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의 계절

화양연화, 젊음의 맛

by 철없는박영감

여름이 저물어 갈 즈음, 저장 사과가 끝나고 아오리 사과, 즉 청사과가 나온다.
저장 사과는 꿀이 박혔다고 말할 정도로 달고, “사과 같은 내 얼굴 예쁘기도 하지요”라는 말이 절로 나올 만큼 매끄럽다.
왕비가 백설공주를 유혹할 수 있을 만큼 아름답다.


하지만 그 완벽함은 어쩐지 인공적이다.
화학처리를 거친 저장 사과는 시간이 흘러도 늙지 않는다.
영원한 젊음을 유지하는 뱀파이어 같기도 하고, 생명현상을 일시 정지시킨 냉동인간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더 심하게 말하면 살아있는 시체, 좀비라고까지 말할 수 있다.
그래도 덕분에 겨울에도 봄에도 사과를 먹을 수 있다.


그런 저장사과가 떨어지는 시기가 있다.
아침에 사과 한 개는 의사를 멀리하게 만든다는데, 그 사과를 먹지 못하는 잠깐의 공백.
그때 등장하는 아오리 사과는 빨갛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시다.
맛도 없고 예쁘지도 않다.


그런데 청사과의 ‘청’에서 오는 청량함은 있다.
파란색이 탄산수에 데코레이션으로 들어가면 시원함을 더하듯,
청사과는 여름의 끝자락을 시원하게 마무리해 준다.


그리고 햇사과.
아오리 사과가 끝나고 햇사과가 나오면 나는 신이 난다.
아삭아삭한 식감은 씹을 때마다 기분을 좋게 만들고,
산도와 당도가 적절하게 조화된 자연의 맛은
조금 과장하자면 회춘의 감각을 느끼게 해 준다.


모양도 제각각이다.
울퉁불퉁하고 들쑥날쑥하며, 색깔도 고르게 빨갛다기보다는 각자의 색이 선명하다.
푸른빛도 살짝 섞여 있고, 아직 원숙해지지 않은 진짜 젊음의 모습.
그 맛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살아있기에 아름다운.
원숙함보다는 서투르고 어리숙하지만
모든 세대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그런 젊음.

저장사과의 푸석함이라고는 '1'도 찾아볼 수 없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잘 모른다.
살아보면 “아, 그때가 내 인생의 화양연화였구나” 하고 추억할 뿐이다.


나는 햇사과를 씹으며 그런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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