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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칭찬을 받고 싶었을 뿐인데

"천재 아니야? 이런 생각을?" 착각은 자유지만 몸에 해롭다

by 철없는박영감

먼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학원 모든 관계자분들과 가르쳐 주신 선생님들께 진짜 죄송할 따름이다. 많이 기대해 주시고 지원해 주시고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셨는데 그때는 몰랐다.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라는 바보 같은 생각에 빠져 '왜 이렇게 선생님은 자주 바뀌고, 학원생들은 들락날락거리고...'부터 시작해서 '학원의자는 또 왜 이렇게 불편한 의자뿐이고...'까지 프로 불평불만러였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차라리 조상 탓을 할걸...' 후회한다. 부족한 부분이 보일 때마다 그에 맞는 선생님을 매칭해 주셨고, 반이 잘 유지될 수 있도록 학원생들을 모아주신 노고를 모르고... 삐딱하게만 생각했다. 성우님들을 몇 주씩 돌아가며 강사로 모실 수 있는 것은 원장님이 엄청난 PD 님이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고, 자꾸 그만두는 학원생들을 어떻게든 채워서 반을 유지한 것도 학원 스텝들의 노력이었다. 성우 선생님들도 어떻게든 한 개라도 더 가르쳐 주시려고 애쓰셨는데 그런 '숨은 노력'들을 그때의 나는 홀라당 엿 바꿔 먹어버렸다. 다시 한번 엎드려 사죄드린다.


위의 사과문은 나의 진심이자 또한 오늘 이야기 주제를 환기시키려는 목적도 있다. 키워드는 '숨은 노력'이다. 나의 '삐딱한 생각'에는 사실 모두 '숨은 노력'이 숨겨져 있었다. 얼마 전에 '심심한 사과 말씀 드린다'는 기자회견문을 두고 문해력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댓글 중에 '심심하다고?' 이 멘트가 문제가 된 것 같은데... 삐딱한 생각 전문가인 나는 작성자가 언어적 유희를 부린 것뿐인데 교육적으로 문해력이니 뭐니 하며 또 관련 학원들 만들어서 돈 벌려는 수작이 아닌가 의심을 하기도 했다. 하여튼 위 사건으로 문해력 논란이 한참일 때, EBS의 작가라는 분이 성우지망생 카페에 문해력관련해서 실수했던 에피소드를 모집한다고 글을 올렸다. 역시나 댓글은 하나도 없다. 조회수는 많은데 무플이다. 그 뒤로 똑같은 내용으로 4~5번 더 글이 올라왔는데... 참다못한 한 지망생이 댓글을 달았다.

"성우지망생이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대본파악을 못한다는 말인데 그럼 성우 될 자격이 없다는 말입니다. 번지수 잘못 찾으셨습니다."

그 뒤로 글은 다시 올라오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뒤 문해력 관련 다큐멘터리가 방송되더라. 성우뿐만 아니라 배우들은 대본을 받았을 때, 서브텍스트라는 것을 설정한다. 쉽게 말하면 대본, 대사 속에 숨어있는 속 뜻을 찾는 것이다. 내가 앞에서 말한 '숨은 노력'과 같은 맥락이다. 겉에서 보기에는 '삐딱한 생각'의 텍스트지만 그 안에는 '숨은 노력'이 서브텍스트로 숨겨져 있는 것이다. 이것은 간단한 설명이고 자세한 서브텍스트 관련 내용은 나중에 써보려고 한다. 서브텍스트라는 용어를 써야 할 것 같아서 이렇게 간단하게 설명했다.


