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의 서사

惡의 서사 (8)

by 철없는박영감
꿰뚫는다는 착각


사람들은 종종 자신이 타인을 꿰뚫어 본다고 믿는다. 그 믿음은 통찰력에서 비롯되지만, 때로는 확신이라는 이름의 착각으로 변질된다. 특히 내향적 직관형의 성향을 가진 이들은, 타인의 감정과 동기를 빠르게 파악하고 해석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 능력은 공감의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기준에 타인을 끼워 맞추는 위험한 프레임이 되기도 한다.


“나는 당신을 이해해요”라는 말은, “나는 당신을 규정했어요”라는 말과 종이 한 장 차이다.


이때 통찰은 선이 아니라, 교묘한 폭력이 된다. 그리고 그 폭력은 자신이 선하다고 믿는 순간, 더욱 강력해진다. INFJ 성향을 가진 이들은 이 모순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래서 스스로를 향해 “눈빛만 봐도 다 알아요. 티 안 내려고 했는데... 제가 INFJ라서...”라며 농담처럼 말할 수 있다. 그 농담은 사실, 자기 착각을 꿰뚫는 유일한 겸손이다.


겸손의 언어, 권력의 구조


겸손을 말하는 자는 종종 권력의 중심에 있다. “나는 평범하다”, “나는 국민의 종이다”라는 말은 그 자체로 자기 신격화의 서문이 되기도 한다. 말은 낮지만, 행동은 높고, 그 간극 속에서 사람들은 그를 구원자, 예언자, 혹은 신의 대리인으로 추앙한다. 그는 처음엔 놀란다. 그러다 익숙해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 착각을 받아들인다.


이때 겸손은 자기 면책의 도구가 되고, 신격화는 사회적 악의 구조로 성장한다. '그는 악하지 않다. 단지, 신이라는 착각에 빠졌을 뿐이다'라고 쉽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이 간단한 착각은 잘못 사용되면 엄청난 죄악을 지을 수 있다. 특히 권력은 영원할 수 없다. 겨우 5년짜리 임기의 강력한 착각은 지금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현재의 경찰국가의 지위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절실하다.


착각은 어떻게 악이 되는가


'착각의 서사'는 악을 설명하지 않는다. 오히려 악이 설명되지 않는 순간을 포착한다. 통찰은 선이었고, 겸손은 미덕이었지만, 그것이 자기 확신과 집단적 믿음으로 결합될 때, 악을 만들어낸다. 게다가 그 악은 선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선은 결국 윤리의 붕괴를 초래한다.


그 붕괴는, “나는 겸손하다”는 말에서 시작된다. INFJ는 그걸 안다. 그래서 웃는다.


“제가 다 알아요. ㅋㅋ”

그 웃음은, 착각을 꿰뚫는 유일한 구원이다.


나는 INFJ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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