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의 언어, 감정의 플랫폼

드라마 속 한 줄이 내 삶을 흔들 때 (2)

by 철없는박영감
잤니? 잤어? 잤냐고?


처음엔 그냥 K-막장드라마에 빠진 셀럽의 귀여운 말투 같았다. 연인이 다투고 나서, 혹은 친구 사이에서 서운함을 표현할 때 나올 법한 말. 그런데 이 짧은 세 마디가, 이상하게 오래 남는다. 왜일까?


그건 이 말이 단순한 질문이 아니라, 감정의 압축이기 때문이다.


‘잤니?’는 확인이다.

‘잤어?’는 실망이다.

‘잤냐고?’는 분노다.


이 짧은 반복 속에, 상대방의 무심함에 대한 서운함과 나 혼자 깨어 있었던 시간의 외로움이 다 들어 있다.


이 대사는 단순한 질문이 아니다. 그건 감정의 플랫폼이다. 누군가를 기다려본 사람만이, 이 말의 무게를 안다. 확인 → 실망 → 분노. 그 사이에는 핏대 오른 수많은 감정이 있다. 서운함, 애틋함, 억울함, 외로움, 그리고 사랑. 이 짧은 문장은, 상황에 따라 무한히 확장된다. 마치 플랫폼처럼, 각자의 감정을 실어 나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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