성우학원 연기수업의 핵심과정은 단문연기이다. 성우 공채시험형식이 주어진 대본을 혼자서 연기해서 심사받는 방식이다. 대사는 독백이나 방백이 될 수도 있고, 대화를 짜깁기해서 혼자 연기할 수 있게 편집한 형식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티키타카가 없는 5줄 정도의 단문이 출제된다. 지망생들은 이런 단문에 상상력을 더해 티키타카도 넣고, 상황과 배경도 설정하고, 서브텍스트도 찾아야 한다. 기초반은 선생님들이 단문을 주시고 일주일간 연습해 와라 하시면 주어진 대사를 분석해서 연습하고 수업시간에 연기를 선보인 후, 그에 대해 피드백받는 형식이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인 심화반은 수업 당일에 대사를 받아서 10분 정도 연습을 하고 바로 연기해 보이거나 간혹 피드백받은 후 다음 주에 더 준비해와 보라는 주문을 받기도 한다. 나 같은 장수생, 고인 물들은 스스로 대사를 찾아와서 연기를 하기도 한다. 그럼 선생님들이 들어보시고는 캐릭터 분석이나 감정선 같이 세세한 부분을 피드백해 주신다.


기초반 연기 수업에서는 재밌는 일이 많이 발생한다. 아마도 잘했다는 칭찬을 받고 싶어서 일거다. 선생님의 칭찬이 마약과도 같아서 끊을 수가 없다. 칭찬을 받으면 꿈에 한 발짝 다가선 것 같은 헤롱헤롱한 기분이고, 지적을 당하면 꿈이 멀어져 가는 것 같은 좌절을 맛보기에 일희일비하게 된다. 여기서도 무반응은 좌절을 넘어서는 마음의 상처를 준다. 이러나저러나 선생님의 피드백에 따라 성우지망생들은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한다. 이걸 잘 넘기고 실력이 늘어가면서 결국에는 합격하거나 나 같은 장수생이 되거나 하는 것이다. 어쨌든 그런 간절함 때문에 선생님의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논쟁을 벌이는 경우가 제일 많다.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되는 이유로 내가 꼽는 최대 원인은 선생님들이 피드백을 하실 때 지망생들이 최대한 상처받지 않도록 언어를 순화해서 표현하시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옛날 드라마이긴 한데 '베토벤바이러스'라는 드라마를 아는가? 거기서 김명민 배우님이 강마에 역을 맡았는데 그 유명한 '똥덩어리' 같은 독설이 필요한데, 우리 성우님들이 워낙에 로맨티시스트가 많아서 독한 연기는 잘하시면서 독설은 잘 못하신다. 자신이 연기로 표현을 잘했고 충분히 연습했다고 착각하는 지망생들은 선생님의 순화된 피드백이 납득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선생님뿐만 아니라 같은 반 친구들은 모두 그 피드백이 납득이 된 상태다. 본인만 모르는 거다. 나중에 내가 녹음파일을 보내주면 그때 대부분은 자기 잘못을 인정한다. 인정 못하는 사람은 반을 바꾸거나, 얼마 후 학원에서 안 보인다. 이것은 자존심이 세고말고의 문제는 아니다. 정말 열심히 준비했지만 실력이 부족해서 생기는 부작용이다. 그래도 선생님들은 본인도 겪어봤고, 지망생들이 어떤 마음인지 알기 때문에 논쟁을 걸어오면 잘 받아주시는 편이다. 가끔씩 카리스마 있는 선생님들은 호되게 야단치는 경우도 있다. 아마 대학교 연영과에 가면 그런 분위기가 아닐까 추측해 본다. 어쨌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연기는 들통나야 한다. 서브텍스트와 상황과 배경을 연기로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본인이 숨긴 의도를 연기를 통해 청자에게 들켜야 한다. 그런데 기초반은 연기력이 부족하니 자기가 열심히 준비해 온 것을 몰라주는 선생님이 야속해서 논쟁을 걸어오는 경우가 많다. 연기로 보여줘야 하는데 그걸 못 보여주는 자신은 얼마나 속상할까... 칭찬받을 줄 알고 기대하며 일주일간을 노력했는데 몇 분 간의 연기로 망해버렸으니 얼마나 속상할까... 그 속상한 마음에 피드백을 납득 못 하는 경우가 제일 많다.


