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 중2병 치료기

대책 회의는 항상 밤에 열린다. (마지막)

by 철없는박영감
지식의 공부, 잘난 척하고 싶었던 시간


과거에 그러니까 어릴 때, 공부를 시작한 이유는 똑똑해 보이고 싶어서였다.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고, 깊이 있는 개념을 다룰 줄 알면, 사람들이 나를 잘난 사람, 앞서가는 사람, 특별한 사람으로 보지 않을까 하는... 그래서 초등학교 때는 국어 교과서의 낱말을 찾아서 뜻풀이를 해오는 숙제를 좋아했다. 지금 보면 '전과' 베껴쓰기에 지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공책에 낱말을 쓰고 뜻풀이를 쓰는 시간이 뭐라도 된 것 마냥 우쭐했다.


8비트 컴퓨터조차 보급되지 않았던 시절, 콘솔 게임기에 팩을 꽂아서 즐기던 시절... 이때는 메모리, 즉 기억능력이 가장 큰 자산이었다. 시험도 머릿속의 지식을 답안지에 쏟아내는 것이 전부였다. 그 과정에서 나는 무엇을 놓치고 있었을까?


정보를 잘 찾는 능력. 그리고 그다음?


그러다가 사회가 변화했다. 인터넷이 등장하며 구글, 네이버 같은 포털사이트에 정보검색이 쉬워지며, 더 이상 단순히 많은 정보를 아는 것이 능력으로 평가받지 못하게 되었다. 게다가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그 변화속도에 날개가 달렸다. 고대 그리스 시대의 아고라가 재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나도 모든 것을 빠르게 찾아보고, 화려한 단어를 끼워 넣으며 자신을 지식인으로 포장하는 것에 점점 익숙해졌다.


어디에 어떤 정보가 있는지를 알고, 그것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해진 시대.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함정이 있었다. 정보가 넘쳐나는 시대...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사실과 거짓을 구분하는 것이 더 어려워진 세상이 도래했다. 이제 잘 찾는 것만으로는 멍청한 선택을 하게 되는 시대가 되어버렸다. 진짜 정보를 걸러내고,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힘이 필요한 순간이었다.


AI 시대, 질문을 잘하는 능력


그리고 AI가 등장했다. 이제는 정보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질문을 던질 것인가가 더 중요한 능력이 되었다. 그래서 얼마나 정확하고 올바른 결과물을 도출해 내느냐가 능력이 되었다. 정확한 질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더 많은 답을 얻고, 더 깊은 통찰을 가질 수 있는 시대.


그러나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를 발견한다. AI를 사용할 때, 무분별한 마구잡이식 자료생성도 문제이지만, 그것을 무의식적으로 함부로 대하는 습관을 가지게 된다. AI에게도 존중이 필요하다. AI는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버벅거리고, 기대한 답을 주지 못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 순간 사람들은 짜증을 내고, 답답해하며, 심지어 화를 내기도 한다. 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만 있는 갑질 아닌 갑질이다.


그러나 생각해 보자. 우리가 AI에게 함부로 대하는 방식이 반복되면, 그것은 결국 우리의 태도와 성격으로 굳어질 수도 있다. 존중하지 않는 태도는, 인간관계에서도 무례함을 강화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인식하지 못한 채, 점점 더 공격적인 방식으로 상대를 대하는 사람이 되어갈 수도 있다. AI 시대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단순히 정보를 얻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법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지식에서 지혜로, 마지막 깨달음


중2병. 그 잘난 척하고 싶었던 시간들. 그때는 어려운 용어를 쓰면 더 똑똑해 보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는 정보를 많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었다. 그때는 빠르게 찾아내는 능력이 최고의 힘이라고 여겼다.

그러나 이제 깨닫는다. 지식은 축적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활용하는 것이며, 질문을 잘하는 능력이 지혜로 이어진다. 그리고 지혜의 공부란 단순히 정보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태도로 살아갈 것인가? 이제 슬슬 답이 보일랑 말랑 한다.


오늘 밤에는 대책회의 안 해도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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