 그냥 키워진다. 그 결과, 책임 없는 가정은 아이에게 씻기 힘든 흔적을 남긴다. 나는 그것을 직접 경험했다.


아버지의 무관심, 엄마의 집착


어릴 때, 저녁 5시 30분이 되면 엄마는 항상 우리에게 아버지 회사로 전화를 하게 했다. 그 시절, 아내가 남편의 회사로 직접 전화하는 것은 터부시되던 때였다. 지금처럼 개인 휴대폰이 있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엄마는 자식을 도구로 삼았다. 표면적으로는 저녁식사 준비를 위한 전화였지만, 속내는 아버지가 딴 길로 새지 못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사실 지금의 나라도 그때 그 정도로 옴짝달싹 못하게 구속했다면 정나미가 떨어졌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아버지는 우리의 전화를 피했다. 언제 들어온다는 말도 없이 그냥 늦게 들어왔다. 그러면 엄마는 술을 마셨다. 그리고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만 아니었으면 진작에 이혼했어."


그 순간 나는 깨달았다. 나는 단순한 자식이 아니라, 부모의 불행을 붙잡아 두는 족쇄였다는 것을...


정서적 학대


엄마는 매일 술을 마셨다. 심할 때는 우리들 앞에서 담배까지 피웠다. 그리고 횡설수설하며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게 만들었다. 나는 엄마가 시키는 대로 아버지를 찾는 도구가 되었다. 나는 그것을 견뎌야 했다. 그것을 감당해야 했다. 나는 가슴속 깊이 분노를 삼켜야 했고, 유일한 탈출구는 비밀 일기장에 엄마에 대한 쌍욕을 가득 채우는 것이었다. 이것은 정서적 학대에 가까웠다.


가족이라는 의무


사춘기에 접어들 무렵 어느 해 연말이었다. 그날도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이제 갓 중학생밖에 안 된 동생도 새벽 3시가 넘도록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엄마는 여전히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 꼴이 보기 싫어 내 방에 틀어박혀 지옥보다 더 끔찍한 그날 밤을 보내고 있었다.


새벽 4시가 좀 못되어 동생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나를 향해 외쳤다.


"엄마를 왜 저렇게 될 때까지 그냥 뒀냐!"


그 순간, 나는 눈이 돌았다. 그리고 동생에게 손찌검을 했다. 동생도 반격했다. 우리는 주먹을 날리며 뒤엉켰다. 이성은 사라지고, 가족은 무너지고, 나도 무너졌다.


눈앞에서 육탄전을 벌이며 뒤엉킨 형제를 보고 깜짝 놀란 엄마가 상을 뒤엎었다. 그제야 우리 형제는 겨우 이성을 되찾았다. 그날은 악몽보다 더한 순간이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아버지는 무관심했다. 엄마는 그 외로움을 술과 집착으로 풀었다. 동생은 밖으로 나다녔다. 그리고 나는 그 모든 감정을 견디며 자라야 했다. 나는 묻고 싶다. 부모가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단순히 아이를 낳고 키우는 것이 전부인가? 아이가 태어나면 그 부모가 진짜로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는 지금의 생각은 잘못된 것인가? 가족은 생물학적인 결과물이 아니라, 책임이 따르는 선택이어야 한다. 나는 그것을 아프게 깨달았다.


동생과 뒤엉켜 주먹질을 했던 그날은 내 안의 가족의 의미가 혈육에서 단순한 동반자로 격하되는 순간이었다. 이후로 내 생각은 완전히 변했다. 외로움이란 감정을 이해할 수 없게 되었다. 더불어 산다는 것이 왜 필요한지,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에는 와닿지 않았다. 인생은 어차피 혼자 사는 것이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기 때부터 엄마의 그런 모습을 계속 지켜봐 왔기 때문에 내성 같은 것이 생긴 걸 수도 있다. 아니면 정신줄 놓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작동한 것일 수도 있다.


"그냥 자기 인생 살면 되잖아? 남들이 뭐라 하든 말든 무슨 상관인데? 어차피 언젠가는 다 헤어지게 마련인데..."


그래서 나는 독신주의자가 됐다. 어쩌면 가장 싫어하는 무책임한 인생을 가장 극단적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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