칭찬받고 싶어서 저지르는 만행. 두 번째로 많이 볼 수 있는 행태가 밑밥을 깔거나 구구절절 설명하는 거다. 수업시간에 준비해 온 연기를 선보이고는 본인도 마음에 안 들었는지 생각만큼 잘 안된다고 밑밥을 깔거나, 피드백을 듣지 않고 책상에 엎드려 버리기도 한다. 또는 시작도 하기 전에 열심히 연습은 했는데 아직 미완성이라고 선언하기도 한다. 그러면 선생님들은 어떠실지 모르겠지만 같은 지망생인 나 같은 경우는 제대로 안 듣게 된다. 준비 안된 연기를 들어줄 필요를 못 느낀다. 선생님들도 어떻게든 결론을 짓고 와야 해 줄 말이 있다고 많이 얘기하신다. 또는 선생님의 피드백이 끝나면 사실은 이렇게 하고 싶었거든요 하고 설명을 하기도 한다. 간혹 드물게 연기하다 말고 지문처럼 상황을 설명하는 사람도 있다.

“여기서 주인공이 변신을 해요. “

라고 말하며 갑자기 변성을 하거나, 말투를 바꾼다. 위의 행태들은 나도 그랬다. 그리고 성우지망생이라면 위의 행태들 중 적어도 한 가지 이상은 거치는 통과의례다. 성우는 연기로 말해야 한다. 특히 배우처럼 Acting이 없기 때문에 호흡과 소리로 다 표현해야 한다. 듣는 사람이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 본인이 청자에게 일일이 설명해 주는 것은 불가능하다. 작가들이 책을 내고 독자들에게 일일이 찾아가서 해설해 주는 것이 불가능한 것과 마찬가지로... 이런 행태들은 아마도 그놈의 마약 같은 '칭찬'받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꿈에 한걸음 다가간듯한 달콤한 취기... 그 녀석이 문제다.


연기수업에서도 최악의 피드백은 무플이다. 선생님들도 사람이다 보니 언어 순화로도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옆에서 내 것 열심히 준비하다가도 앞 순서 친구가 얼토당토않은 연기를 선보이면 순간적으로 이목이 쏠린다. 어처구니가 없어서... 주목을 받고 싶으면 이렇게 하면 되겠구나 싶을 정도로... 얼토당토않은 연기가 끝나면 영화처럼 정적이 흐른다. 강의실 안의 모든 사람이 연기자 빼고 영혼이 나간다. 천사가 지나갔다고 하자. 여기서 선생님들의 강의 스킬이 시전 된다.

“자,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들었지? 누가 말해볼까?”

말할 사람 지정도 하지 않고 마이크를 관객에게 넘기는 고도의 스킬을 시전 하신다. 이럴 땐 다 같이 혼나는 기분이다. '너희 반 친구니까, 너희들이 알아서 처리해.'라고... 성우학원에 다니면서 이런 반응이 나왔다면 그 연기는 망했다고 생각하면 된다.


기초반 강의 둘째 날 연기수업 선생님이 숙제로 내레이션 대본을 주셨었다. 그날은 우리 6명과 주중반에서 보강수업으로 남자 한 명이 더 와있었다. 우리말에는 장단음이 있기 때문에 대사들의 장단음을 찾고, 지난 시간 배웠던 쭉쭉 펴서 읽기를 일주일간 열심히 연습해 왔다. 보강수업을 온 죄로 새로 온 남자가 첫 번째 순서로 낙점됐다. 수업시작까지 전혀 말을 안 하고 있었기 때문에 목소리는 처음 듣게 되었다. 우와 동굴목소리... 그런데 조금... 이상하다.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께서 최악의 피드백 스킬을 시전 하셨다. 어떻게 들었는지 물으셨다. 대부분 반응이 목소리는 좋은데 뭐라고 하는지 잘 안 들려서 발음이 안 좋은 것 같다고 피드백했다. 선생님이 우리 6명의 얘기를 쭉 들으시고는 '이 친구는 발음이 안 좋은 게 아니라 소리가 울려서 발음을 잡아먹은 거다.'라고 하셨다. 그래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는데 잘하고 있다는 칭찬도 잊지 않으셨다. 나중에 남자는 KBS공채 시험 1차를 통과했더랬다. 다음으로 내 차례다. 일주일간 열심히 준비한 것을 펼쳐 보였다. 조금 어색해도 최대한 쭉쭉 펴서 읽었다. 다 들은 선생님이 갑자기

"모두 박수!"

라고 하시며 나를 띄우셨다.

"잘한 건 아니에요. 네 그래요. 그건 아니에요. 그런데 일주일 만에 이렇게 쭉쭉 펴서 읽을 수 있게 해온 노력은 정말 칭찬합니다. 계속 이렇게만 하세요. 정말 수고했어요."

왜 선생님들의 칭찬이 마약인지 알겠는가? 꿀이 뚝뚝 떨어지는 목소리로 감정을 듬뿍 담긴 칭찬을 받아보면 못 헤어 나온다. 아우... 가슴이 어찌나 뛰던지… 웃음은 숨길 수 없고, 눈물도 살짝 났다. 속으로 '예스~!'를 외치며 갑자기 의욕이 솟구쳤다. 안 먹어도 배부르고 방방 떠서 구름 위를 날아다녔다. 내가 우리 반의 에이스가 된 것 같았고 거만이 하늘을 찔렀다. 이 수업 이후 선생님이 개인사정으로 주말반을 그만두셨다. 그리고 약 2주 정도 뒤에 나는 주말 근무 때문에 학원을 못 갔다. 보강을 신청했는데, 선생님이 강의하시는 주중반으로 신청했다. 그동안 발전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또 칭찬받을 기대를 하면서... 저녁 7시에 학원에 도착하니 그 남자가 있었다. 얼굴을 아는 사이라서 가볍게 눈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았다. 그때 나는 거만이 하늘을 찌르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감에 차있었다. 수업이 시작되고 이번엔 내가 보강수업을 온 죄로 첫 번째 순서가 되었다. 주말반에서 현재하고 있는 것을 해보라고 하셨다. 그때는 연기를 살짝 맛보고 있는 중이었다. 나는 내레이션 한 개와 맛보기 연기대사를 펼쳤다. 당연히 칭찬받으리라 생각했다. 돌아온 피드백은 좌절이었다.

"내레이션은 전이랑 비교해서 발전된 게 하나도 안 느껴지고. 특히 연기... 연기 그렇게 하면 안 돼요. 내레이션도 아니고 상대방이 하나도 안 느껴지잖아요."

어... 이게 아닌데... 난 바로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선생님의 그 눈빛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꿀 떨어지는 목소리와 듬뿍 담긴 감정이 비수가 되어 날아왔다. 그 뒤로 자리에 돌아와 2시간 동안 구석에 찌그러져있었던 것 같다. 그 남자의 순서가 됐다. 내레이션은 여전히 발음이 안 들렸다. '그래 지난번에도 나보다 못했잖아...' 아우 글로 쓰면서도 창피하다. 진짜 왜 그랬을까... 왜 저런 생각을 했을까... 그래도 선생님은 계속 나아지는 것이 보인다며, 이번엔 연기를 시켰다. 우와 그런데 연기 진짜 잘하더라... 난 진짜 그 남자가 직접 겪은 일인 줄 알았다. 목소리가 울리니까 라이브 연기의 파급력이 더 세게 느껴졌다. '아~ 졌다.' 알 수 없는, 아니 알고 싶지 않은 패배감에 젖어 집으로 돌아왔다. 그날 혼자 집에서 소주 2병 깠다.


또 한 번은 이제 어느 정도 공부를 해서 심화반이 되었을 때다. 거의 모든 공채시험이 끝나고... 물론 불합격이었다. 이 때는 학원생들이 많이 빠져나간다. 그래서 반에 많아야 2~3명이다. 사람이 많이 없으니 길이가 긴 것들을 할 수 있는 시기다. 선생님이 단문 연기만 너무 연습하면 연기의 감이 떨어지니 짝을 이뤄서 할 수 있는 라디오 드라마 대본을 주셨다. 군대 선임과 졸병의 대사였다. 그때 우리 반은 남탕이었다. 나는 이미 고일대로 고인 물이었고 새롭게 심화반으로 올라온 동생과 짝이 되었는데, 원래 내용은 선임이 졸병을 쩔쩔매게 만드는 장면이었다. 나는 친한 동생이고, 또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냈냐는 칭찬도 받고 싶어서 혼자서 설정을 바꿨다. 하극상으로... 연기가 시작되고 나의 예상치 못한 하극상 연기에 같이 하던 동생이 당황했다. 나는 신나서 더 밀어붙였다. 처음엔 동생도 당황하다가 나중에 어쩔 수 없이 받아줬는데... 연기가 끝나고, 나는 나의 신선한 대본 해석에 혼자 취해있었다. 선생님의 피드백을 기다리고 있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이번에도 뭔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음... 미리 설정을 바꾸기로 상의하고 시작한 건가?"

나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연기라는 것이 상대방과의 호흡이 중요한데, 혼자서 이렇게 앞서나가면 안 되지... 이러면 상대방이 배울 기회도 다 빼앗아 버린 거잖아. 상대방 강의시간을 도둑질한 거야."

나는 진짜로 할 말이 없었다. 전부 다 맞는 말씀이었으니까... 바로 동생에게 사과하고 선생님께도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고 사죄했다. 그 뒤로는 나 혼자 신나서 하는 연기는 죽은 연기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연기의 기본은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라는 것도... 나와 상대방이 같은 곳을 보고 같이 호흡하며 가는 것이 연기라는 것을... 지금 생각해도 이불킥 만 번 감이다.


성우 공부를 하면서 혼자 준비할 때,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학원에서 잘했다고 칭찬받는 것이 그렇고... 성우공채에 합격해서 방송국에 들어가는 것도 그렇고... 스타 성우돼서 유명해지고 돈 많이 버는 것도 그렇다. 한마디로 별을 따는 기대를 많이 한다. 그리고 참혹한 현실을 마주한다. 그래도 좌절금지다. 참혹한 현실에서 배우는 게 있으면 된 것이다. 오늘 칭찬받았다고 내일도 칭찬받으라는 법은 없다. 오늘 지적받았다고 내일도 지적받으라는 법도 역시 없다. 그리고 별을 딸 수 있다는 착각은 좋은 착각이다. 앞으로 나아가게 만드니까. 다만 착각 속에서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몸에 해로울 수 있다. 힘만 빼는 제자리걸음을 하게 만드니까. 괴로움을 술로 달래며 비틀대게 하니까. 옆에서 짧은 기간에 성우공채에 합격했다는 소식을 들으면, 혹은 누구가 몇 차까지 통과했다더라는 소식을 들으면 기운이 빠지는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아마 그런 분들은 내가 모르는 노력을 엄청나게 했을 것이다. 성우 공부는 요행이 없다. 내가 쏟은 시간에 비례해서 실력이 늘어난다. 아마 내가 장수생이 된 것도 일과 병행한다는 핑계로 주말마다 서울에… 학원에… 놀러 오는 것 같이 다니게 되면서부터가 아닐까 반성해 본다. 처음의 치열하게 도전하겠다던 초심을 지금 준비하시는 분들은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한만큼 결과는 돌아온다.' 이것이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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